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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처럼 속 시원한 결말을 기대했다면, 당혹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불편함 속에 담긴 메시지는 꽤나 선명하다.
인간이란 결국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존재라는 것.
영화는 실종 사건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믿음’ 매달린 세 인물을 따라간다.
형사 이연희(신현빈)는 죽은 동생에 대한 죄책감에 갇혀 있고, 목사 성민찬(류준열)은 자신이 받은 계시를 절대적 진실이라 믿는다.
전과자인 권양래(신민재)는 세상에 대한 불신과 어린시절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간다.
세 인물 모두 스스로 만든 믿음의 감옥 안에서만 세상을 보고, 그 믿음이 결국 서로를 파괴하는 무기가 된다.
그런데 가만보니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요즘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생각해보자. 특정 주제의 영상 하나를 클릭하면, 이후부터는 비슷한 주제의 영상만 끝없이 추천된다.
한 번 검색한 키워드는 포털 사이트의 뉴스 추천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나도 모르게 내 관심사와 확신, 편견만이 강화되는 구조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확증 편향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수집하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인지적 편향이다.
영화 계시록(연상호 감독)에서 성민찬 목사가 스스로 받은 계시를 절대적 진리라 믿고, 결국 파국을 향해 내달리는 모습은 사실 우리 일상 속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소셜미디어, 유튜브, 뉴스 플랫폼은 모두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명분 아래, 각자가 이미 보고 싶어하는 세상만을 보여준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자신이 만든 신념의 울타리 안에 갇힌다.
믿음은 아주 쉽게 확신이 되고, 그 확신은 종종 타인을 심판하는 도구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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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우연인 것 같지만 우연이란 없다.
” 자신의 믿음을 정당화하는 대사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 대사는 곧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지금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정말 우연이 아닌 필연인지, 아니면 보고 싶은 것만 보며 쌓아올린 착각인지.
현대 사회는 개인화된 정보, 빠른 소비, 단편적 판단이 너무나도 쉽게 이뤄진다.
그러나 그만큼 스스로의 믿음을 의심하고, 다양한 시선을 접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시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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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적으로 자극적인 보도에 열을 올리는 사이버렉카, 댓글창에서 벌어지는 악플 살인, 자극적인 헤드라인. 누군가의 믿음은 누군가에겐 심판이 된다.
당신의 믿음은 누구를 향해 있나. 그리고 그 믿음은 정말, 당신이 직접 선택한 것인가.
영화가 던지는 이 불편한 질문을, 스크린 밖에서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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