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31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전격 발표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미 투자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의 생산능력 연간 20만대 늘리고 루이지애나주 일관 제철소 건설을 언급하면서 "향후 4년간 210억달러(한화 약 31조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는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매우 훌륭한 기업"이라고 화답했다.
이번 발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 가운데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직접 이뤄진 투자 선언이다.
특히 철강부터 자동차까지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수입차 관세 25%,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재부과, 상호관세 등 통상 압박에 선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SK, LG, 포스코, 한화 등 다른 주요 그룹들도 미국 투자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현대차는 미국 내 가치사슬 전체를 구축하는 대표 사례가 될 것"이라며 "다른 국내 기업들의 대미 투자 결정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는 현지에 제2공장 등 기존 투자의 2~3배에 달하는 추가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다.
SK그룹은 배터리(SK온), 반도체 후공정(SK하이닉스) 등 다양한 분야의 미국 내 투자 확대를 검토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등을 한미 에너지 민관 협력 프로젝트로서 논의 중이다.
LG는 미국 애리조나에 독자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향후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 거점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이 58억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연간 270만t 규모의 일관 제철소 건설을 발표한 만큼 포스코 역시 친환경 철강 제품의 미국 현지 생산 검토도 빨라질 전망이다.
한화는 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위성, 발사체, 자주포 등 국산 무기 체계의 미국 현지 생산과 수출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투자 신호탄을 쐈다"며 "다른 기업들도 미국 정부와의 조율이 끝나는 대로 순차적으로 투자 계획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대차 발표가 국내 기업 전반의 대미 투자 확대 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원규 한국경제인협회 초빙연구위원은 "현대차는 미국 시장 내 매출과 사업 확장성을 고려할 때 선제적 투자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다"며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새 투자를 추진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기존 설비 증설 등을 통해 미국 정부에 긍정적인 인상을 줄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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