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포메이션]日 반도체 '드림팀' 라피더스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세계 최첨단 로직 반도체의 개발·제조를 목표로 합니다.
" 지난해 8월 설립된 일본 신생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 홈페이지 첫 화면에 나오는 문구다.
라피더스가 파운드리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에 도전장을 던졌다.
선폭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최첨단 반도체로 TSMC, 삼성전자와 경쟁구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라피더스는 신생기업이지만 8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일본 대기업들이 모여 만든 일종의 연합체다.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 등 8곳이 뭉쳤다.
주식회사 일본의 드림팀이라 할 수 있다.
본사는 인재확보가 쉬운 도쿄에 있다.
초기 실탄으로 8개 기업의 출자금 73억4600만엔(약 702억5000만원)과 정부 지원금 700억엔(약 6650억원)을 확보했다.

라틴어로 '빠르다'는 뜻을 가진 라피더스 사명 답게 설립 후 시제품 제작도 속전속결이다.
당장 다음달까지 인프라가 안정적이고 우수한 인재확보가 가능한 지역에 시제품 양산 부지를 결정하고 2025년 상반기 2나노 시제품 생산라인을 가동한다.
그리고 2030년이 되기 전에 2나노 반도체 양산을 성공시킨다는 목표다.
2나노 칩 생산 기술 확립에 2조엔, 양산 라인 마련에 3조엔을 우선 투입할 계획이다.
라피더스가 생산하려는 2나노 반도체는 슈퍼컴퓨터, 인공지능(AI) 등에 쓰일 수 있으며 현재 TSMC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7나노 칩에 비해 최대 45% 향상된 성능과 75% 적은 에너지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일본 기업들의 집합체라는 특성을 살려 2나노 칩 생산 성공을 위한 업무제휴도 수준급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6월에 방문한 유럽 최대 규모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도 뚫었다.
라피더스는 지난해 말 IMEC과 기술제휴에 합의해 인력 파견을 통한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 확보에 나선다.
미국 IBM과도 2나노 공정 기반의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고 시장 확장에 협력하는 업무 협약을 맺었다.

라피더스는 고객사에 첨단 반도체를 전달하는 시간도 최대한 단축할 계획이다.
고이케 아쓰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최첨단 칩을 생산한다는 것은 설계와 제품생산 과정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라피더스는 고객사 설계 지원과 양산 공정 조정 등으로 고객사에 첨단 반도체를 전달하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량 우위를 점하고 있는 TSMC, 삼성전자와 차별화 포인트로 '빠르다'를 내세운 것이다.
반도체 전문가인 고이케 사장은 미국 반도체기업 웨스턴디지털의 일본 자회사를 이끈 경험이 있다.
신생회사 라피더스를 첨단 제품만 양산하는 고수익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회사로 만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