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해진 만큼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발표한 후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한층 고조된 상황에서 우리도 정치 리더십을 회복해 본격적인 생존 싸움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단체들은 이미 성명을 통해 엄중한 경제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헌재 선고 이후 낸 논평에서 "엄중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이제는 사회적 대립과 갈등을 넘어 국정이 조속히 정상화되고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을 위한 노력이 지속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고 한국경제인협회도 "글로벌 산업 대전환의 흐름 속에서 우리 경제는 통상환경 악화, 주력산업 부진, 내수 침체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경기회복과 민생경제 활력 제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도 비슷한 취지의 성명을 냈다.
기업들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에 이어 헌재 결정까지, 시장을 불안케 했던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걷힌 데 대해 큰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때까지 있을 두 달 정도의 공백기에도 정치권과 재계가 힘을 모아서 어려운 경제 상황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경제계는 기업과 관련된 각종 법안을 두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석열 정부 시절 추진했던 법안 가운데 기업에 호재로 여겨지던 법안들은 예정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유산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하는 상속세제 개편안은 야당도 동의한 만큼 무리 없이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다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후 갑론을박이 여전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선 재계도 입장을 반영해달라고 주문한다.
상법 개정안은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재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두 달 뒤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면 기존 정책을 뒤집을지도 걱정이다.
상법 개정안 운명을 알 수 없다는 점이 경제계를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정부에서 탈원전 폐기로 원전을 부활한 만큼 원자력 생태계가 더 이상 훼손돼선 안된다는 바람도 나온다.
기업들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친기업 정책’이 좌초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윤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이후,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해 추진되던 대부분의 정책은 사실상 중단됐다.
그동안 정부는 기업들이 법적으로 받고 있던 규제 중 불필요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왔으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는 법인세 인하와 투자 확대를 위한 세제 감면 정책 등을 추진해 왔다.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서는 세액공제 등을 통해 약 1조2000억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반도체 특별법’이 추진됐지만, 현재는 입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사의 위협을 받고 있는 만큼, 재계는 이 법안을 반드시 시행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된 ‘전력망 특별법’ 역시 향후 추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재계는 앞으로 대통령 선거 국면이 본격화되면, 각 당 후보들이 내놓을 기업 관련 공약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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