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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상법 개정은 실패할 수 있다

어떤 정책이나 제도가 항상 뜻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지난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이었던 소득주도 성장론이 그랬다.
며칠 전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소득주도 성장론과 여러모로 닮았다.
취지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실험적이고, 급작스러우며, 특정 가치에 매몰돼 있다.
또한 낙관론에 의지하고 있다.
상법 개정도 의도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거나 그럴 우려가 있다는 것을 꼭 한 번 생각했으면 한다.

실험적이다.
국가마다 고유한 법체계가 존재한다.
이와 충돌하는 입법은 신중히 해야 한다.
이번 상법 개정은 법률관계가 존재하는 당사자 간에만 의무를 부담시키는 우리 법체계를 간과하고, 이사의 직접적인 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였다.
주요국에서 유연한 판례의 뒷받침 없이 명문 조항으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직접적 의무를 규정한 나라는 없다.
이사의 의무에 주주 이익 보호가 포함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 해석론이기 때문이다.
권용수 건국대 KU글로컬혁신대학 교수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법 해석론에 기초한 가이드라인 활용이라든지 문제가 많은 기업 행태를 시정하기 위한 자본시장법이나 거래소 상장 규정 개정 같은 단계적 조치 없이 우리 법체계와 맞지 않는 갈라파고스적인 법을 만들었다.

급작스럽다.
상법은 소상공인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업을 규율하는 가장 기본적인 법으로 그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
문구 하나가 기존 인프라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 리스크 대응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주주와 이사 간의 충실의무 위반 관련 소송이 가장 먼저 폭주할 수도 있다.

특정 가치에 매몰돼 있다.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위해 주주의 이익뿐만 아니라 채권자와 근로자의 이익, 탄소중립 등 사회적 과제에 대한 대응도 고려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상법 개정은 주주를 지나치게 부각시키고, 주주와 채권자, 주주와 근로자 등의 긴장 관계를 심화시키는 면이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 자영업자의 눈물로 이어진 사례가 주는 교훈을 생각해 봐야 한다.

낙관론에 의지하고 있다.
모든 주주의 이익이 공평하게 대우 되면, 기업가치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하에 상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를 지지하는 분들은 법 개정 이후 주주환원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주주환원이 충분하면 주가가 올라간다는 말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투자보다는 환원이 필요한 성숙기업에나 맞는 말이다.
기업가치가 증가하려면 이사의 적극적인 경영을 끌어내 기업의 수익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기술 대형주가 주도하는 시장이다.
이런 종목들은 주주환원보다는 적기에 대규모 투자를 바른 방향으로 집행하고 수율을 높이는 것이 주가에 더 즉효이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 투자 미흡으로 주가가 떨어진 기술 기업들의 투자가 감소하면 우리 경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에 이어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열렬히 주장하는 것은 그 철학의 본류가 같기 때문인 것 같다.
좋은 뜻으로 추진하는 것이지만, 자본시장과 경제에 대한 이해와 지향하는 바가 다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실험을 할 형편이 안 된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때가 아닌 것이다.

권용수 건국대 KU글로컬혁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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