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노조연대, 이재용 회장에 "삼불통 임원 계열사 파견 중단해야"

삼성 계열사 노동조합 11개가 참여한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이하 삼성연대)가 7일 이재용 회장에게 “전문경영인이 책임감 있게 독립 경영을 할 수 있도록 계열사별 초격차 DNA를 구축해주시길 촉구드린다”고 했다.

삼성연대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삼성그룹 조직문화 개선과 계열사 낙하산인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수직적 충성 경쟁에 집중하는 ‘삼불통’ 임원들의 계열사 파견과 보은인사를 중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삼성연대는 ‘삼불통’을 회사 이익보다 그룹 오너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직원과의 소통에 한계가 있는 비서통·재무통·인사통 임원을 지칭하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연대는 “AI 시대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삼성의 수직적이고 관료적인 조직 문화에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국민기업 삼성이 조직문화 차원에서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내부자로서 알려드리고자 한다”고 했다.

삼성연대는 “조만간 경영진 인사가 있을 예정인데, 기존 삼성그룹 경영진 인사가 현재 삼성의 문제점들을 일으킨 주요 원인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연대는 “삼성전자 임원들과 사업지원TF의 고위직들이 삼성전자의 우수한 DNA를 주입한다는 명목으로 각 계열사로 파견되는 인사를 지속해왔다”며 “수많은 삼성전자 출신 임원들이 낙하산처럼 계열사로 내려와 계열사 DNA를 망가뜨린다”고 했다.

삼성연대는 “계열사 주요 임원으로 온 분들은 이재용 회장만 쳐다본다”고 했다.
이어 “상명하달식 지시 문화가 고착화되면서 삼성 내에서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상향식 의견 제시는 무시되는 결과를 낳는다”며 “결국 삼성 불통 문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적 권한이 없는 제3자인 사업지원TF 또는 금융경쟁력제고TF에서 사실상 계열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한다”며 “경영진 배임 발생 소지도 있다”고 했다.

삼성연대는 삼성의 조직문화를 신라시대 골품제도에 비유했다.
삼성연대는 지배계급인 순수 왕족 혈통 성골·왕족과 결혼한 혈통 진골·6두품과 같이 삼성이 피지배 계급인 노동자들을 통제해왔다며 “진골은 비서실, 재무팀, 인사노무팀 라인”이라고 했다.

삼성연대는 “이들은 삼성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각 계열사에서 대표이사 또는 주요 경영진이 되어 계열사를 통제해왔다”며 “그래서 많은 노동자들은 이들의 입과 심기만 살피며 살아왔다”고 했다.
이어 “이재용 회장의 재판이 조속히 진행돼 빠른 시간 안에 적절한 처벌과 함께 심판이 마무리돼야 한다”며 “이후 노조와 소통에 나서면서 그룹 회장으로서 책임 있는 경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삼성연대는 이같은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인사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이재용 회장의 직접 소통 ▲계열사에 맞는 전문성 갖춘 경영진 자체 발탁 ▲노사공동TF를 통한 임금·인사·평가제도 개선 등의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아울러 삼성연대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계열사 임원 인사와 내부 거래에 법적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 달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겸 경실련 재벌개혁특위 위원장은 “이재용 회장이 ‘문제는 현장에 있다’고 했지만 이는 리더십 문제점을 감추려는 표현”이라며 “그 말의 진정성을 가지려면 현장에서 일하는 삼성 노동자, 삼성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조와 대화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미전실이 해체된 다음 삼성전자 TF팀이 사실상 미전실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대리인을 내세우고 한 걸음 뒤에 떨어져서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직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이재용 회장이 보여줘야 할 리더십”이라며 “삼성의 오래되고 낡은 컨트롤타워는 이제 사라져야 할 때”라고 했다.

삼성연대는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울산·전국삼성전자서비스·삼성생명·삼성생명서비스·삼성화재·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삼성카드고객서비스·삼성웰스토리·삼성에스원참여·삼성E&A &U(엔유) 노조가 하나로 뭉쳐 있는 삼성 내에서 가장 큰 노조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재작년 탈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