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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덜어낸 연상호의 ‘계시록’…엉성한 전개·손쉬운 결론에 맥 풀린다 [SS무비]



<i>*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은 연상호의 전작과 결이 다르다.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한 ‘지옥1’(2021)이 시연을 통한 현세-사후 세계의 연결고리로 충격을 줬다면, ‘계시록’은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다.
개척교회 목사 민찬(류준열 분)이 성범죄 전과 2범인 양래(신민재 분)와 뒤를 쫓는 형사 연희(신현빈 분)와 얽히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초중반까지 서사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교회를 방문한 양래는 수상하다.
“신발 꺾어 신으면 금방 상해요”라며 친절히 내준 발에는 성범죄자들이 차는 전자발찌가 있다.
신도 한명 등록했다고 생각했던 민찬의 얼굴이 싹 굳었다.

친절해 보이는 민찬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굳이 괜찮다는데 커피를 마시라 재차 권했다.
동의도 하지 않았는데, 명부에 넣겠다며 사진을 찍어 프린트까지 했다.
호의를 가장한 영업, 타인의 기분을 자신의 의지 밑에 두는 무례함이 엿보였다.
이 장면, 민찬으로 인해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복선이다.



“어떤 남자가 우리 연우를 데려갔대”

영화는 어린이집에 보낸 아들이 없어지면서 변곡점을 맞이한다.
민찬은 양래를 의심한다.
뒤를 쫓고 야산으로 가 다툼 끝에 절벽으로 떨어지게 만든다.
오해였다.
어린이집에서 다른 집 아빠가 하원을 하면서 빚어진 문제였다.

중대한 오류가 있다.
부모가 아닌 다른 이가 아이를 하원시킬 때는 ‘귀가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
지정 보호자 1인 외에는 자녀 하원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런 식의 유괴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영화적 장치로 수긍하고 보기 어려운 것은 이후 벌어지는 사건도 이런 식으로 ‘퉁’ 쳐버리기 때문이다.

민찬은 선량한 목사였다.
그러나 아내 시영(문주연 분)이 바람이 난 걸 알게 되면서 심사가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한다.
부부 모두 아이가 실종된 것으로 오해하면서 갈등은 깊어진다.

아이를 찾았다는 소식을 들은 민찬은 갈등에 빠진다.
양래가 이미 절벽 아래로 떨어진 걸 본 다음이다.
인간적 고뇌에 빠진다.
이후 예수로부터 계시를 받았다고 자신을 믿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탐욕이 아닌 종교적 광기로 혹은 정신적 분열로 인한 집착으로 방향키를 틀어버린다.



헐거운 서사 구조가 문제다.
정신과 의사 낙성(김도영 분)의 입을 빌려 손쉽게 결론을 낸다.
“서로 연관성이 없는 정보 사이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라며 정신분열증 ‘아포페니아’라고 쉽게 정리해버린다.
이런 단선적 얼개가 관객의 긴장도를 ‘훅’하고 꺼뜨린다.

범죄의 트리거를 협소하게 만든다.
민찬이 양래를 해칠 때 번쩍하고 나타난 번개에서 예수의 형상을 보고 ‘살인 계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양래 역시 창틀의 오큘러스 문양을 보고 자신을 위협한 ‘외눈박이 괴물’로 인식, 살인 충동을 일으킨다고 정리하는 식이다.
양래가 ‘맥거핀’(일종의 트릭)으로 작용하며 누가 진범인지 모르는 상태로 서스펜스가 진행됐지만, 정신분열증 증상으로 귀결되며 맥이 ‘탁’하고 풀려버린다.

이 영화는 ‘간음’도 주요 모티브로 삼고 있다.
“네 이웃을 탐하지 마라”는 십계명의 마지막 계명이다.
민찬의 아내 시영(문주연 분)이 차 안에서 간음을 실토하며 회개하는 장면이 압권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 장면만큼이나 파괴력 있는 장면이 많지 않다.
종교를 무기로 탐욕을 추구하는 이 땅의 교회에 대한 반성과 회개라고 생각하고 땅에 붙은 줄 알고 봤던 영화는 뒤로 갈수록 공중에 ‘붕’하고 떠버렸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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