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5% 안팎’ 공식 성장률 목표치를 변경하지 않았지만, 올해 양회(兩會)의 정부공작보고(업무보고) 톤은 달랐다.
주목할 만한 성과에 대한 일반적인 요약에서 현재 중국이 직면한 문제의 다양성에 대한 이례적인 솔직한 평가로 균형이 바뀌었다.
이 내용은 ‘외부 환경의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하면서도 국내 기반이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작성한 장문의 보고서 중간에 묻혀 있었다.
이 메시지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미국과의 갈등 고조는 분명히 중국의 대외 우려의 최상단에 있다.
중국에 좋은 소식은 중국이 이전에도 이 길을 걸었다는 점이다.
나쁜 소식은 2010년대 후반 1차 무역전쟁보다 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새로운 단계의 미국의 관세 인상과 제재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양자 무역 갈등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지만 중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12.8%로 하락했다.
이는 1차 무역전쟁이 시작된 2018년까지의 5년 평균인 19.8%를 밑돈다.
그러나 다자간 영향은 미미했다.
중국은 인상적인 수출 다변화 전략을 실행했다.
베트남, 러시아, 인도는 물론 독일, 영국,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멕시코에 대한 수출 노출이 크게 증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으로 인해 미국의 수출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국은 외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수출 다변화를 강화해야 한다.
향후 몇 년간 글로벌 무역 주기가 다시 위축될 것이란 전망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다자간 ‘상호’ 조치로 확대함에 따라 보복이 기본적인 무역 전망에 위험을 더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가 5%인 상황에서 새로운 외부 충격은 이를 상쇄해야 하는 국내 수요에 대한 압력을 가중한다.
예상대로 부동산 부문의 약세가 지속되면서 정부는 ‘소비 및 투자 수익 증대’를 향후 1년간 최우선 경제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이 순위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 주도의 리밸런싱은 오랫동안 중국 정책 분야에서 논의돼 왔지만 이러한 노력에 대한 성과는 거의 없었다.
중국 당국은 자동차, 가전제품, 소비자 전자제품 같은 노후 고가 내구제에 대한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보상판매 캠페인(이구환신·以舊換新)’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일회성 교체 수요 증가만으로는 과도한 예방적 가계 저축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이는 자발적 소비의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불확실함을 강조한다.
낙관적인 전망은 최근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소비자 신뢰에 활력을 불어넣고 가계의 과도한 저축을 줄이도록 장려할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중국에 대한 최신 평가에 따르면 코로나19 봉쇄 종료 이후 가계 저축이 일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저축률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2023년 급증하는 가계 은행 예금은 중국의 명목 GDP보다 13% 가까이 많았기 때문에 최근 경기 부양책이 저축을 줄이고 억눌렸던 개인 소비를 촉진하기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의구심이 든다.
인민은행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중국 도시 거주자의 60% 이상이 여전히 개인 저축을 늘리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 이전인 2018년 초의 약 40%보다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나는 오랫동안 중국의 과도한 저축 문제에 대한 필수적인 해결책으로 의료, 연금, 후커우(호적·戶口) 개혁 등 보다 강력한 사회 안전망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최근 발표한 30개 항목의 소비진흥특별행동방안은 이 접근 방식에 대해 실망스러울 정도로 미미한 지원을 제공한다.
대신 중국은 경제의 공급 측면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투자 수익에 동일하게 높은 우선순위가 부여된 것과 마찬가지로 ‘신품질 생산력’ 및 관련 신흥 산업 클러스터, 특히 인공지능(AI), 첨단 컴퓨팅, 대체 에너지 생성 및 저장 분야의 혁신에 상당히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전체 공장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며, 중국의 엄격한 한 자녀 가족 계획 정책에서 비롯된 생산 연령 인구 감소에 대한 중요한 균형추로 여겨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전략에는 중요한 함정이 있다.
수요 측면, 특히 가계 소비에서 상응하는 증가가 없다면 공급 측면에서 총요소생산성에 대한 집중 강화는 스스로 한계를 초래할 수 있다.
수요 부족 경제인 중국은 신품질 제품의 과잉 생산분을 전 세계로 수출해 이미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보호무역주의의 압력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25년 넘게 중국은 여러 주요 외부 도전에 직면해 왔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1년 완만한 경기 침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그리고 1차 무역 전쟁이다.
이 경우 중국은 ‘웨이지(위기·危机)’에 굴복하지 않고 강력하게 대응했다.
위험과 기회라는 중국어 단어의 이중적 의미에 따라 중국은 기회를 포착해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이 전략은 중국이 실물 경제의 강력한 기저 모멘텀이라는 뒷받침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 부분 효과적이었다.
오늘날 중국엔 그런 여유가 부족하다.
작년에는 중국이 5%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더 험난한 대외 환경 속에서 중국이 2025년에 이를 달성하기 위한 압박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China knows economic challenges lie ahead. Is it ready for them?’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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