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반도체 전문가들과 원로들이 공사석에서 자주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최태원 회장의 결단력이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 인수 이후 재무적으로도 글로벌 시장에 반도체 선풍을 일으키며 K-반도체 무대를 활짝 열었다.
특히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와 간의 긴밀한 협력을 주관하며 고대역폼 메모리(HBM) 시장을 리드할 수 있게 결단의 능력을 보여준 것은 최 회장의 결단력 덕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미국) 3개 기업만 생산 가능한데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 1위(2024년 기준 약 50% 이상)이며, 특히 엔비디아·AMD의 주요 공급사로 이 회사를 제외하곤 HBM 시장을 이야기할 수 없는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 HBM(1세대) 개발, 이후 지속적으로 개선된 HBM 시리즈를 개발해 왔고 마이크론보다 HBM 관련 기술 축적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시장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BM 글로벌 탑티어 자리에 오르도록 후원한 최 회장
HBM은 칩을 3D로 수직 적층(Stack)하는 TSV(실리콘 관통 비아) 기술이 핵심으로, TSV 기술력이 뛰어나면, 더 많은 DRAM 칩을 쌓으면서도 전력 효율을 적정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어 시장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사는 초미세 TSV 공정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 이 기술에 정통한 엔지니어들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탁월한 기술력을 가져도 수요처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을 터인데 AI 반도체 시장의 최강자인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의 HBM을 최우선 선택한 덕분에 이 시장 탑티어로 군림하게 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주력 제품인 5세대 HBM3E 12단과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를 나란히 전시하며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를 과시했는데 이는 양사의 긴밀한 파트너십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물론 엔비디아와의 협력에 최태원 회장이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주마가편으로 SK하이닉스는 더 높게 더 크게 고대역폭 메모리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가 주최하는 인공지능 콘퍼런스에서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4'를 처음 공개하며 인공지능 반도체 주도권 굳히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SK하이닉스가 주요 고객사들에 세계 최초로 HBM4 12단 샘플을 제공한다는 사실도 발표돼 경쟁사들을 놀라게 했다.
최태원 회장의 결기와 의지를 익히 알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 회장에게 HBM 신제품 공급 시기를 앞당겨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두 경영자의 친목과 신뢰도 대딘히 깊다. 여기서 말하는 신제품은 하반기 양산 예정인 HBM4이다. 이 제품은 초당 2TB(테라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대역폭과 최고 용량인 36GB(기가바이트)를 구현하고 있어 AI 시대를 이끄는 총아로 군림하게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의 리드 덕분에 가장 안정적인 수요처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창립 72주년 맞는 SK그룹
한편 SK그룹은 다음달 8일 그룹 창립기념일 72주년 행사를 6년 만에 서울 종로구 '선혜원'에서 개최한다. 선헤원은 최종건 초대회장의 생전 사저로 SK건립 정신이 깃든 유서깊은 곳이다. 선혜원은 최종건 초대 회장이 1968년 사저로 매입해 생애 마지막까지 머물렀으며 최태원 회장이 유년 시절을 보낸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창립기념행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사장단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트럼프 2.0 시대와 국내 정치 불확실성 속에서 그룹이 나아갈 방향성과 회장 메시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가에선 그룹 안팎의 위기 상황에서 그룹 리밸런싱을 주도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의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다.
사내 관계자들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해 잠시 어려움을 겪었지만 ‘리밸런싱(사업구조 개편)’과 주주들을 위한 ‘기업가치제고(밸류업)’의 영향으로 올해부터 상당 폭의 실적 신장을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그룹은 그동안 실적이 부진하거나 경쟁력이 낮은 기업을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뤄가고 있다.
실제 지난해 SK는 뺘를 깎는 강도 높은 리밸런싱을 시도하면서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SK의 연결대상 회사수는 649개로 전년 716개 대비 67개 줄었다. 상장사는 2개 감소했으며 비 상장사는 39개가 증가했고 104개가 줄었다. 몸집이 상대적으로 줄었고 선택과 집중의 리더십 아래 올해 나가야 할 방향성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의 경우는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3조7068억원이라고 18일 공시했다. 투자부문의 매출은 1조1009억원(29.7%), 사업부문의 매출은 2조6059억원(70.3%)로 집계됐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보면 지난해 SK의 사업부문 매출은 전년 2조4127억원보다 8%증가했으나 투자부분의 매출은 전년 1조7243억원대비 35.2%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투자부문에서 2023년 1조4287억원이었으나 지난해는 8470억원으로 40.7% 줄었다.
종속회사의 부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올해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스퀘어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개선되고 있고 시장 상황도 개선돼 우상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2025년에는 반도체 부문 비상장자회사 및 자체사업 실적개선과 이노베이션 및 E&S 합병효과 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SK이노베이션, SKC, 팜테코 등에서 실적부진이 나왔지만 올해는 리밸런싱과 밸류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한편 SK는 26년까지 시가총액 1~2%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소각 또는 정기 배당 시 추가배당을 지급하는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바 있고 24년 회계연도에 대한 연간주당 배당금이 7000원(+40%, 중간배당 포함)으로 결정돼 안정적인 주주환원을 통해 SK 주가를 떠받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경영진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자산매각이익을 배당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시장에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기도 하다.
금융가에선 올해 SK그룹의 신장세가 계열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우상향 곡선을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지속적인 리밸런싱 과정에서 추가 일회성 매각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기대감을 갖게 한다고 보고 있다.
한편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0월 경주 APEC을 계기로 열리는 '2025 APEC 경제인 행사' 현장을 17일 찾으면서 직접 점검하는 한편, “APEC CEO 서밋은 아태 지역의 경제 리더들이 모여 미래 성장과 협력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행사”라며 “경주·경북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가 딜로이트 컨설팅과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 APEC 개최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7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단기 직접효과는 3조3000억원으로 경제 활성화, 내수 소비 활성화 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가에선 SK그룹의 혁신적인 도전이 계속되면서 앞으로도 반도체 바이오 시장을 중심으로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
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25'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이 SK 전시 부스내 마련된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질의 응답을 진행하고 있다.(사진=SK) |
ⓒ Techholic(http://www.techholic.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