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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참사] "내 가슴 속에 묻힌 아들아"…100일 추모행사

"영원히 내 가슴 속에 묻힌 아들아, 단 한 번이라도 다시 볼 순 없을까…."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00일째인 7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이후 무안 공항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유족들은 희생자의 영정사진 앞에 300개의 '봄꽃화단'을 꾸미고 있었다.
사고 당시 칼바람이 불던 추운 날씨였지만, 어느새 다가온 봄을 고인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유족들은 희생자들의 사진 앞에 꽃을 놓으면서 환하게 웃다가도 어느새 눈물을 꾹 참고 있었다.
꽃으로 분향소를 장식하던 유족들은 영정사진을 만지면서 "아들아, 벌써 봄이구나, 제발 한 번만이라도 다시 볼 수 없을까"라고 외치며 눈물을 삼켰다.


참사 100일을 맞아 전국에서도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제주항공 참사로 고향 후배를 잃은 이춘(70)씨는 경기도에서 추모하기 위해 가족들과 무안 공항을 찾았다.
이 씨는 "초·중학교 고향 후배가 이번 참사로 희생됐다.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추모하러 잠시 들렀다"며 "유족들이 100일 동안 얼마나 슬픔에 몸부림쳤을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
하루빨리 사고원인이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참사 100일을 맞아 희생자 179명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이날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렸다.
추모행사는 유가족협의회의 기자회견으로 시작해 봄꽃화단 꾸미기, 손편지 쓰기 등 순으로 진행됐다.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오전 2층 대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심리 지원이 실질적으로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미 있는 트라우마 센터를 활용해 유족들에게 일대일 매칭을 해주길 원한다"며 "이번 참사와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변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족들은 기록이 중단된 블랙박스의 복기 등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이 좀 더 신속하고 철저해야 한다"며 "블랙박스 기록이 중단된 사고 직전 '4분 7초' 동안의 행적에 대해 CCTV 등의 자료들을 확인해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
이 내용이 신속히 복기 돼 엔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이어 고인에게 전하지 못한 말을 손편지에 꾹꾹 눌러썼다.


한 유족은 편지에 '영원히 내 가슴속에 묻혀버린 동생들아, 아직도 너희 영정 사진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구나, 제발 너희만을 아니길 빌었는데,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니'라고 적으며 눈물을 훔쳤다.


또 다른 유족은 '너희들 앞에 꽃밭이 생겼다.
아들, 딸들 행복하게 하늘나라에서 지내길 바랄게'라고 한 글자씩 써 내려갔다.


한 유족은 "아직도 옆에 있을 것만 같고 너무도 보고 싶은 아들에게 편지라도 써서 잘 지내라고 말해줬다"며 "참사 이후 단 하루도 이곳을 떠난 적이 없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돼야 이곳을 떠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천병현 유가족협의회 상임이사는 "대표단도 유족이고, 봄꽃화단 등을 통해서 다른 유족들도 마음이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도록 100일을 맞아 준비했다"며 "아직 제주항공 참사는 사고 원인 규명도 되지 않았고 끝난 것이 아니다.
유족들도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느라 힘든 시기인데, 시민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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