보안에 대한 불안감 해소돼야 사업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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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진행 중인 시범지역을 넘어서 3월28일부터는 주민등록지와 관계없이 전국 어디서나 신청하고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모바일 시대에 적합한 신원 증명을 활성화한다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무조건 새로운 기술을 입혀서 시행한다고 그 제도가 성공하는 것은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의 확산과 모바일 서비스 시행은 국민의 일상생활이 질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음새 없이 실시간으로 연결된 진정한 네트워크 시대가 내 지갑 안에서 실현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앞으로 정부는 더 많은 서비스를 모바일화하려고 노력할 것이 예상되며, 그것이 혁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모바일 서비스 확산이 던지는 메시지의 다른 측면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모바일 신분증을 내 휴대전화에 설치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먼저 떠오르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보안 문제이다.
시범지역인 세종이나 일산의 신청률이 1% 미만이라는 점이 시사하는 바는 가볍지 않다.
물론 시행 초기라 아직 홍보가 미흡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지역이나 연령대에 따라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불편함과 거리감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디지털 전환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적용 확산과 함께 국민이 불안해하는 부분을 개선할 여지가 있는지 세밀히 살펴야 한다.
정부에 따르면 모바일 주민등록증은 암호화 기술과 블록체인을 적용하여 개인정보 유출과 부정 사용을 방지하는 등 높은 수준의 보안성이 보장된다고 한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적용이 국민이 가지는 심리적 불안감과 우려를 상쇄할 것이라고 가볍게 봐서는 곤란하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접근은 물론이고 개인정보를 휴대전화에 저장해야 하는 익숙하지 않은 변화에 따른 심리적 우려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정부 제도의 변화는 변화 그 자체보다는 새롭게 추진하는 내용이 국민에게 충분히 수용되어 활용됨으로써 국민의 실생활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 변화가 바로 정부가 혁신되는 모습이고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가 싹트는 과정이며 결과이다.
역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지 않다면 정부가 시도하는 특정한 혁신이나 변화에 대한 믿음 역시도 높지 않을 것이다.
‘2024년 OECD 공공기관 신뢰도 현황’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신뢰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9%)을 다소 밑도는 37.15%로 조사 대상 30개국 중 15위를 기록했고, 정부를 불신한다는 응답은 OECD 평균(44%)을 다소 웃도는 44.30%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의 낮은 신뢰도는 디지털 전환의 확산과 성과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모바일 신분증 확산을 추진하는 것이 맞다.
모바일 신분증으로 전환하는 제도 변화는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긍정적인 변화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이 정부에 기대하는 것과 정부가 그런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도가 서로 맞아떨어질 때 제도 시행은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
아직은 시행 초기라 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사용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안일한 관행적 자세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 저해 요인을 선제적으로 파악하여 개선해야 하며, 그것은 정부의 몫이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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