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유미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Mr. 플랑크톤'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이유미에게 'Mr. 플랑크톤'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늘 어디로 튈지 모르며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을 택하는 재미의 삶이 매우 궁금했단다. 그 안에 깔린 복잡하면서도 미묘한 감정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이유미 표 재미가 탄생했다. 재미가 현실을 버텨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예쁜 꽃이라면, 이유미 또한 'Mr. 플랑크톤'의 예쁜 꽃이었다.

이유미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Mr. 플랑크톤'(극본 조용, 연출 홍종찬)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극 중 재미 역을 맡은 이유미는 "주변에서 재미가 너무 예쁘게 나온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굉장히 만족스러워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Mr. 플랑크톤'은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우도환 분)의 인생 마지막 여행길에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여자 재미(이유미 분)가 강제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총 10부작으로 지난 8일 전편 공개됐다.

이유미가 맡은 재미는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예비 신부다. 보육원에서 자란 재미의 꿈은 엄마였지만 이 소박한 꿈조차 재미에겐 어려웠다. 평생 가족을 원했던 재미는 그토록 바라던 가족을 안겨줄 종갓집 5대 독자 어흥(오정세 분)과 결혼식을 앞두고 조기 폐경을 선고받는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재미는 결혼식 날 느닷없이 찾아온 전 연인 해조와 기구한 여행길에 뜻하지 않게 동행한다. 그리고 어흥은 지구 끝까지 따라가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키러 집요한 추적을 시작한다.

이유미는 이런 재미의 상황을 정의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었을 거다. 하지만 1차원적으로 재미는 도망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을 거다. 아마 그래서 여행을 시작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어흥한테는 굉장히 미안해했겠죠. 아이가 있다고 거짓말했지만 재미는 그걸 사실로 만들어줄 수 없는 사람이잖아요. 이걸 숨기고 돌아가는 순간 가족은 풍비박산 날 게 분명했고 그래서 아마 돌아가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 감정들 속에는 해조와의 갈등도 있었겠죠. 예를 들어 어떤 음식을 두고 누가 옆에서 맛없다고 먹지 말라고 하면 괜히 먹기 싫어질 때가 있잖아요. 근데 막상 먹어보면 입맛에 맞기도 하고. 그런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이유미가 'Mr. 플랑크톤'에서 불운한 여자 재미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넷플릭스

하지만 해당 장면을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데이트 폭력'이라는 갑론을박이 일어나기도 했다. 결혼을 앞둔 신부를 납치해 가는 과정이 강제 동행으로 포장하기에는 다소 어렵다는 반응. 이에 대해 이유미는 "재미와 해조의 입장을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마 재미에게는 그 순간이 폭풍우였을 거예요. 눈 떠보니까 이미 벌어진 상황이었으니까요. 그 상황을 어떠한 단어로 정의해버리면 틀에 갇혀서 바라보게 되잖아요.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때의 상황을 더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랑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어떠한 마음일 수도 있겠지만 지칭하지는 않을래요. 그냥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하면서도 미묘한 감정이었을 거예요."

이유미는 재미의 이러한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재미는 정말 대사에 나오는 것처럼 '눈치 없음' 그 자체다"라고 소개했다.

"재미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인물이에요. 아픈 시간 속에서도 예쁘게 피어나는 꽃 같은 느낌의 이미지라서 그런 느낌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재미는 현실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서, 또 예쁜 꽃처럼 피기 위해서 노력하는 캐릭터예요. 마냥 슬퍼만 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운 친구라서 그런 느낌을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Mr. 플랑크톤'은 해조와 재미, 어흥의 유쾌한 여정을 따라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풍경도 담았다. 이유미 또한 이러한 로드무비 형식에 대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여운이 굉장히 많이 남는다"고 떠올렸다.

"해숙 선배님의 완주 고택이 굉장히 예뻤어요. 그곳이 숙박도 가능하다고 해서 가족들이랑 같이 와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아무 곳에서나 사진을 찍어도 다 너무 예쁜 거예요.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됐어요. 또 평창 목장에서도 찍었는데 거기서도 정말 재밌게 놀았어요. 이 장면에서는 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거를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몸을 던지면서 뛰어놀았죠. 정말 행복했어요."

이유미가 "시청자분들이 기다려주시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바닷속 플랑크톤은 작지만 빛을 내며 지구의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산소를 만들어낸다. 'Mr. 플랑크톤'도 플랑크톤처럼 우리 모두 반짝이고 존귀한 존재라는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이유미 또한 이러한 점 때문에 여운이 많이 남는다고 밝혔다.

"플랑크톤이라는 제목 자체가 굉장한 힘을 주잖아요. '네가 아무리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할지라도, 너는 필요한 존재야'라는 말을 전달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고 '나는 이 세계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각인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더 맑고 건강해진 느낌이에요. 사실 캐릭터로만 보면 재미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너무 걱정되기도 하지만 재미는 이조차도 잘 이겨낼 거라고 생각해요.(웃음)"

2021년 '오징어 게임'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이유미는 '지금 우리 학교는' '힘쎈여자 강남순'을 거쳐 오며 대체 불가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 속에서도 결핍 있는 캐릭터의 서사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 호평받았다.

"그러한 캐릭터를 의도해서 작품에 들어가지는 않았어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결핍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그냥 제 궁금증을 유발하는 친구들에게 더 관심을 가졌을 뿐이에요. 모든 걸 다 가진 친구들도 다 가졌기 때문에 오는 결핍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결핍의 크기나 정도의 차이만 있지 않을까요. 이미지가 굳혀지는 거에 대한 고민을 하기는 하는데 그냥 저는 제가 하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너무 많아서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강한 것 같아요."

이유미는 연기에 대해 고민하던 것도 잠시, 자기만의 정답을 내리며 특유의 발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치 'Mr. 플랑크톤' 속 재미 그 자체였다. 연기가 너무 재밌어서, 재밌는 캐릭터인 재미를 만난 것 자체가 굉장한 복이라는 이유미. 앞으로도 이런 작품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싶다는 이유미다.

"감정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게 굉장히 많잖아요. 연기를 하다 보면 그러한 감정의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알 수 있게 돼요. 그 과정에서 제가 배우는 게 너무 많아서 저도 성장하는 시간이 돼요. 물론 어려움은 당연히 따라오겠지만 그걸 다 이겨내고 싶을 만큼 이 행위가 주는 만족감이 너무 커요.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해주고 궁금해한다는 게 저한테는 가장 큰 재미고 행복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시청자분들이 저를 기다려주시고 보고 싶어 해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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