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175개 특구가 있지만 성공한 특구, 우리가 기억하는 특구는 많지 않습니다.
성공한 특구가 되기 위해서는 초기 5년이 정말 중요해요. 그래서 서초구는 초기 5년간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겁니다”.
지난 11일 만난 전성수 서울 서초구청장은 “인공지능(AI) 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이 되고, 테헤란로와 판교 중간에 위치한 양재 AI특구가 그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지정된 양재 AI미래융합혁신특구(양재 AI특구, 양재·우면동 일대 40만㎡)와 그 주변은 강남에서 업무·복합지구로 개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하게 남은 땅이다.
이곳에는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KT 등 대기업 연구소와 500여개의 AI,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서초구는 여기에 더해 특구 내에 1000개의 스타트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더케이호텔 부지·도시첨단물류단지 등 특구 내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되면 대규모 공공기여로 부지·시설 등이 추가로 확보되고, 개발 시너지효과가 작용해 집적화에도 속도가 붙는다.
서울시는 지난해 이곳에 AI 산업 지원시설의 컨트롤 타워인 ‘서울 AI허브’를 개관했고, 그곳에 문을 연 '국가 AI연구거점'은 AI 연구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
도시첨단물류단지 옆 양곡도매시장 부지에는 연면적 27만㎥ 규모의 '서울 AI테크시티'도 조성한다.
전 구청장은 "지금의 AI 허브보다 규모를 10배 확장한 AI 테크시티를 특구 내에 만들고, AI 인재 육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최근 발표는 서초구에 천군만마"라며 "서초구는 서울시, 중앙정부와 원팀이 돼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특구 지정은 중소벤처기업부가 했고,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는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권한과 역할이 크지만 서초구에서는 기초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병렬적, 동시다발적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전 구청장은 "AI 특화사업 추진을 위한 조례 제정을 상반기에 마치면 규제 특례를 적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며 "중소기업육성기금 설치 및 운영 조례 개정도 상반기 중 마무리해 스타트업 투자에 따른 기금 활용 근거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구에는 6개의 규제 특례가 적용된다.
특허 출원 때 다른 출원보다 우선적으로 심사받아 기술이전과 산업화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특허법과 특화사업에 종사하는 해외 우수인력의 비자 발급 완화와 체류 기간을 연장하는 특례는 효과가 크다.
또한 서초구는 3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시작으로 앞으로 5년간 총 1100억원 이상의 펀드를 조성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행정적 지원도 적극적으로 도울 계획이다.
양재 AI특구 우수기업센터(가칭)를 올해 6월 준공 예정인 강남데이터센터 오피스동(9층 규모)을 통임대해 회사당 20∼40인 규모의 우수 AI 스타트업 42개를 유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서초 AI 칼리지'를 통해 카이스트와 협업해 서초구 청년들을 A 전문가로 키우는 사업도 4년 전부터 시작했고, 숭실대학교와는 'AI·ICT 핵심인재 양성'을 위한 협약을 맺어 AI테크노융합학과 석·박사 학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양재 AI특구 내 순환 셔틀버스도 도입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신분당선 추가 역사 신설, 위례과천선의 특구 연결 등을 추진한다.
전 구청장은 "대중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특구 내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를 내년까지 도입하고,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과 관련해 신분당선 추가 역사 신설 계획을 하림 등 대기업과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부간선도로 지하화,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발표한 서초구 원지동, 우면동 일대 221만㎡ 그린벨트 해제와 공동주택 2만가구 조성 또한 이 일대의 시너지 효과가 큰 계획이다.
전 구청장은 "특구 동쪽인 강남대로 건너편 양재 ICT특정개발진흥지구 진흥계획도 양재 AI특구와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진흥지구 지정이 완료되면 용적률·높이제한 완화, 관련 업종 지방세 감면 등 혜택이 뒤따른다.
서초구는 연내 서울시의 지구 지정을 목표로 뛰고 있다.
전 구청장은 "이 모든 것을 엮어 서초를 직·주·락(일자리·주거·생활편의)이 한곳에 모인 콤팩트 시티로 조성하겠다"며 "AI특구의 발전은 경제적 성장과 주민들이 삶의 질은 물론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