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오는 봄바람에, 고려인의 노래가 실린다.
세월을 견뎌낸 목소리들이 다시 무대 위로 오르며, 잊히지 않은 이야기를 전한다.
광주에 정착한 고려인 동포 어르신들로 구성된 ‘고려인 마을 아리랑가무단’이 지역 봄맞이 축제 초청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다.

30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아리랑가무단은 광주 곳곳에서 열리는 문화행사에 초청돼 고려인의 역사와 정체성을 노래로 전하는 무대를 준비 중이다.
이들의 공연은 단순한 무대를 넘어,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삶과 기억을 지역사회와 나누는 문화적 장으로 기획됐다.
이번 공연에서 선보일 대표곡은 ▲‘고려아리랑’ ▲‘씨를 활활 뿌려라’ ▲러시아어 가곡 ‘백만송이 장미’ 등이다.
모두 고려인 공동체의 정체성과 삶의 궤적을 담은 곡들로, 세대를 넘어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고려아리랑’은 고려인문화관 김병학 관장이 작사하고, 카자흐스탄 출신 고려인 작곡가 한 야코브 씨가 곡을 붙인 노래다.
일제강점기와 스탈린 정권 시절 강제이주된 고려인들의 고난과 애환이 담겼으며, 현재 디아스포라 고려인 55만 명이 애창하는 곡으로 알려져 있다.
‘씨를 활활 뿌려라’는 1937년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이후, 황무지를 개간하며 새로운 삶을 일군 고려인들의 개척정신과 희망을 노래한다.
이 노래는 절망 속에서도 공동체의 연대와 생존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역사적 문화 유산으로 평가된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아리랑가무단의 무대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고려인의 문화와 역사를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다”며 “노래를 통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따뜻한 봄의 감동과 위로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송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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