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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의 제5영역] 극단을 거부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대

두려움을 이겨낸 ‘첫 번째 펭귄’의 도전
덜 빛나도 올바른 길이기에 기꺼이 동참


한국의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50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중복이 있겠지만 사실상 소셜미디어를 하는 대부분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인스타그램에는 해시태그(#)라는 약속이 있다.
특정 화제를 ‘#’ 기호 뒤에 붙여 동일 주제의 관련 정보를 쉽게 공유하는 약속이다.

이 해시태그가 처음 사용된 건 인스타그램이 아니라 2007년 트위터, 지금의 엑스(X)에서다.
크리스 메시나라는 개발자가 “같은 주제의 정보를 # 표시를 써서 공유해 보자”는 제안을 올렸다.
반응은 차가웠다.
트위터 창업자들은 “절대로 인기를 끌지 못할 아이디어”라고 단정 지었고, 다른 사용자들은 “안 그래도 쓰레기가 잔뜩인 트위터의 새로운 쓰레기”라며 조롱했다.
오늘날 트위터를 넘어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전체에서 매일 수억회 쓰이는 해시태그의 초라한 시작이었다.
김상훈 실버라이닝솔루션즈 대표
진짜 변화를 만든 주인공은 메시나가 아니었다.
메시나의 제안 후 두 달 뒤, 네이트 리터라는 메시나의 친구가 샌디에이고 지역에 발생한 산불 소식을 트위터로 알리면서 #sandiegofire(샌디에이고 화재)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했다.
그러자 지금까지 해시태그를 쓰레기라고 불렀던 사람들마저 해시태그를 따라 했다.
인근 지역 가옥 1600채를 집어삼킨 산불 소식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해시태그 사용은 들불처럼 온 세계로 퍼졌다.
2010년에는 민주화를 바라는 중동 지역에서 #ArabSpring(아랍의 봄)이 번져 나갔고, 2017년에는 세계 여성들의 #MeToo(미투) 운동이 만연한 성폭력의 문제를 깨닫게 했으며, 2020년에는 홍콩, 대만, 태국 등의 민주화 운동가들이 #MilkTeaAlliance(밀크티 동맹)라는 해시태그로 뭉쳤다.

사람들은 세상을 바꾸는 도전자를 가리켜 ‘첫 번째 펭귄’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바다사자 같은 포식자가 우글거리는 물속으로 처음 뛰어드는 용감한 펭귄이 무리의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첫 시도는 실패로 끝나기 쉽지만 그들의 노력에 경의를 보내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런데, 정말로 무리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 첫 번째 펭귄일까?

첫 번째 해시태그 주창자 메시나의 이름은 여전히 계속 기억된다.
하지만 해시태그를 자리 잡게 만든 건 네이트 리터 같은 이름 없는 두 번째, 세 번째 펭귄들이었다.
해시태그에 세상을 바꿀 힘을 부여한 것 또한 아랍의 봄과 미투 운동, 밀크티 동맹의 가치에 함께한 무명의 참여자들이었다.
이들은 사람들이 첫 번째 펭귄을 조롱하는 그 순간, 좌고우면하지 않고 첫 번째 펭귄을 따라서 물에 뛰어든다.
이들은 첫 번째 펭귄과 달리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은 단지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에 첫 펭귄의 뒤를 따른다.

극단의 시대다.
이런 때일수록 사람들은 모두 안전한 ‘우리 편’ 진영을 찾아 그곳에 머무르고자 한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목소리 큰 ‘우리 편’의 극단적인 주장을 거부하면서 화합과 원칙, 공동체를 얘기한다.
그 용감한 ‘첫 번째 펭귄’들의 이름까지 따로 부를 생각은 없다.
지금은 그들의 이름만으로는 부족한 시대니까. 내가 덜 빛나고, 내 이름이 기억되지 않더라도, 그것이 올바른 길이기 때문에 뒤따라 바다로 뛰어드는 두 번째, 세 번째 펭귄들의 용기가 필요한 시대니까.

김상훈 실버라이닝솔루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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