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을 위해 제도적으로 제3자 물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통계청 조사 분류상 국제물류주선업을 기존 운수업에서 분리해 업황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법인세 인하 연장 등을 통해 해운·물류 분야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최정민 국토교통부 물류정책과정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트럼프 2.0 글로벌 공급망 위기, 해운·물류 분야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국내 제3자 물류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물류시장은 대상 화주를 모회사나 계열사로 하는 2자 물류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대표적인 2자 물류회사로는 현대글로비스, 범한판토스 등이 있다.
전문 물류업체에 위탁하는 제3자 물류도 CJ대한통운이나 LX판토스 등을 통해 규모가 커졌다고 하지만, 미국·일본 등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트럼프 정부는 미국 중심의 해운, 중국과 연관된 해운으로 세계 해운시장을 디커플링하려고 한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국제 경쟁력을 가진 제3자 물류업체가 빨리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일본을 예로 들어 "1960년대 2차 물류업체를 가지고 있던 소니, 도요타 등의 제조업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을 3자 물류업체로 전환하는 노력을 했다"며 "우리도 그와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난립한 물류업체를 정리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물류업체는 5221개사로 일본(554개사)에 비해 9배 넘게 많지만, 글로벌 톱 50에 드는 물류업체는 한국 2개사(2자 물류), 일본 6개사(제3자 물류)로 차이가 난다.
한 교수는 "한국은 물류시장 규모에 비해 사업자 수가 지나치게 많다"며 "국제물류주선업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중앙정부로 소관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조무영 한국통합물류협회 부회장도 제3자 물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부회장은 "자가 물류(1자 물류)나 2자 물류가 전체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폐쇄적인 구조에서는 UPS, DHL 등 글로벌 물류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물량 확보가 불가능하다"며 "정책적 지원을 통해 제3자 물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물류를 전문기업에 위탁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느끼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제3자 물류업에 대한 업종 신설, 물류 위탁비에 대한 세액공제 강화, 제3자 물류업 통계 조사, 정부 재정지원 신설 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시장을 강제로 재편할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제도 개선 등에 앞서 시장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통계 조사를 세분화하고, 행정·재정적 지원을 위한 용역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최 과장은 "영세한 물류업체가 많은데 이들의 인수·합병(M&A)을 강제하기 어렵다"며 "국토부는 제대로 된 업황 분석을 통해 10년 단위의 '국가물류기본계획'에 국제물류주선업 활성화와 지원 방안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선화주 상생 강화에 나선다.
김승룡 해수부 해운시장질서팀장은 "북미 항로 의존도를 낮추고, 신규 항로 개발에 힘쓸 수 있게 우수 선화주기업에 법인세를 감면해 주고 있다"며 "이 제도가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하는데 개편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수 선화주기업으로 선정되려면 전체 해상운송비용 중 국적 선사 지출 비중이 40%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는 업체가 많지 않아 비율을 차등화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지출 비용의 1%에 불과한 법인세 감면 한도도 늘리도록 한다.
김 팀장은 "조세제한특례법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기획재정부에 적극 건의할 것"이라며 "글로벌 물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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