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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명품 도시’ 바라보는 화성시…‘정명근의 꿈’에 그치지 않으려면 [오상도의 경기유랑]

GRDP·경쟁력·기업체 수·출생아 수 등 독주…전국 수위
정명근 시장 “‘화성의 기적’…내 삶의 완성, 화성특례시”
특례시 출범 첫 시민의 날 자축…“105만 시민 노력 덕분”
경기 침체로 화성국제테마파크 우려…국제공항도 난제


“나의 발자국이 누군가의 길이 되기를…”

스위스 루체른의 눈밭에서 어느 여행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 푸른 산을 타고 가는 여정 속에서 툭 튀어나온 ‘진담’이었을 것이다.

정명근 화성시장이 3월 20일 화성시청 대회의실에서 화성특례시 출범 첫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화성시 제공
시(市) 승격 23년 만에 인구 105만 특례시로 급성장한 경기 화성시는 이런 표현에 딱 들어맞는 행보를 걷고 있다.
올해 초 전국 5번째 특례시로 공식 출범하면서 안팎의 이목을 끌고 있다.


25일 경기도에 따르면 최근 국가통계포털에 공개된 ‘경기도 시·군 단위 지역내총생산(GRDP) 경제활동별 지역내총생산’의 가장 위 칸에는 화성시가 이름을 올렸다.
화성시(95조1507억원), 성남시(56조5855억원), 수원시(40조9588억원)의 순이다.
모두 인구 100만 안팎의 대도시들이다.
그런데 화성시의 GRDP는 도내 1위를 뛰어넘어 이미 전국 1위 수준이다.
도내 2위인 성남시와도 거의 2배가량 차이가 난다.

◆ ‘빛나는 별빛 화성’ 밝은 미래 다짐…10년 뒤 150만 인구

GRDP는 일정 기간 특정 지역에서 창출된 최종 생산물 가치의 합을 나타내는 경제지표다.
주로 경제규모를 파악할 때 활용되는데, 이를 분석해 경제정책 수립에 참고하고 도시 및 산업 경쟁력 연구 등에 사용한다.

3월 21일 화성시 수원과학대학 신텍스에서 열린 제25회 화성특례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내빈들이 기념버튼을 누르고 있다.
화성시 제공
이런 이유에서일까. 이달 20일 정명근 화성시장은 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 삶을 바꾸는 희망화성’이란 비전을 ‘내 삶의 완성, 화성특례시’로 바꾸었다.
△종합경쟁력 △GRDP △기업체 수 △출생아 수에서 전국 1등을 거머쥐면서 ‘대체불가의 경쟁력을 지녔다’는 자부심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시장은 “우리는 ‘화성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놀라운 성장의 역사를 써내려 왔다”며 “화성이란 두 글자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가는 당당한 도시를 떠올리게 한다.
화성을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직(職)·주(住)·락(樂)이 조화를 이룬 기업도시, 임기 말 25조원 투자 유치 등 모든 게 장밋빛으로 점철됐다.
화성형 기본사회 실현을 위한 37개 사업 추진, 출산지원금 100억원 지원, 추가 대학병원 유치, 14개 철도사업 완성 등도 제시됐다.

화성시 4개 구청 신설안
정 시장은 “10년 뒤 화성특례시는 GRDP 120조원, 재정 5조6000억원, 인구 150만명, 합계출산율 1.5명이란 지표를 선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튿날인 21일 화성시 수원과학대에서 열린 첫 시민의 날 기념식에는 1500여명이 참석했다.
정 시장을 비롯해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시민 등이 자리를 채웠다.
기념식은 국립경찰교향악단의 클래식 공연으로 막을 연 뒤 시민헌장 낭독, 특례시 출범 및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 표창, 기념사 등으로 이어졌다.

2024년 10월 열린 특례시 특별법 국회토론회. 화성시 제공
◆ 탄핵사태로 주춤한 행정구(區) 설치…문화예술 공간 시급

과연 화성시의 미래는 푸른 꿈으로만 덮여 있을까.

당장 넘어야 할 산은 행정구청 신설이다.
화성시는 4개 구(區) 설치 추진에 행정력을 모으고 있지만 여전히 만만찮은 일이다.
행안부는 2007년 천안시의 구청 승인을 마지막으로 추가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탄핵·계엄 정국 탓에 화성시의 구 설치 움직임은 둔해진 상태다.

3월 1일 화성시청에서 열린 화성특례시 출범 기념식수 행사에서 정명근 시장(오른쪽 두 번째)이 나무에 흙을 덮고 있다.
화성시 제공
시는 전임 시장 때인 2019년 이미 3개 구청 신설을 추진하다가 무산됐다.
당시 경기도를 통해 접수했으나 행안부로부터 자료를 재요구받았다.
이 사업은 결국 민선 8기로 넘어왔다.
이후 용역과 시민설명회를 거쳐 구체화하고 있다.
여론과 공론화 과정을 담은 실태 조사서는 이미 경기도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100만이 넘는 화성시가 아직 행정구청 하나 없는 건 기형적 구조임이 틀림없다.
시청에 집중된 업무를 분산하고 행정 서비스를 특례시에 걸맞게 끌어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동부권의 동탄 등을 제외하면 아직 황막한 화성시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옮겨놓은 것처럼 세계적 수준의 공연·문화예술 공간을 마련한다는 정 시장의 바람도 아직은 요원한 꿈에 불과해 보인다.

무엇보다 장기 침체의 조짐이 뚜렷한 경제 상황 속에서 파라마운트 그룹과 함께 추진하는 화성국제테마파크는 정상궤도에 오르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천혜의 서해안 해양관광벨트와 자연환경을 지닌 화성을 두고 종종 거론되는 국제공항·군공항 설립 주장도 앞으로 화성이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할 난제로 분류된다.
화성=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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