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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누군가의 믿음은 누군가에겐 심판이 된다…‘계시록’

인간이 그렇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연상호 감독)은 바로 그 지점을 찌른다.
실종 사건을 배경 삼아, 각기 다른 믿음의 방식에 갇힌 세 인물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극 초반부터 묵직하게 깔린다.
실종 사건 담당 형사 이연희(신현빈)는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린다.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뒤덮고, 수사에조차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지 못하게 만든다.

다음은 목사 성민찬(류준열). 자신의 아이를 유괴한 사람이 권양래라는 계시를 받고, 그의 뒤를 밟다 사고가 벌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계시마다 ‘단죄’라는 확신을 갖고 움직인다.
이른바 아전인수식 신앙, 신의 계시라 믿는 광신적 모습. 처음엔 선량한 종교인처럼 보이다가 점점 불길과 불쾌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한다.

권양래(신민재)는 전과자라는 굴레에 갇힌 인물이다.
셋 모두 죄책감, 광신, 트라우마라는 자기 확신의 감옥 안에 갇혀 있다.
세 인물 모두 스스로 만든 믿음 속에서만 세상을 본다.
그리고 그 믿음이 결국 서로를 심판하는 무기가 된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후반부, 세 인물이 폐건물에서 다시 마주하는 순간이다.
극 초반 교회에서 처음 얽혔던 세 사람이 각자의 이유로 다시 한 자리에 모인다.
목사 성민찬의 대사, ‘모든 게 우연인 것 같지만 우연이란 건 없다’가 귓가에 맴돈다.

약 5분 30초간 이어지는 원테이크 클라이맥스는 마치 연극 무대를 보는 듯 생생하다.
더불어 영화 전체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를 집약해놓은 듯한 순간이다.
스스로 만든 믿음이 서로를 얼마나 파괴할 수 있는지를,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강렬하게 보여준다.

류준열은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진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첫 등장에서는 평범한 목사처럼, 때로는 인간적인 욕심과 실망에 감정을 휘둘리는 인물처럼 보이다가, 점차 강박적 신념에 매몰되어가는 과정을 무서우리만치 담담하게 연기한다.

엔딩 속 류준열의 모습은 ‘침잠된 광기’다.
그의 표정으로 영화가 마무리 된 이유는 연상호 감독이 배우를 그만큼 믿었기 때문일 거다.


권양래 담당 정신과 의사의 진단이 의도치 않고 여론을 형성하고, 이연희의 동생(첫 번째 피해자)이 세상을 등지게 만든다.
범죄자에게 가여운 과거를 심어주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다보니 일명 ‘사이다 전개’는 아니다.
어쩐지 찜찜한 기분인데, 이를 여운으로 받아들이는 관객과 거리감을 느끼는 관객이 공존할 수 있다.


누군가의 믿음은 누군가에겐 심판이 된다.
스스로 믿고 싶은 것만 믿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계시록이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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