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들이 속속 나오면서 시장 성장이 기대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이미 임상 최종 단계에 접어든 약물을 보유한 한미약품이 이번에는 글로벌 학회에서 기존 치료제를 훨씬 뛰어넘는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약물을 선보인다.

한미약품은 오는 21~24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리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HM15275와 관련한 비임상 연구 결과를 4건 공개한다.
ADA는 매년 1만5000명 이상의 당뇨병 전문가가 모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비만·당뇨병 관련 학회다.

HM15275는 GLP-1뿐만 아니라 위 억제 펩타이드(GIP), 글루카곤까지 총 세 가지의 작용 기전을 합친 삼중 작용제로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다.
지난달 미국에서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는 GLP-1에만 작용하고,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는 GLP-1과 GIP에 이중작용하는데 HM15275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보다 효과적인 체중 감량을 노린다.

이번에 공개되는 연구 결과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동물모델에서 HM15275의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한 결과다.
쥐 실험에서 HM15275는 투약 3주 차에 체중을 39.9% 줄였다.
위고비와 젭바운드를 투약한 쥐들이 각각 15.0%, 25.3%의 체중 감량을 보인 데 비해 압도적인 감량 효과다.
아직 동물실험 단계로 향후 사람 대상 임상에서 실제 결과를 확인해야 하지만 기존 블록버스터 치료제보다도 더 뛰어난 감량 효과를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한미약품은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는 근 손실은 최소화하면서도 수술적 요법을 통한 25% 수준의 체중 감소에 버금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다.
임상 3상에서 위로비와 젭바운드는 평균적으로 각각 14.9%와 26%의 체중 감소를 나타냈다.

한미약품은 HM15275의 심부전과 심혈관질환, 신장질환 등에 대한 개선 효과를 입증한 전임상 실험 결과도 이번 ADA에서 함께 공개한다.
이들 질환은 비만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어 GLP-1 치료제들이 계속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는 분야다.
위고비는 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인정받은 걸 계기로 미국 공공보험 진출까지 성공하기도 했다.

이번 결과 발표로 한미약품이 비만 정복을 목표로 진행 중인 '한미 비만 파이프라인(H.O.P)' 프로젝트는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이미 임상 3상에 진입한 비만 치료제 후보 물질도 갖고 있다.
국내 환자 420명을 대상으로 GLP-1 계열의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임상을 2026년 상반기 종료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2015년 글로벌 빅 파마에 당뇨 치료제로 기술이전됐지만 사노피가 개발을 중단하면서 2020년 반환된 물질이다.
이 같은 아픔을 겪었던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기사회생한 계기도 ADA였다.
사노피는 2021년 ADA에서 이미 기술반환한 물질임에도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체중 감소 및 혈당 조절 효과를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한미약품은 이후 이를 '한국형 비만약'을 내걸고 개발해오고 있다.

이번 ADA에는 한미약품 외에도 동아에스티, 프로젠 등이 비만 치료제 관련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인 뉴로보파마슈티컬스를 통해 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인 GLP-1·글루카곤 이중 작용제 DA-1726의 전임상 연구 결과를 공개한다.
지난 2월 FDA로부터 임상 1상을 승인받고 4월에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전임상에서 대조군 대비 31.9%의 체중 감소 효과를 쥐 실험에서 나타냈다.
이외에도 이상지질혈증 조절, 혈당 강화 효과 등을 확인했다.
프로젠은 비만·당뇨 치료제로 개발 중인 PG-102의 혈당 조절 효과와 안전성 데이터를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