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 가진 여성, 남성보다 유리
女 역량, 사회서 더 많이 발휘돼
양성 모두에 도움되는 세상 되길
봉준호 감독 영화 ‘미키 17’을 끌고 가는 장치는 인간 복제 프린터다.
미키 반스라는 작중 인물의 생체 정보를 외부저장장치에 보관해 놓고, 미키를 복제하고 싶으면 프린터의 카피 버튼을 누르면 된다.
종이 복사기에서 인쇄된 종이가 나오듯이, 바이오 프린터에서 인간 미키가 복제되어 나온다.
그렇게 미키는 계속 복제되고, 미키 1부터 18까지를 만들어낸다.
미키에게는 여친 나샤가 있다.
영화 속에서 나샤는 어느 순간 똑같이 생긴 미키 둘과 마주한다.
미키 17이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을 식민 행성 본부 측이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나샤가 어느 쪽 미키를 선택할 것인가, 영화를 보던 나는 궁금했다.
미키 17과 미키 18은 성격이 다르다.
자기반성적인 캐릭터와 외향적인 캐릭터로 구분된다.
나는 한 사람을 고를 줄 알았으나, 영화 속 흑인 여성 나샤는 두 남자를 모두 갖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침대에서 두 남자와 뒹구는 장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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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 |
21세기 중반을 향해 가는 시점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감독들이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구나, 하는 생각만 했다.
‘이런 식’이라는 건 여성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다.
여성의 욕망을 억누르지 않고 풀어놓으며, 그들이 가진 여성성이 발휘되면 그게 세상을 또 어떻게 바꾸나 해서 흥미롭게 지켜보는 거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 끝 장면에서 여성인 나샤가 식민지 행성 니플하임의 새로운 리더로 선출된다는 설정도 같은 맥락에서다.
영화는 복제인간 미키 17의 이름이 ‘미키 반스’로 바뀌며, 인간성을 회복하는 거로 막을 내린다.
미키 반스는 불사 인간이라는 운명에서 벗어나, 필멸의 인간으로 돌아온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 미키는 시간이 지나면 죽음을 맞을 것이다.
그 시점은 여친 나샤보다 빠를 확률이 매우 높다.
지구촌 고령 인구를 보면 남자 인구는 적고, 여자 인구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85세 이상 한국인 인구의 성별을 보면 여자 100명에 남자는 38명이다.
100세 통계를 보면 말할 것도 없다.
할머니들만 보이고 할아버지들은 눈에 안 보인다.
일반인은 이 현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나, 과학자는 익숙한 걸 낯설게 바라보기를 잘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좋은 과학적인 질문을 발견해 왔다.
여성은 왜 오래 사는가라는 질문을 발견한 과학자들은 X염색체에서 많은 답을 발견해 왔다.
지난 5일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나온 논문이 한 예다.
암컷 쥐 뇌의 해마에 있는 세포에 있는, 침묵하던 X염색체가 나이가 들면서 활성화했다는 내용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신경학자들이 한 연구다.
알다시피 여자는 X염색체 두 개를 갖고 있고, 남자는 X염색체를 한 개 갖고 있다.
여자의 성염색체 쌍은 XX이고, 남자의 성염색체는 XY다.
X염색체는 길고, Y염색체 길이는 짧다.
그런 눈에 띄는 특징이 있어, 120년 전인 1905년 미국 여성 생물학자 네티 스티븐스가 Y염색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X염색체는 길다 보니 유전 정보를 Y염색체보다 훨씬 많이 갖고 있다.
여자는 X염색체가 두 개 있으니, 한 개만 가진 남자에 비해 유리하다.
많은 무기를 갖고 있다.
문제가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어 잘 작동하지 않는 경우에, 다른 쪽 X염색체에 있는 멀쩡한 유전자를 갖다 쓸 수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오래 산다.
여성은 면역계가 더 강력하다.
여성은 발달 장애 가능성이 작고, 세상을 더 다양한 색채로 볼 수 있으며, 대체로 암을 더 잘 극복한다.
여성은 그야말로 생의 모든 단계에서 남자보다 강하다.
”(‘우리의 더 나은 반쪽’, 샤론 모알렘 지음),
가령, 암에 여성이 더 강한 건 종양 억제유전자 6개를 X염색체(EXITS)에 더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젊어서 번식할 때는 공격성과 근육질을 자랑함으로써 도움이 되나, 노화 단계에서는 별 도움이 안 된다.
되레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또 우리 집고양이 암컷 모찌가 노란색, 검은색, 흰색이라는 예쁜 삼색 털을 가진 것도 털색 결정하는 유전자가 X염색체에 있고, 또 ‘X염색체 침묵’이라는 현상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여자가 더 힙한 시대다.
여자의 역량이 인류 사회에서 더 많이 발휘되어 양성 모두에 도움이 되는 세상으로 가길 기대한다.
20세기형 마초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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