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개그가 아닌 한 편의 뮤지컬
매주 일요일 오후 9시 20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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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속 '아는 노래' 코너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방송 화면 캡처 |
한때 막을 내렸던 '개그콘서트'가 다시금 웃음과 감동을 싣고 돌아왔다. 그 중심에는 바로 '아는 노래'가 있다. 익숙한 노래를 기발한 이야기로 재해석해 무대 위에 올리는 이 코너는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동시에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개그콘서트'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아는 노래'. <더팩트>는 그 인기의 이유와 무대 뒤 이야기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노래는 단순한 음악을 넘어 감정을 공유하고 추억을 소환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사랑과 이별, 희망과 위로를 담은 멜로디와 가사는 많은 사람들의 삶 속 깊이 스며들어 있으며 때로는 한 곡의 노래가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노래가 개그와 만났을 때는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익숙한 멜로디에 예상치 못한 스토리를 결합해 풀어내는 방식은 오래전부터 한국 코미디에서 꾸준히 활용됐다. 특히 음악이 가진 정서를 유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공감과 의외성이 극대화되며 시청자들은 '노래가 이렇게도 해석될 수 있구나'라는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경험하게 된다.
이 흐름 속에서 '개그콘서트'는 2006년 '뮤지컬'이라는 코너를 통해 음악과 개그의 결합을 본격적으로 시도했다. 이 코너는 매주 하나의 노래를 정해 해당 곡의 분위기와 가사에 맞춘 상황극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광석 '이등병의 편지', 조성모 '아시나요', 팀 '사랑합니다' 등 당대의 히트곡을 활용해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그 결과 '뮤지컬'은 '개그콘서트'의 대표적인 레전드 코너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약 1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이 다시 찾아보는 명장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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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노래'는 우리가 잘 알고 있던 노래를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한 뮤지컬 형식의 개그 코너다. /방송 화면 캡처 |
'뮤지컬'의 뒤를 이어 '아는 노래'가 새롭게 돌아온 '개그콘서트'의 중심에 서서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웃음을 안기고 있다. '아는 노래' 또한 우리가 잘 알고 있던 노래를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한 뮤지컬 형식의 개그 코너다. 기존에 알고 있던 노래들의 가사를 기존과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는 특징을 가진다. 매주 일요일 오후 9시 20분 '개그콘서트'에서 방영된다.
'아는 노래'의 반응은 뜨거웠다. '사랑의 바보'와 '숙녀에게'는 조회수 100만 회를 넘겼고 '방청객들이 눈물 흘린 이유'라는 제목의 쇼츠 영상은 단숨에 400만 회를 기록했다. 시청자들은 "웃으려고 봤는데 울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러한 폭발적인 반응의 배경에는 '아는 노래'만의 차별화된 매력이 있다. '아는 노래'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노래의 가사를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재해석해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친숙한 멜로디 속에서 새로운 감동과 웃음을 끌어낸다.
'사랑의 바보'는 한 여자를 짝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로 알려졌지만 '아는 노래'에서는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심정을 담은 이야기로 변화했다. '숙녀에게'는 청각 장애인을 사랑한 한 남성의 이야기로 표현했다. 이야기 말미 청각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고백할 때는 "나 그대 아주 작은 일까지 알고 싶지만 / 어쩐지 그댄 내게 말을 안 해요"라는 가사의 내용을 수어로 전달해 감동을 더했다.
무엇보다 '아는 노래'의 이야기는 특정 세대나 시청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연령대가 함께 보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다. '기다리다'는 명절 때마다 멀리 사는 자식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의 이야기로,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는 유기견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로, '희재'는 치매 노인을 둔 가족들의 이야기를 노래 속에 녹여냄으로써 시청자들은 웃음과 함께 따뜻한 감동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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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노래'는 신선한 발상과 공감을 이끄는 이야기, 수준 높은 무대 완성도 등을 이유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방송 화면 캡처 |
'아는 노래'는 단순한 개그 코너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콘텐츠로도 자리 잡았다. 산악스키 국가대표 선수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장기기증을 주제로 한 '그대에게', 경력 단절 여성의 현실을 조명한 '질풍가도', 전교 1등 자녀를 둔 엄마의 비밀을 소재로 한 '후라이의 꿈'까지. 우리 사회에서 꼭 짚어야 할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풀어내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이는 '개그콘서트'가 단순한 웃음 이상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는 노래'가 완성도 높은 '뮤지컬형 개그'로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출연진의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에 있다. 특히 송필근과 나현영은 매 무대마다 뛰어난 노래 실력을 선보이며 극의 몰입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10분 내외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이 정도의 감정선을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두 사람의 탁월한 역량을 증명한다. 개그 코너라는 특성상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 속에서도 인물의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웃음과 눈물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조율한다.
특히 감정이 고조될 때 두 사람의 목소리가 흔들리는 순간조차도 진정성으로 전달된다.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그 감정을 고스란히 무대 위에서 경험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어느새 인물에게 감정 이입을 하게 되고 때론 함께 울컥한다. 짧은 시간 안에서도 관객의 감정을 흔들고 깊은 울림을 전하는 두 사람의 연기가 '아는 노래'만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이처럼 '아는 노래'는 신선한 발상과 공감을 이끄는 이야기, 사회적 메시지, 그리고 수준 높은 무대 완성도까지 갖추며 '개그콘서트' 부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웃음이 점점 사라지는 시대, '아는 노래'는 시청자들에게 웃음, 감동, 그리고 위로를 전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로 또 한 번 우리의 마음을 두드릴지, 그 다음 무대가 더욱 기다려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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