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록 전남지사의 요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평소 조용하고 점잖다고만 평가받는 그였지만,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내 정치에 대한 소신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어서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후 또 다른 형태의 스트롱맨(권위주의적 지도자)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김 지사와 전남시장군수협의회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지사는 "오늘은 12·3 불법 비상계엄이 발생한 지 딱 100일째 되는 날이다"며 "그 긴박했던 계엄의 밤, 윤석열은 온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대한민국 헌정질서와 국민에게 정면으로 도전한 친위 쿠데타를 감행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늦어질수록 국가적 혼란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며 "민주 헌정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는 역사적 소명 의식과 비상한 책임감을 갖고 즉각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12·3 불법 계엄 사태를 맞이한 이후 연일 계속되는 김 지사의 날카로운 지적과 말들은 윤석열 탄핵을 찬성하는 이들에게 들불의 씨앗이 되고 있다.
김 지사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윤석열 석방은 건전한 상식과 순리에 어긋나는 법 기술이 낳은 불상사"라며 "부하들은 감방에 있는데 불법적 비상계엄과 내란을 총지휘했던 우두머리는 석방됐다.
국민들은 법 기술자들의 현란한 사법 쇼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이 하루빨리 나와야 하고, 그 길만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다"고 날을 세우면서 큰 지지를 받은 바 있다.
급기야 11일엔 지자체장의로선 이례적으로 길거리로 나와 '내란 수괴(우두머리) 즉시 파면'이란 손팻말을 들고 윤석열 퇴진 1인 시위에 나서며 탄핵 심판 여론전의 선두에 섰다.
지난달 28일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반헌법적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김계리 변호사가 여순사건 진상조사보고서 작성 기획단에 포함됐다는 소식에 '즉각적인 해촉을 촉구한다'는 사이다 성명을 발표하며 또 한차례 대중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이는 평소 조용한 단체장이란 기존 이미지를 벗어던진 그야말로 파격적인 변화란 것이 지역 여론이다.
일각에선 고요한 카리스마 대신 강력한 지도자로서의 전환을 선언함으로써 지난달 자신이 약속한 대권 완주를 약속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탄핵정국이란 국가적 위기 속 그동안 숨겨진 리더십을 만천하에 선보이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지사가 처한 국내 상황은 다소 차이는 있지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나 러시아 푸틴 대통령 역시 굳건하게 구축한 강한 이미지로 자국에서 큰 인기를 얻는 것과 유사하다.
트럼프와 푸틴이 권위주의적 측면에서 대중에 접근했다면, 김 지사는 권위주의는 탈피하되 명분과 정당성을 갖춘 리더로 평가된다.
지역 정계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정국 속에 사상 유례가 없는 극렬한 찬반 논란으로 번지면서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가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진보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전남도의 수장인 김영록 지사의 최근 행보는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며 "좁게는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크게는 위협받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타개해 나가려는 또 한명의 호남 지도자가 탄생한 것으로 봐도 좋을 듯싶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심진석 기자 mour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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