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함께 지내는 동화작가이면서 청소년 소설가인 김하은씨가 깨끗이 씻은 돌 두 개를 보여주며 환하게 웃는다.
창작촌을 지키는 카뮈(개 이름)가 선물로 준 것이라며. 좋겠다.
개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돌이나 나뭇가지를 바친다고 한다.
고양이들이 쥐나 다람쥐를 납작하게 만들어 바치듯이.
![]() |
하은씨는 바리스타 자격증도 딴 커피 애호가라 그녀가 타 준 커피는 천상(?)의 맛! 사람이 좋으니 카뮈도 그걸 알아보고 곧 떠날 사람인데도 제 사랑을 바치는구나. 좋다.
참 따뜻하다.
이곳에 온 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났건만 그동안 정말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시 한 편도 쓰지 못하고, 슬로슬로 퀵퀵, 놀기만 한다.
활짝 핀 봄을 그리려고 왔는데 봄도 법도 나도 정말 나무늘보만큼 느리다.
그래도 힘을 내자, 달래고 다독이며 크게 기지개를 켠다.
나라의 슬픔도 사회적인 고뇌도 좀 더 참고 기도하면 언젠가는 창조적인 부글거림을 거쳐 부드러운 봄 시내가 되어 졸졸 흘러가겠지.
어딜 가나 제 욕심에 본성이 뒤틀린 사람들은 있는 법. 스스로 무엇 하나도 깨우쳐지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나마 나는 문학을 통해 나 자신을 위로하고 수리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그 덕에 여하한 것에서 한 발 비켜나 살 수 있고, 살아갈 수 있으니.
어느새 더디 더디 오는 듯하던 봄도 청운동 산책길 매화밭과 산수유밭을 향기롭게 물들여놓고, 곧 벚나무 꽃봉오리들을 펑펑 터트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 꽃망울들이 펑펑 터지면 우리 모두 환호하며 그 아래를 거닐자.
우리에게 아직도 소중한 삶이 남아 있다는 데 감사하며 너도나도 봄이 주는 은혜로운 ‘낙관주의 낭만주사’를 흔쾌히 맞자. 아무리 힘들어도 삶은 아름답고, 우리가 매일매일 사랑으로 함께 먹는, 함께 먹고 싶은 밥이니까. 한 마리 개조차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사랑의 선물을 건넬 줄 아는 그런 따스하고 넉넉한 사랑의 밥!
김상미 시인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