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에 이어 '하얼빈'까지…12월 극장가 책임진다
| 배우 박정민이 '1승'(왼쪽)과 '하얼빈'으로 12월 극장가의 문을 두드린다. /㈜키다리스튜디오, CJ ENM |
[더팩트|박지윤 기자] 쉼 없이 활동을 이어온 배우 박정민이 12월에만 두 개의 영화를 개봉하며 연말까지 '열일' 행보를 펼친다. 그동안 꾸준한 작품활동을 했음에도 하나의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매번 새로운 옷을 자신의 것으로 완벽하게 만들었기에 이번에도 박정민의 '다작 행보'에는 걱정이 아닌 기대감만 가득하다. 박정민은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1승'(감독 신연식)에서 관종(관심 종자) 구단주 강정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리고 그는 오는 24일 스크린에 걸리는 '하얼빈'(감독 우민호)에서 안중근(현빈 분)의 동지 우덕순을 연기한다. 이렇게 박정민은 극과 극의 얼굴을 스크린에 걸며 전혀 다른 분위기로 관객들을 매료시킬 계획이다. | 박정민(위쪽 사진의 왼쪽)은 '1승'에서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을 싸다는 이유로 인수한 구단주 강정원 역을 맡아 극에 활력을 더했다. /㈜키다리스튜디오 |
먼저 '1승'은 국내 최초 배구를 소재로 한 영화로,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그리고 이기는 법을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의 가능성이 1도(하나도)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동주'로 유수의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휩쓴 신연식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극 중 강정원은 자신의 인생철학을 담은 도서 출간부터 수시로 켜는 SNS 라이브 방송까지 마음먹은 건 일단 하고 보는 재벌 2세 프로 관종러다. 배구 지식은 전무하지만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을 싸다는 이유로 인수한 그는 지도자 생활 통산 승률 10% 미만의 김우진(송강호 분)을 감독으로 영입하고, '핑크스톰'이 시즌 통틀어 단 1승만 하면 상금 20억 원을 주겠다는 파격 공약을 내세워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오른다. 쉽게 말하자면 강정원은 천재적인 마케팅 능력을 가진 괴짜 구단주다. 이를 연기한 박정민은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 않지만, 이제껏 본 적 없는 구단주의 유형으로 작품의 분위기를 제대로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롤모델인 송강호와 다채로운 '케미'를 형성하면서 말이다. 또한 그는 일반적인 구단주의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상부터 분장까지 스태프들과 많은 논의를 거치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박정민은 "인경과 모자는 전에 보지 못한 구단주와 재벌의 느낌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며 "패턴이 겹쳐서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가 있었던 룩"이라고 설명했다. |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영화다. /CJ ENM |
이렇게 '1승'에서 개성 넘치는 괴짜 구단주로서 활약하며 유쾌하고 통쾌하면서도 가슴 한 켠이 뜨거워지는 응원의 힘을 전하고 있는 박정민은 '하얼빈'을 통해 독립군을 그려내며 한 번 더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 계획이다. 작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다. 그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일제 강점기와 독립군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꾸준히 나왔고 안중근 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영화 '영웅'도 제작됐던 만큼, 기존의 작품들과 차별화를 꾀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하얼빈'이다. 이 가운데 박정민은 장군 안중근의 결정을 늘 지지하는 충직한 동지 우덕순을 연기한다. 극 중 우덕순은 실존 인물이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해석된 캐릭터인 만큼, 박정민의 해석력과 연기력이 중요했다. 이에 박정민은 "다양한 사료에 등장하는 우덕순 선생님의 모습을 조금씩 참고했다. 인물을 해석할 때 우리 영화에 가장 맞는 모습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가장 중요했다"고 연기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그의 활약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우민호 감독은 "우덕순이라는 인물이 거칠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섬세한 면이 매력이다. 우덕순의 속이 깊은 모습은 박정민이라 가능했다"고 극찬해 작품에 담길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 12월에 두 개의 작품을 개봉하게 된 박정민은 "최선을 다해서 관객들께 알리려고 제 나름대로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서예원 기자 |
'1승'과 '하얼빈'으로 12월 극장가를 두드리는 박정민은 "곤란하다. '1승'과 '하얼빈' 둘 다 소중한데 에너지를 분배해야 하는 것들이 조금 죄송스럽고 곤란하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관객들께 알리려고 제 나름대로 신경 쓰고 있고 인맥들도 동원하고 있다"고 심경을 솔직하게 전했다. 작품을 찍을 때 공개일을 미리 예상할 수 없는 만큼, 비슷한 시기에 여러 신작을 선보이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다. 하지만 3주 간격으로 영화를 개봉하면서 본인의 한정된 에너지를 두 개의 작품에 나눠야 하는 현실적인 제약과 몰입이 어렵다는 관객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견뎌내야 하기에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상황에 놓인 배우가 박정민이라면 걱정이나 우려보다 기대가 앞선다.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데뷔한 박정민은 '동주'(2016)에서 독립운동가 송몽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주요 신인상을 석권하고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이후 그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서번트증후군을 가진 피아니스트로, '사바하'에서 신흥종교를 추종하는 정비공으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 트랜스젠더로, '밀수'에서 야망을 품은 밀수꾼으로 변신하며 한계 없는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다. 더 나아가 박정민은 올해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The 8 Show)'에서 7층으로 분해 논리적이고 지적인 캐릭터를 소화했고, '전,란'에서 감정 변화가 큰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데뷔 첫 사극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처럼 박정민은 '다작 행보'에도 매 작품 새로운 얼굴을 꺼내온 배우다. 그렇기에 비슷한 시기에 걸리게 된 '1승'과 '하얼빈'에서도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작품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