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만화처럼 색감이 알록달록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과장돼 있다.
대화의 패턴은 평범하지 않고, 느닷없이 웃는다.
민아(김유정 분)는 1회가 끝나기도 전에 닭강정으로 변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닭강정’의 이미지다.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이 된 민아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를 벌이는 아버지 최선만(류승룡 분)과 민아를 몰래 짝사랑했던 인턴사원 고백중(안재홍 분)의 여정을 담았다.
‘닭강정’은 ‘K드라마 플롯의 공식을 모두 깼다.
이야기가 확장되다가 한 곳으로 모이고, 주어진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이 버디물의 기본 공식이다.
‘닭강정’은 끝까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들의 여정은 예측할 수 없다.
“내 인생에 가장 완벽한 남자”라며 백중의 뱃살을 부여잡는 홍차(정호연 분)를 만나는 대목이나, 기계의 문제 원인을 찾던 유인원(유승목 분) 박사와 노안이 된 유태만(정승길 분)을 만나는 대목, 기계의 주인인 외계인 4인이 만나는 장면까지 단 한 순간도 평범하지 않다.
이 감독의 전작인 JTBC ‘멜로가 체질’(2019)의 OST와 드라마 내용을 집요하게 담아내는 점이나, 9회에서 외계인 4명이 미사일, 핵, 사슴, BTS로 변하는 과정, 선만과 백중이 인원, 태만, 외계인 4인과 처절하게 싸우는 모습, ‘옐로 팬츠’란 이름의 가수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전 세계적인 팬덤 ‘예미’를 구축한 고백중의 서사 등 일반적인 흐름과는 매우 다르다.
영화 ‘극한직업’(2019)과 JTBC ‘멜로가 체질’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이 박지독 작가의 동명 웹툰을 실사화한 ‘닭강정’은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개연성을 따지는 시청자는 도무지 이 안에 스며들지 못하는 데 반해, 제작진이 의도한 대로 눈앞에 보이는 장면과 다음 장면을 따로 떨어뜨려 놓고 보는 시청자에겐 ‘웃음 폭탄’이다.
모 아니면 도의 반응이 나온다.
국내에서 가장 웃기는 배우로 꼽히는 류승룡과 안재홍은 또 한 번 도전에 성공했다.
지나치게 연극적이다 못해 매 장면이 ‘웃참 챌린지’와 다름없었던 연기를 보기 좋게 해냈다.
이 감독의 독특한 ‘말맛’ 대사로 웃음을 이끌다가도, 닭강정이 위기에 처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류승룡의 연기는 놀라울 정도다.
‘멜로가 체질’에서 분명 안정적인 노래 솜씨를 보였음에도, ‘과연 이게 무슨 노래인가?’ 싶은 수준의 신묘한 노래를 부르는 안재홍은 ‘닭강정’의 시그니처다.
아이키에게 배웠다는 춤도 용감하게 췄다.
백중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그 가운데 류승룡과 안정적인 티키타카로 하늘 위에 떠 있는 캐릭터와 서사에 그래도 어딘가 현실감을 부여했다.
이 외에도 모든 기계 직원 김환동 역의 김남희와 유승목과 정승길, 외계인 4인 김태훈, 황미영, 정순원, 이하늬,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정호연, 진영, 고창석, 조현재 등 모든 배우가 자신의 역할 이상을 해냈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중에 여러 번 ‘현자 타임’이 왔다고 했다.
여러 차례 포기할까도 고민했지만, 이미 호랑이 등 뒤에 타버린 터라 그만둘 수 없었다고 했다.
아무도 시도할 생각조차 없었고, 시도하지 않을 길을 걸어간 창작자의 고충이 컸다고 했다.
단순히 웃기는 게 전부가 아니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에 답을 내려놓은 결말은 따뜻함이 있다.
백중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그 흐뭇한 엔딩에 미소가 지어진다.
시종일관 웃다가 엔딩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제보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닭강정’은 ‘극한직업’으로 성공을 거둔 뒤 심적으로 여유가 생긴 이병헌 감독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넷플릭스 사이에서 터진 시너지다.
영화였다면 큰 실패를 봤을 수 있다.
이 감독은 새로운 실험을 통해 “당신은 사랑을 위해서 부와 명예를 포기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답을 내렸다면 ‘닭강정’의 빠져버렸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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