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조 “포털 다음 분사·매각 저지… 800명 노동자 삶 위협받아”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3-19 17:07:37

노조, ‘경쟁력 강화’ 사측 언급에는 “비용 절감 포장”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 정문 앞에서 화학섬유식품노조 카카오지회가 포털 ‘다음’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내독립기업(CIC)의 별도 법인 분사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화학섬유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19일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털 사이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 콘텐츠 CIC(사내독립기업) 분사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크루유니언은 이날 입장문에서 “카카오 경영진은 콘텐츠 CIC 분사를 발표했다”며 “지분 매각도 감안하고 있다고 밝혔기에 이번 결정은 사실상 매각과 다를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카카오의 위기는 준비 없는 무분별한 분사로부터 시작됐다”며 “수많은 분사·매각 과정에서 혼란과 위험은 온전히 노동자들의 몫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콘텐츠 CIC 분사 후 폐업이나 지분 매각으로 사업을 축소한다면 문제는 더 커지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콘텐츠 CIC와 연관된 800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카카오 콘텐츠 CIC는 지난 13일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에게 ‘다음’ 분사 계획을 공유했다.

포털·검색·콘텐츠 분야에서 심화하는 경쟁 대응을 위한 돌파구 마련이라는 설명이다.
별도 법인으로 독립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과 빠르고 독자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세워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얘기다.

사측 입장에 크루유니언 뿐만 아니라 이날 연대발언에 나선 엔씨소프트 노조 등은 비용 절감을 위한 포장이라며, 근로자들에게는 불안정한 고용과 처우 악화라는 결과만이 돌아온다고 받아쳤다.

크루유니언은 특히 카카오 홍은택 전 대표와 카카오게임즈 조계현 전 대표의 보수가 수십억원이라며, “위기 상황에서 회사 실적이 나빠져도 경영진 보수는 오히려 늘었고 노동자들의 임금교섭은 더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사임으로 경영쇄신이 완료된 것처럼 말하지만, 내부에서는 뭐가 바뀌었는지 알 수 없다”며 사측이 과거의 실패한 경영전략을 되풀이한다는 비판도 더했다.

무책임한 구조조정과 분사 그리고 매각 중단을 요구한 이들은 오는 25일 예정된 주주총회 이전까지 임단협 교섭에 진전이 없을 경우 일괄 결렬을 선언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카카오 측은 “콘텐츠 CIC 분사는 이제 막 준비를 시작한 단계”라며 “분사 법인으로의 이동에 대한 선택권은 각 크루에게 있으며, 개별 크루의 의사를 존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