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伊 패딩 입은 제이미 맘 영상
말투 등 완벽한 현실 고증에 화제
2개 영상 조회 수 1200만회 달해
전문가 “대치동 향한 양가성 보여줘
엄마 개인에 대한 비난은 약자 선택
허영심·학벌주의 등 비판해야” 지적
“사실 처음부터 막 수학학원을 다닌 건 아니고, 제가 제이미(Jamie)한테 까까(과자)를 준 적이 있는데 제이미가 어느 날 까까를 받더니 개수를 세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러더니 ‘엄마. 왜 이렇게 조금 줘요?’라고 아기가 그걸 캐치해서…. 벌써 수를 이용하는 거죠. 아, 이건 영재적인 모멘트(Moment·순간)다!” 한 벌에 400만원에 달하는 이탈리아제 패딩을 입고 900만원짜리 핸드백을 든 ‘제이미’ 엄마가 고상하게 카메라 앞에서 제이미의 영재성을 나긋나긋하게 설명한다.
고상한 말투의 엄마는 대화 중 굳이 ‘모멘트(moment)’ ‘돈 두 댓(Don’t do that·그러지 마세요)’ 같은 영어를 쓴다.
기저귀 떼기, 제기차기 등 아기의 발달과 교육 관련된 모든 것은 과외 선생님의 몫, 엄마는 직접 가르치지 않는다.
엄마는 과외 선생님 인터뷰와 제이미를 차로 학원 등에 데려다 주는 ‘라이딩’만으로도 일정이 빡빡하다.
고상한 말투의 엄마는 대화 중 굳이 ‘모멘트(moment)’ ‘돈 두 댓(Don’t do that·그러지 마세요)’ 같은 영어를 쓴다.
기저귀 떼기, 제기차기 등 아기의 발달과 교육 관련된 모든 것은 과외 선생님의 몫, 엄마는 직접 가르치지 않는다.
엄마는 과외 선생님 인터뷰와 제이미를 차로 학원 등에 데려다 주는 ‘라이딩’만으로도 일정이 빡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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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이수지의 유튜브 채널인 ‘핫이슈지’의 ‘휴먼 다큐멘터리 자식이 좋다’ 코너에 등장하는 이 10분짜리 영상이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달 4일. 공개와 동시에 바로 반응이 터졌다.
◆이수지와 ‘대치동’이 만나 ‘대박’
제이미라는 영어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 아이는 영어유치원을 다니고 엄마는 사교육 최전선에 있는, ‘대치동 엄마’의 일상을 패러디(풍자)한 영상이다.
‘대치동 엄마 교복’으로 불리는 명품패딩과 명품 핸드백, ‘대치동 산타페’로 불리는 외제 차, 나긋나긋하고 교양 있는 말투 속에 숨어 있는 들끓는 욕망까지, 대치동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완벽한 현실 고증’에 대중은 열광했다.
댓글 창에는 “(이수지가) 지독하게 잘한다”, “하이퍼 리얼리즘(극사실주의)의 정수”, “대치동 학원에서 일하는데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오게 하는 몇몇 엄마가 떠오른다” 등 칭찬 일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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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이수지가 명품패딩·핸드백과 유아 과외로 ‘대치동 맘’을 패러디한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중고 물품 매매 사이트에 매물이 쏟아졌다는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
2개 에피소드 조회 수는 총 1200만회, 댓글은 3만여개(3일 기준)를 기록했다.
대치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수지가 입고 나온 명품패딩과 핸드백이 중고 시장 매물로 쏟아진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특정 지역이나 직업군 등에 대한 패러디는 코미디의 최근 추세다.
2020년 KBS ‘개그콘서트’ 등 코미디 프로그램이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설 자리를 잃은 개그맨들이 유튜브로 몰려가며 한 차례 ‘붐’이 일었고,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한사랑산악회’ 등이 대표적이다.
주변에 있을 법한 아저씨들의 특징을 묘사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 플레이에서 선보인 ‘직장인들’은 직장인의 일상을 패러디한다.
이수지 역시 ‘제이미 맘’ 외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과장되게 물건을 파는 인물을 묘사한 ‘슈블리’나 신점을 보는 무속인을 그린 ‘백두장군’ 등으로 나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들의 화제성은 제이미 맘에 턱없이 못 미친다.
결국 이 열광의 중심에는 ‘대치동’이 있다.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은 ‘4세 고시’, ‘7세 고시’ 등이란 말에서 보듯, 얼마가 들더라도 자녀들의 입시 성공에 사활을 건 학부모들의 발길을 잡아 끄는 진원지다.
대치동 학원가에선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에게 중고교 수학이나 대학 영어를 가르치는 과도한 선행학습이 판치고, 입시 교육에 정평이 난 학원들의 경우 입학 경쟁이 치열해 웬만한 대학에 들어가는 것보다 힘든 지경이다.
인기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비롯해 ‘일타 스캔들’, ‘그린마더스 클럽’ 등의 사례처럼, 대치동을 떠올리게 하는 열혈 엄마는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고, 늘 ‘평타’ 이상의 흥행을 올렸다.
3일 방송된 지니TV 오리지널 ‘라이딩 인생’ 역시 교육에 목맨 엄마의 모습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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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 대한 관심은 그동안 드라마로도 쭉 이어져 왔다. 사진은 사교육 시장을 그린 드라마 ‘스카이캐슬’과 ‘일타 스캔들’, ‘라이딩 인생’ 포스터. |
일각에서는 ‘대치동 패러디’에 대한 관심이 열광을 넘어 조롱과 혐오로 변하는 것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두 번째 에피소드 이후 “대치동에서 카메라 들이대면 엄마들이 도망간다”, “(명품패딩에 이어) 밍크 조끼도 못 입게 만들어야겠다“ 등의 과격한 반응이 이어졌다.
이수지의 모습이 배우 한가인의 자녀 교육 영상을 ‘저격했다’는 말이 나오고 논란이 일자 한가인은 해당 영상을 내리기도 했다.
강혜원 성균관대학교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 초빙교수(대중문화 평론가)는 “대치동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양가성이 있다”며 “자식 교육을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과도한 선행으로 이끄는 대치동이 밉기도 하고, 수십억을 호가하는 강남 부동산에 대한 부러움과 함께 질투심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이수지의 패러디) 영상 자체가 대치동에 대단히 공격적인 것이 아닌데, 언론보도와 댓글을 통해 상승작용이 일어나면서 (이른바 ‘대치동 엄마’들에 대한) 조롱이 과하다”며 “비난의 화살이 대치동 엄마로 향하는 것은 손쉬운 약자 선택에 불과하다.
비판의 초점은 한국 사회의 과시 문화와 허영심, 학벌주의, 부동산 계급주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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