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매출 첫 3조 돌파… 2023년比 7% ↑
美서 두부 판매 불티… 10년째 1위 수성
현지 공장 4곳 본격 가동해 생산 확대
냉장 생면 출시, 8년 만에 10배 성장
中에 국내 기업 최초 냉동 김밥 수출도
2025년 유럽·캐나다 등 본격 시장 확대 계획
이우봉 풀무원 신임 총괄대표
7년 만에 2기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취임 직후 CSR 강화 조직 개편 나서
풀무원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세계를 휩쓴 K컬처·K푸드로 해외사업 매출이 크게 늘어난 덕이다.
두부가 주력 상품인 미국에서 매출 상승이 두드러졌다.
창사 40년 만에 새 기록을 쓴 풀무원은 올해 해외사업을 확대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풀무원은 지난해 매출 3조2137억원, 영업이익 92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보다 각각 7.4%, 48.6%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340억원으로 전년보다 154.7% 증가했다.
4분기 실적이 공식적으로 나온 건 아니지만 미국 법인 성장이 풀무원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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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슈퍼마켓에 진열된 풀무원 일본법인 아사히코 두부바. |
풀무원 해외사업 효자 상품은 ‘두부’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풀무원 해외사업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4687억원으로 전년보다 11.5% 올랐다.
미국 법인 매출은 3291억원으로 전년 동기(2719억원)보다 21.1% 증가했다.
중국 법인 매출은 640억원으로 전년 동기(621억원) 대비 다소 늘었다.
일본 법인은 729억원으로 전년 동기(842억원)와 비교해 13.4%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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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미국 법인이 판매하는 아시안 누들 제품. |
1991년 미국 법인을 세운 풀무원은 2004년 현지 유기농 식품 회사를 인수하고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아시안 상점에서만 판매하던 두부를 시장에 내놓았고 2016년 1위 두부 브랜드 ‘나소야’를 인수해 세계 4대 두부 시장(한국·일본·중국·미국) 중 미국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풀무원은 10년째 1위(67%)를 유지하는 중이다.
풀러턴 공장과 길로이 공장 등 현지 공장 4곳이 본격 가동하면서 생산 인프라가 확대돼 수익성도 개선됐다.
지난해 코스트코 등 회원제 채널 추가 확보, 유통 채널 두 자릿수 성장 등으로 실적을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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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풀무원USA 풀러턴 공장에서 포장 두부가 생산되고 있다. 풀무원 제공 |
미국 두부 매출은 2021∼2024년 연평균 15% 이상 성장했다.
냉장 생면도 출시해 현지 시장을 공략 중이다.
건면과 냉동면 중심인 미국의 아시안 누들 시장에 맛과 편의성을 높인 제품을 내놓아 8년 만에 10배로 성장했다.
◆“일본 시장 손실 줄여”
중국에서도 물류 인프라를 확대해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중국법인 푸메이뚜어식품은 베이징 2공장을 2022년 준공해 두부 생산능력을 연 1500만모에서 6000만모로 늘렸다.
1공장은 냉장면과 파스타 등 가정간편식(HMR), 2공장은 두부 등 식물성 제품 생산기지로 이원화했다.
생산라인도 증설해 중국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지난해 국내 식품 기업 최초로 중국 주류시장에 냉동 김밥을 수출했다.
‘참치김밥(Tuna KimBap)’은 중국 유통업체 샘스클럽에서 판매하고 있고 목표 수출량은 연간 62만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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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풀무원 ‘Tuna KimBap’(참치김밥). |
2014년 일본 시장에 진출하고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넘게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아사히코의 누적 순손실은 1100억원이 넘는다.
이는 저수익 상품 매출 비중이 높아서다.
그간 일본 시장 매출은 대부분 유부초밥과 우동 등에 들어가는 소재유부에서 나왔다.
소재유부는 원가율이 높고 재고 운영도 어려워 마진이 높지 않은 편이다.
아사히코는 소재유부 비중을 낮추고 두부바 등 제품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두부바는 2020년 출시한 식물성 단백질 간식이다.
3050 남성에게 식사 대용이나 단백질 섭취 등으로 인기가 높다.
세븐일레븐, 훼미리마트, 로손 점포 3만여곳에서 판매돼 누적 판매량 7500만개를 넘었다.
두부바 생산시설을 증설했고 투자도 확대해 재무구조 개선에도 나섰다.
◆“미·중 넘어 유럽으로”
K푸드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풀무원 주가도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1월31일 1만145원이었던 주가는 한 달 만인 2월28일 1만7410원으로 70% 넘게 올랐다.
올해 해외사업이 흑자 전환할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실제로 해외 식품 부문 영업손실은 감소 추세다.
2022년 455억원에서 2023년 222억원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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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극심한 내수 부진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은 이어질 전망이다.
해외시장에서의 K푸드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해외사업이 식품 기업 전체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풀무원은 국내의 경우 지속가능 식품 카테고리에 주력하고, 해외사업에선 제품을 확장해 수익성을 높이기로 했다.
풀무원은 “미국 법인을 거점으로 올해 중으로 유럽에 법인을 설립하고 유럽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지화한 제품을 출시해 유럽 시장에도 안착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IAL 파리 2024’에서 ‘SIAL 혁신상 셀렉션’ 리스트에 ‘K푸드 선도기업관’ 참여기업 중 가장 많은 6개 제품을 올리기도 했다.
중국에선 웰니스 트렌드에 맞게 식물성 대체육 제품을 새로 내놓고 만두와 파스타에 들어가는 고기도 식물성 고기로 대체하는 등 시장을 사로잡을 전략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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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은 올해 2기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된다.
이우봉(사진) 신임 총괄대표는 “조직문화를 획기적으로 쇄신하고, 디지털 전환(DX)과 프로세스 혁신(PI)을 가속화해 풀무원이 한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미래 스마트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4일 풀무원에 따르면 1월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 총괄대표는 “풀무원의 바른 먹거리 개념을 지속가능식품과 지속가능식생활로 확장하고 글로벌 K푸드 식문화의 핵심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988년 공채 4기로 입사해 36년간 재무회계, 구매, 영업, 전략기획 등을 거쳤다.
2019년엔 풀무원 계열사인 풀무원푸드앤컬처 대표를 맡았다.
풀무원은 국내 재계에서 보기 힘든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이다.
창업주인 남승우 전 총괄사장(현 풀무원재단 상근고문)은 2018년 자녀가 아닌 전문경영인 이효율 대표(현 이사회 의장)에게 기업 수장 자리를 넘겼다.
이 대표가 1기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끈 후 7년 만에 2기 체제로 전환했다.
남 전 사장은 대주주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후계자를 뽑아서 CEO 후보추천위원회에 올리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비상장기업은 가족경영이 유리하지만 상장기업 경영권 승계는 전문경영인이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풀무원은 지난해 12월 이사회 내 위원회인 CEO 후보추천위원회에서 1년간에 걸친 후보 추천과 심사, 검증, 선정 등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신임 대표를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괄대표는 올해 4대 핵심전략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 △지속가능 식품 확장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 △푸드테크 통한 미래 대응을 꼽았다.
이 총괄대표는 “올해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시국 변동성으로 인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어려운 경영환경이 예상된다”며 “전사의 중장기 4대 핵심전략과 연계한 실천적인 4대 과제로 정해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비하고 제2의 도약을 위한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 총괄대표는 취임 직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화하는 조직을 개편했다.
재무와 홍보, 기업공개(IR), ESG 등 경영 전반을 담당하는 경영지원실을 신설했다.
풀무원의 연구개발(R&D) 센터인 풀무원기술원 신임 원장에 김태석 연구개발실장을, 풀무원의 전략과 재무를 총괄하는 경영기획실장에 김종헌 재무관리실장을 각각 선임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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