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위상을 올리려면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
경제 성장 없는 국격은 없다.
국격은 기업이 올린다.
그래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일 '2024 한경협 최고경영자(CEO) 제주하계포럼'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포럼은 이날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호텔 제주에서 한국경제인협회가 개최했다.

기조강연 주제는 '대전환 시대, 초일류 기업으로 가는 길'이다.

이 전 대통령은 기업인, 서울특별시장, 대통령으로 지냈던 경험과 지혜를 포럼에 참석한 기업인들과 나눴다.
특히 대통령 재임기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한국이 '플러스(+)' 성장을 거둔 비결을 공개했다.

그는 미국 300억달러(약 41조5000억원) 통화스와프를 유도한 뒤 일본(900억달러·125조원), 중국(300억달러) 딜을 성사하고 외환을 안정시킨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대통령은 "미국 딜 이후 중국을 찾아가 '미국도 해줬다'고 하니 솔깃해했다"며 "일본도 처음엔 30억달러 계약을 해주겠다고 하다가 중국이 300억달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중국보다 먼저 해달라'며 900억달러를 해줬다"고 했다.

그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수주 스토리도 들려줬다.
대통령이 아닌 기업인으로서, 기업가 정신을 통해 비즈니스를 성공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대통령 중 원전 공사를 직접 참여해 본 이는 본인밖에 없다고 설득했다.
이미 프랑스와 계약이 끝난 상황을 뒤집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UAE 국왕에게 대한민국이 딜을 했다면 준공 후 애프터서비스도 훌륭하게 잘 할 수 있지만, 이미 (계약이) 끝났으니 어떻게 할 것이냐고 하니 UAE 측에서 도와주겠다고 했다"며 "바로 수락하는 게 아니라 '우리라면 잘할 수 있는데'라고 돌려 말했다"고 했다.
이어 "이것은 비즈니스지 국가 정상 간 얘기가 아니다"라며 "이렇게 위기를 극복하니 대한민국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이 '패스트 팔로워'가 아닌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대한민국은 남(다른 나라)이 하는 거 따라가는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이어 "AI 시대가 되면 사람(인구)이 적어도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AI 시대에 어떻게 잘 적응하느냐에 따라 사람(인구)이 좀 줄어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개회사에서 '이사 충실 의무 확대' 논의 확대 같은 규제가 기업 경영 발목을 잡는다고 지적했다.
류 회장은 "우리 기업은 대전환 시대의 파고에 맞서는 것도 벅찬데 근거 없는 반기업 정서, 낡고 불합리한 규제들이 아직도 발목을 잡고 있어 안타깝다"며 "교각살우의 어리석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신중하고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각살우는 잘못된 점을 고치는 방법과 정도가 지나쳐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는 말이다.

류 회장은 "어느새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 혁명이 밀려와 AI가 온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시대"라며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 나아가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서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