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가 우리나라와 중국의 최대 명절인 설 연휴가 포함된 올해 1~2월에도 뚜렷한 특수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환율과 소비 침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패턴이 바뀐 영향 등이 겹친 탓이다.
다만 우리 정부가 올해 3분기부터 방한 시장 1위인 중국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시적인 비자 면제를 추진할 예정이어서 장기간 이어진 업황 부진을 타개하는 데 효과가 있을지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25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월간 면세점 방문객 수는 209만9000여명으로 전년 동기 214만명 대비 1.7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6억원으로 8.53% 증가했으나 상승 흐름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춘절이 1월인지, 2월인지에 따라 외국인 방문객과 관련 매출액에 소폭 변화가 생길 수는 있다"면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이들 수치가 오르내리기는 하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내 설 명절이 있었던 지난 1월 상황에서도 드러난다.
최장 9일간 이어진 연휴 기간 인천국제공항 이용객 수는 약 218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1월 면세점 방문객 수는 229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고, 매출액은 954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조5909억원)보다 40.0% 감소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내국인들이 고환율 여파로 면세점 이용에 부담을 느끼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국내 면세점보다는 CJ올리브영이나 다이소 등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쇼핑 경험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주력 시장이던 중국에서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을 통한 거래가 이전만큼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올해부터 다이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며 수익성 개선을 꾀하고,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등 경쟁사들도 다이궁에 최대 50%까지 지급했던 수수료를 내리는 방식으로 매출 의존도를 줄여나갈 방침이다.

면세업계는 우리 정부가 방한 시장의 다변화를 위해 올해 3분기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 비자 면제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업황을 개선하는데 숨통이 트일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일 경주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오는 3분기 중 전담여행사가 모집한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 비자 면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와 중국 베이징(25일), 상하이(27일)에서 한국 74개, 중국 100여개의 관광업계, 총 330명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K관광 로드쇼'를 열고, 중국의 방한 관광시장 회복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지난해 중국인 방한객 수는 460만명으로 전체 국가 중 1위를 차지했고 올해도 1분기에만 중국인 120만명이 우리나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8% 증가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단체관광객 중심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은 현지 쇼핑센터나 면세점 방문 등이 일정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며 "비자 면제 정책으로 단체관광객 비중이 늘어나면 면세점 입장에서는 방문객 증가와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짚었다.
면세업계도 외국인 단체관광객을 유치하는 자구책을 마련하며 수익성 개선을 꾀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달 초 기업회의 목적으로 방한한 대만 암웨이그룹의 임직원 1000여명을 면세점 쇼핑에 유치했고,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해 부산을 방문한 대형 크루즈 단체관광객 3000여명도 부산점으로 불러 모으는데 성공했다.
이달 말에는 중국 화장품 기업의 인센티브(포상관광) 단체관광객 800여명이 명동 본점을 다녀갈 예정이다.
신세계면세점도 이달에만 중국과 태국의 각종 기업 및 인센티브 단체관광객 2000여명이 방문하는 등 올해 말까지 5만명 이상의 고부가 단체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대규모 인원보다는 고객당 구매액이 높은 프리미엄 비즈니스 관광객에 집중함으로써 매장 혼잡도는 낮추고, 매출 효율은 높이는 '윈윈'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3분기 시행이 예정된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비자 면제 적용은 관광 시장은 물론 면세업계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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