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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터뷰] 권유리, '침범'이라는 터닝포인트


가족 없이 혼자 자란 민 役…차갑고 서늘한 얼굴 완성
"소녀시대 유리와 정반대의 인물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 느껴"


가수 겸 배우 권유리가 영화 '침범'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SM엔터테인먼트
가수 겸 배우 권유리가 영화 '침범'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SM엔터테인먼트

[더팩트|박지윤 기자] 대중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정반대에 있는 인물을 소화하며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성공적으로 확장했고, 완성된 작품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이에 따른 설렘과 뿌듯함을 안고 관객들에게 제대로 '침범'할 준비를 마친 권유리다.

그룹 소녀시대 멤버 겸 배우 권유리는 12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침범'(감독 이정찬·김여정)으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개봉을 앞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한 그는 "이렇게 새로운 캐릭터로 영화관에서 인사드리게 돼서 더 특별한 것 같다"고 개봉 소감을 전하며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침범'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 딸 소현(기소유 분)으로 인해 일상이 붕괴되고 있는 영은(곽선영 분)과 그로부터 20년 뒤 과거의 기억을 잃은 민(권유리 분)이 해영(이설 분)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균열을 그린 심리 파괴 스릴러를 그린다.

권유리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은 특수 청소 업체 직원 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권유리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은 특수 청소 업체 직원 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흥미로운 시나리오와 지금껏 해본 적 없는 결의 캐릭터에 끌렸다는 권유리는 "책이 술술 읽혔고 웹툰이 콘티같이 느껴져서 재밌었다. 감독님들도 제 또래라서 이야기가 잘 통했다"며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소재였고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를 저에게 제안해 주신 게 신기했다.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고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극 중 민은 어릴 적 트라우마를 안겨준 사건 이후로 가족 없이 혼자 자랐고, 자신을 자식처럼 챙겨주는 현경(신동미 분)의 집에서 수년째 함께 살면서 고독사 현장 청소를 하는 업체에서 일하는 인물이다.

과거 때문인지 사람을 경계하고 마음의 벽을 허물지 않는 민은 갑자기 나타나 현경과 자신의 관계를 비집고 들어오는 해영에게 불쾌함과 불안함을 느낀다. 결국 그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얼굴의 해영을 둘러싼 것들에 다가가기 시작하고, 진실과 가까워질수록 두 사람의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게 된다.

매 작품 캐릭터가 입을 법한 의상을 직접 그려보고 인물과 어울리는 음악과 향을 떠올린다는 권유리는 우드 계열에 가죽 향이 많이 들어간, 대중적이지 않은 향수를 매치시키면서 민에게 다가갔다고. 또한 그는 임산부이자 극이 전개될수록 해영과 팽팽하게 대립하는 설정을 더욱 몰입도 있게 표현하기 위해 몸무게를 증량하고, 모자를 깊게 눌러쓰거나 앞머리로 눈썹을 가리는 등의 외적 노력도 꾀했다.

속내를 알 수없는 해맑은 얼굴로 타인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해영과 정반대의 느낌을 내려고 했다는 권유리는 "민은 상처가 커서 타인에 대해 냉소적이고 차갑지만 그럼에도 마음은 따뜻하다고 생각하면서 접근했다"며 "얼굴의 질감을 거칠게 하고 의상의 톤앤매너를 맞추면서 유리가 아닌 김민으로 보이기를 바랐다"고 연기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권유리는
권유리는 "소녀시대 유리로서 단정하고 정제된,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과 반대 선상에 있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평소 좋아하는 스릴러를 만나고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를 연기하며 새로운 얼굴을 꺼내 높은 만족감을 느낀 권유리다. 배우로서 이미지 반전을 선사할 수 있는 기회를 꽉 잡은 그는 "김민으로서의 역할과 포지셔닝을 잘 수행해야겠다는 임무에 집중하다 보니 촬영하는 내내 몰두하는 것이 즐거웠다"며 "소녀시대 유리로서 단정하고 정제된,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과 반대 선상에 있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힘주어 말했다.

'침범'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 딸과 그를 감당하지 못하는 엄마, 가족 없이 홀로 세상에 남겨졌다는 공통점을 지닌 민과 해영의 이야기로 나뉘어 전개된다. 조명과 미장센, 극의 흐름 등이 각기 다른 느낌을 자아내며 하나의 작품이지만 두 편의 영화 같은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는 권유리는 "웹툰을 봤을 때보다 훨씬 몰입감이 좋았다. 곽선영 선배와 기소유 배우의 '케미'가 훌륭해서 후반부의 이야기까지 힘을 얻는 큰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함께 호흡한 이설에 관해 "호기심도 많고 연기 열정도 많은 친구"라며 "시간이 날 때마다 만나서 회의하고 장면을 만들어갔다. 연습실에서 연극 준비하듯이 연습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극 후반 펼쳐지는 격렬한 몸싸움을 언급하며 "여자끼리 그렇게 격정적으로 붙는 신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원테이크로 한 번에 찍었는데 김민으로서 해영에게 격정적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장면이어서 힘들기보다 잘 표현하고 싶은 간절함이 컸다"고 덧붙였다.

권유리에게 이번 작품이 더욱 뜻깊게 기억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되며 배우로서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열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그는 "너무 새로운 경험이었고, 영화인들의 축제라는 걸 직접 느끼면서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리고 그 영화가 '침범'이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꼈고 영화를 보고 나서 자신감이 더 생겼다"고 강조했다.

권유리는
권유리는 "'침범'은 저에게 터닝포인트가 될 작품"이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지난 2007년 소녀시대로 데뷔한 권유리는 '다시 만난 세계' 'Gee(지)' '소원을 말해봐' 'Lion Heart(라이온 하트)'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레전드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제가 태어난 고향이자 국가 그리고 전부'라고 소녀시대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그는 "올해는 활동 계획이 없지만 20주년에는 뭔가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 멤버들이 다 각자의 분야에서 자리매김하고 있으니까 뿌듯하고 좋다"고 훈훈함을 안겼다.

이렇게 걸그룹으로서 최정상에 오른 권유리는 드라마 '피고인' '보쌈-운명을 훔치다' '굿잡' '가석방 심사관 이한신', 영화 '돌핀' 등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며 그룹의 인지도에만 기대지 않고,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계속 넓혀가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부단히 달려온 지난날을 되돌아본 권유리는 "사람들이 저를 보는 시선이나 제가 저에게 갖고 있는 선입견과 편견을 허물려고 부단히 애쓰고 있다. 저부터 유연해져야만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더 넓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어떠한 연기나 장르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거거든요. 직접 해봐야지 제가 뭘 잘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신구 선생님과 이순재 선생님처럼 시트콤 연극 사극 영화 등을 꾸준히 오래 하고 싶어요. 선생님들의 연배가 될 때까지 시상식 나가서 상도 받고 싶고요. 부잣집인데 안하무인인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웃음)"

이렇게 배우로서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뚜렷한 만큼, 권유리에게 '침범'은 더욱 특별하게 남을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성공적으로 확장한 권유리는 "'침범'은 저에게 터닝포인트가 될 작품"이라고 의미를 되새기며 "좋은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침범'으로 인사드리고 나면 저에게 새로운 길이 생기지 않을까 조그마한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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