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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에 묶이고 대피소 입장 불가… 산불에 무방비 노출된 동물들

-동물자유연대, 루시의친구들, 위액트 현장 구조활동

국가적 재난으로 번진 경상권 산불 사고에 동물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의성의 한 반려견 ‘노랑이’는 산불영향권에서 홀로 목줄이 묶인 채로 떨고 있다가 동물자유연대에 의해 구조됐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국가적 재난으로 번진 경상권 연쇄 산불로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사람보다 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동물을 위해 동물단체들이 출동해 화마로부터 귀한 생명을 구하는 중이다.

28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경남 산청군·하동군, 경북 의성군·안동시·영덕군 등에서 수일 째 계속된 산불로 이날 오전 6시 기준 65명 사상자(28명 사망·9명 중상·28명 경상)가 발생했고 3만3000여 명이 대피했다.
피해 산림면적은 4만8150㏊로, 역대 최악이던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의 두 배를 넘겼다.

동물의 경우 정부가 피해 규모를 파악하지는 않고, 민간 동물단체들이 각자 현장 구조를 펼치며 체크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구체적 통계는 없지만 단체별로 취합을 하면 그 수가 상당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동물활동가는 “이번 산불 사고가 난 지역이 대부분 시골이고 노령인구 비중이 높은 곳이라 개를 목줄 묶고 키우는 경우가 많다.
도망도 못 치고 희생된 생명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 동물자유연대, 루시의친구들, 위액트 등 현장서 활동

이러한 상황에서 동물자유연대는 산청과 의성으로 각각 1~2차 선발대를 급파해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약 30마리 동물을 구조 및 구호했고 반려동물을 위한 쉼터와 대피소도 만들었다.
이날은 후발대가 안동, 청송, 영양, 영덕으로 향해 수색 및 구조·구호 활동을 돌입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인력이 늘었고, 전날부터 화재 지역에 내린 비 덕분에 불길이 잡히고 있는 상태다.
구조 활동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라, 코리안독스, KK9R, 유엄빠 등 동물단체가 연합한 루시의친구들도 23일부터 현장에서 활동 중이다.
선발대는 산불 피해가 가장 심각하고 노인 비중이 높은 의성에서 24마리 동물을 구조했다.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은 고양이, 줄에 묶인 만삭 어미개, 달궈진 쇠목줄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개, 축사에 갇혀 온몸에 화상을 입은 염소 등이었다.
26일부터 안동서 구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장 담당자는 이날 “안동도 구조 요청이 계속되고 있다.
이틀 동안 10마리 이상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경북 안동에서 털이 불에 그을린 채로 루시의친구들 구조팀에게 발견, 구조된 개의 모습. 카라 인스타그램
경북 영덕에서 구조된 반려견. 등 부분 털이 불에 타서 그을렀다.
위액트 인스타그램

위액트(WeAct) 역시 지난 23일부터 산청, 영덕, 의성 등지에서 구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위액트는 “산청에서는 집과 밭이 모두 타버린 폐허 속, 작은 고무집에 웅크리고 있던 강아지를 구조했다.
목에 묶인 쇠 목줄에서 그을음이 떨어졌다”며 “영덕도 반려동물을 찾기 위해 발만 동동 구르며 도움을 청하는 보호자들이 많았다.
구호물자로 나온 달걀, 라면을 반려동물에게 나눠주는 어르신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 반려동물은 대피소 입장 불가… 임시 대피소 마련

이번 산불 사고로 운영 중인 대피소가 현재 약 50곳으로 알려졌지만 이 중 반려동물이 공식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곳은 없다.
국내 동물보호법은 ‘소유자 등은 재난 시 동물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했으나 지진대책법과 재해구호법에는 동물에 관한 규정이 없다.
또 결정적으로 행정안전부의 재난 시 비상대처 요령에 포함된 ‘애완동물은 대피소에 들어갈 수 없다’는 문구가 반려동물의 입장을 막는 근거가 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의성에서 반려견의 대피소 입소가 제한돼 함께 올 수 없었다는 어르신의 사연을 접수하고 출동한 장소에는 개가 산불영향권 안에서 홀로 목줄에 묶여 있었다.
무사히 구조된 개는 현재 치료를 받으며 임시보호 중”이라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는 국내법상 반려동물로 규정된 개·고양이·햄스터·토끼·패럿·기니피그를 위한 임시보호소를 이재민 대피소인 의성체육관 근처에 구축했다.
관계자는 동물을 위한 재난 대피소가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물자유연대가 의성 대피소 인근에 마련한 반려동물을 위한 대피소. 동물자유연대 제공

카라는 “행정안전부에서 수년째 고수 중인 문구 때문에 반려동물의 대피소 입장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꼬집으며 “반면 일본은 2018년부터 재난 시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함께 대피할 수 있는 동행 피난을 공식적으로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 “3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분노와 허탈감

2022년 3월에도 경북 울진군과 강원 삼척시에서 산불 사고가 일어나 열흘간 이어지며 사람과 동물이 큰 피해를 입었다.
동물단체들은 현재 상황이 3년 전과 다른 게 없다며 분노와 허탈감을 드러내고 있다.

카라는 “당시 정부는 재난 시 동물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여태껏 바뀐 게 없다.
언제까지 피해 동물의 구조와 치료를 민간단체에게 떠넘길 것인가”라고 일갈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도 “자연재해 앞에서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다”며 “재난 상황 속에서 동물 생명이 존중받을 수 있는 제도 개선과 사회적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해부터 LG U+, 더프라미스, 지자체 자원봉사센터 등과 함께 ‘재난시 동물구조 및 구호 협의체’를 구성하고,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 동반 대피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민간단체에서도 이 정도로 노력을 하는데 국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나. 3년 사이 두 번이나 대형 산불사고가 일어났는데 여전히 대피소에 반려동물이 함께 들어갈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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