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대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K뷰티는 2017년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보복 조치 이후 현지 실적이 고꾸라졌지만, 중국 시장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북미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초기 단계인 만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데다 10억명 인구 대국인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 '빅3'로 꼽히는 코스메카코리아는 최근 김형렬 코스메카차이나 총경리를 선임했다.
총경리는 중국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지칭한다.
김 신임 총경리는 중국 대표 화장품 브랜드 ‘프로야(PROYA)’에서 영업을 맡아 매출 성장을 이끈 인물로 꼽힌다.
김 총경리는 “중국에서 고객사 확대와 매출 성장을 이끌어 그룹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코스메카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이 5243억원으로 전년대비 11% 증가한 반면, 이 기간 중국(코스메카차이나) 매출은 100억여원 줄어든 404억원에 그쳤다.
또 중국에선 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 전환했다.
코스메카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 실적이 부진한 탓에 중국 사업을 강화하고 고객사 확대를 위해 (김 총경리를)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경쟁 화장품 ODM 기업들도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콜마의 중국법인(중국무석) 매출은 1537억원으로 전년 대비 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80억원으로 전년보다 37% 줄었다.
코스맥스 중국법인(차이나·광저우·이센JV)은 지난해 574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4.9% 늘었지만, 한국법인 매출(1조3577억원)이 28.4% 급증한 것과 비교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화장품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 매출이 전년대비 105.3%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중화권에서는 26.7% 역성장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12.5% 늘어난 845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3년 전 중국에서 1조3000억원 매출고를 감안하면 여전히 회복 단계다.
중국 매출 비중이 24.2%에 달하는 애경산업은 지난해 중국법인 연결 매출액이 1642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K뷰티가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배경은 현지 소비자들이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궈차오(?潮)' 트렌드 확산하면서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중국 화장품 시장은 크게 성장했는데, 대부분 중국 현지 브랜드가 수혜를 입었다.
실제 지난해 11월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 행사 당시 전자상거래 업체 티몰과 타오바오 등을 운영하는 알리바바 플랫폼이 집계한 결과에서 기초 화장품 분야에서 중국 로컬 브랜드 '프로야'가 매출 1위를 거뒀다.
그동안 상위권에 있던 LG생활건강의 ‘후’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순위권에 포함되지 못했다.

현재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중국 로컬 브랜드들은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한국 화장품 제조사를 거쳐 성장하면서 품질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 때문에 한국 화장품과 품질 격차가 줄어들면서 현지 브랜드 소비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주요 고객사인 퍼펙트 다이어리, 화시즈, 인투유, 유니클럽, 컬러키 등 중국 로컬 인디 브랜드사가 부상하며 크게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은 여전히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1위 국가라는 점에서 K뷰티 업계에서 외면하지 못하는 시장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화장품 수출 금액은 11억9090만달러다.
이 기간 중국은 17억9289만달러로 훨씬 앞선다.
올해 들어 미국 수출액이 1억6656만달러로 집계되면서 중국(1억7968만달러)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을 넘어서지 못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의 화장품산업 시장 규모는 미국(1위)에 이어 전 세계 2위다.
북미 시장도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점도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 다른 지역에서 실적이 좋은 건 중국을 대신할 돌파구를 찾은 정도”라며 “미국에서 매출이 늘고 있긴 하지만 들어가는 비용이 많고, 아직 초기 단계가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중국 시장에서 부진했던 실적을 만회할 시장이 생겼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K뷰티 기업들은 현재 중국 시장에서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은 브랜드 매장들을 정리하고 온라인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과거처럼 마케팅 비용을 과하게 투입하거나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질적 성장에 집중하는 노선으로 변경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5월 미국과 일본, 중국 법인장을 모두 바꿨다.
중국 중심이던 글로벌 사업을 재편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었다.
LG생활건강은 중국에서 럭셔리 브랜드로 분류되는 '더후'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뷰티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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