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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개봉하는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NEW

[더팩트｜박지윤 기자] 故(고) 이선균의 마지막 작품이 베일을 벗는다. 10.26과 12.12 사이의 이야기를 조명하면서 1979년의 시대를 다뤘지만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2024년의 현실이 겹쳐 보이면서 더욱 짙은 여운을 선사한다. 시대를 관통하며 관객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안기는 '행복의 나라'다.

14일 스크린에 걸리는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 분)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로 천만 감독 대열에 합류한 추창민 감독의 신작이다.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암살 사건이 발생한 날로 시작되는 작품은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재판에 뛰어든 법정 개싸움 일인자 정인후 그리고 군사 반란을 일으키려는 합동수사단장 전상두(유재명 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건 발발 30분 전 정보부장으로부터 무슨 일이 생기면 경호원들을 제압하라는 명령을 받은 박태주의 행동이 내란의 사건 공모인지, 위압에 의한 명령 복종인지가 재판의 쟁점으로 떠 오른다.

'행복의 나라'는 故 이선균(아래쪽)의 유작이다. 그는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사건에 휘말린 강직한 군인 박태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NEW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사건인 만큼 이를 맡아 출세해 볼 요량으로 재판에 뛰어든 정인후는 점점 사건과 박태주라는 인물에 진심이 된다. 이에 그는 군인 신분 때문에 단 한 번의 선고로 형이 확정되는 박태주가 정당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고 그가 빠져나갈 수 있는 증언을 제안한다. 하지만 박태주는 신의를 저버릴 수 없다는 자세로 일관한다.

이 가운데 10.26을 계기로 위험한 야욕을 품은 합수단장 전상두(유재명 분)는 재판을 감청하고 재판부에 실시간으로 쪽지를 건네며 재판을 좌지우지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행복의 나라'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10.26 대통령 암살 사건과 12.12 군사 반란을 관통하는 정치 재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내면서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16일간 졸속으로 진행된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얽힌 인물들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남산의 부장들'과 '서울의 봄' 등 해당 시대를 조명한 영화는 있었지만 한국 영화 최초로 10.26과 12.12 사이에 벌어졌던 이야기를 다루면서 역사적 사건 그 자체보다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을 깊게 들여다본다. 두 사건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와 희생된 사람들에 더 호기심이 생긴 추창민 감독의 기획 의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정인후와 박태주라는 두 인물을 통해 시대를 막론하고 어떤 신념과 자세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도 되돌아보게 한다.

조정석(위쪽 사진의 오른쪽)은 변호사 정인후로 분해 다양한 감정선을 터뜨리고 유재명은 전상두 역을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NEW

박태주를 살리기 위해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는 당시의 재판 기록들과 재판에 참여했던 인물들을 종합적으로 대변하는 인물로, 창작된 캐릭터다. 이를 연기한 조정석은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다가도 울분을 토하고 감정을 터뜨리면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한다. '파일럿'에서 여장으로 1인 2역을 소화한 그가 또 새로운 얼굴을 꺼내며 올여름 극장가에서 대체 불가한 활약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유재명은 전두환을 모티브로 한 전상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강렬한 비주얼로 그 시대의 야만성을 충분히 드러낸다.

무엇보다 '행복의 나라'는 故 이선균의 유작 중 하나로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선균은 박흥주 대령을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진 박태주로 분해 인물의 우직한 면모를 깊은 눈빛으로 그려낸다. 대중이 더 이상 그의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없게 된 만큼 마지막에 박태주로서 정인후에게 건네는 마지막 대사는 마치 이선균이 조정석에게 남기고 떠난 것 같은 느낌이다. 1979년을 다루지만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교차되는 듯한 감상평을 안기며 먹먹함을 더한다.

극 말미 12.12 사태가 짧게 등장하는 만큼 '서울의 봄'을 보면서 느꼈던 분노가 다시금 치밀어오른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24분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이선균은 총 3차례에 걸쳐 경찰 조사를 받았고 간이 시약 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자신을 둘러싼 혐의를 모두 부인하던 그는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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