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논의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티빙의 주요 주주 중 하나인 KT가 공식 입장을 아끼면서도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KT 미디어부문을 총괄하는 김채희 전무는 16일 열린 KT 미디어 토크에서 "웨이브가 지상파 콘텐츠 독점력에서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그들과의 합병이 티빙의 주주가치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KT는 티빙에 단순한 재무투자가 아니라 미디어 전반에 걸친 타이트한 시너지를 고려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것"이라며 "그때의 사업적 협력에 대한 의지와 가치가 지금은 훼손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의 합병 논의에서 자신들의 사업적 가치와 방향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김 전무는 "티빙-웨이브 합병이 산업계 이슈지만, KT는 스스로 가야 할 길에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합병 과정에서 KT가 배제된 것 아니냐는 불만을 에둘러 내비쳤다.
그는 "CJ와는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고 있고, 적절한 시점에 입장을 말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날 발언은 KT 내부의 불편한 감정을 미디어 담당 임원 입장에서 일정 부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KT는 CJ ENM에 이은 티빙 2대 주주다.
양사는 콘텐츠 공동 제작, 플랫폼 협력, 광고 사업 연계 등 전방위적 협력을 약속했고, KT의 IPTV 서비스 '올레TV'와의 시너지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이후 CJ ENM은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주도하는 웨이브와의 합병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KT는 의사결정 구조에서 사실상 소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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