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박보검, 기대에 부응하느라 '폭싹 속았수다'더팩트 기사제공: 2025-03-30 09:06:02

배우 박보검이 <더펵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작품에 담긴 메시지가 좋아서 이를 표현하는 글이 따뜻해서 분량은 적은 것을 알면서도 출연을 결정했다.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폭싹 속았수다'가 남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뜻깊은 작품의 여정을 끝낸 것은 물론 초기의 목표보다 더 큰 선물을 받았다. '아빠'의 얼굴을 맡겼더니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 배우 박보검이다.

박보검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양관식의 소년부터 청년을 연기한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7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극본 임상춘, 연출 김원석)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아이유, 문소리 분)과 '팔불출 무쇠' 관식이(박보검, 박해준 분)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시리즈다. 총 16부작으로 구성됐으며 28일 모든 회차가 공개됐다.

작품은 제주에서 함께 나고 자랐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애순과 관식, 그들의 순수했던 10대 시절과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었던 청년 시절, 인생이 던진 숙제와 맞부딪히며 세월을 겪어 낸 중장년 시절까지 파란만장했던 일생을 다채롭게 그리며 호평을 얻었다.

실제로 공개 '폭싹 속았수다'는 공개 2주 차에 60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2위에 등극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 칠레, 멕시코, 터키, 필리핀, 베트남을 포함한 총 41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오르며 국내외에서 인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에 박보검은 "이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감동과 의미를 주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며 "많은 분들이 까까머리 관식은 또 안 나오냐고 하고 그리워해 주는데 이런 부분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배우 박보검이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새 얼굴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넷플릭스

박보검은 군대에 있던 시절 '폭싹 속았수다'의 대본을 받아봤다. 작가님의 글이 참 좋았다는 그는 "워낙 임상춘 작가님의 팬이었다. 약자를 보호하는 글이 멋있었다"며 "관식과 애순 뿐 아니라 나오는 모든 배우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작품이 내 필모그래피에 남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3막부터 분량이 적은 것도 전혀 아쉽지 않단다. 오히려 이 정도의 분량인 것을 알면서도 출연한 박보검이었다. 그는 "물론 까까머리 시절의 관식과 단발의 애순의 일상이 더 많이 나왔으면 어땠을까 싶긴 하다"면서도 "그러나 작품 자체가 애순과 관식의 일생을 담은 내용이지 않나. 모든 배우들 자체가 캐릭터로서 살아있기 때문에 적은 분량이었어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렇게 양관식의 10대 때부터 20대 때까지 청년의 모습을 소화한 박보검이다. 박보검이 해석한 양관식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그는 "10대 때는 운동선수고 듬직한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해서 열심히 먹어 증량을 해 체구를 키웠다. 20대 아이들의 아빠가 됐을 때는 사랑하는 애순과 우리의 귀한 아이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를 표현하는 데 조금 더 집중했다. 그들이 넘어지거나 힘이 필요할 때 언제든 달려올 수 있는 인물로 보이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물론 쉽지는 않은 작업이었다. 박보검은 "시간이 지나면서 말 수가 더 없어지고 내면적으로 여물어가는 부분이 컸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말이나 표정이 보이는 것보다 분위기가 주는 힘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배우 박보검이 <더펵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특히 박보검의 열연이 빛을 발한 건 동명이를 잃고 애증의 바다 앞에서 오열하는 장면과 이후 아들의 사망신고서를 쓰며 다시 한번 무너져 내리는 동사무소 장면이었다.

바다 장면의 경우 배경 등 많은 것들이 CG였다는 점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감정을 이끌어낸 배우들에게 호평이 쏟아졌다. 이에 박보검은 "배경은 CG였지만 날씨는 실제로 비가 왔다. 그래서인지 분위기가 절로 잡혔다. 차마 애순이를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모들을 바라보면서 계속 울음을 삼켰던 기억만 난다"고 돌이켰다.

사망신고서 때는 디테일에도 신경 썼다. 박보검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본인의 글씨체도 10대 때와 다르지 않았을까 싶어 차이를 두고 더 또박또박 쓰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전 관식이가 판타지적이고 비현실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도 관식이를 통해 많이 배웠고 성실함이 큰 무기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어딘가에는 관식이처럼 살아가는 인물들이 있을 것이죠. 다만 그들이 직접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모두 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배우 박보검이 '폭싹 속았수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 되길 바랐다. /넷플릭스

박보검은 인터뷰 내내 임상춘 작가의 글이 좋았기 때문에 몰입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도 작품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는 대사와 장면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에 박보검에게 가장 인상 깊게 와닿았던 대사나 장면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하나 꼽을 수 없다. 대본을 가지고 올 걸 그랬다"며 너스레를 떤 박보검은 "나문희 선배님의 '어떤 여행이었나. 나는 소풍이었다'는 대사가 문득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우리 인생이 어떻게 보면 짧게 왔다 가는 소풍이라고 하잖아요. 때문에 모든 사람들도 여행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작품 또한 잠깐 봄에만 공개되고 끝나는 작품이 아니라 여행 내내 회자되고 계속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박보검에게도 '폭싹 속았수다'는 꺼내보고 싶은 작품으로 기억될 예정이다. 그는 "함께하길 정말 잘했다.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열심히 연기해 준 모든 배우들에게 '폭싹 속았수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많은 분들이 겨울이면 꺼내보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응팔'이 겨울에 보고 싶다면, '폭싹'은 봄에 보고 싶은 작품이 되겠구나. 그리고 여름은 차기작인 '굿보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가 이제 가을 작품만 하나 더 찍으면 되겠다.(웃음) 그만큼 꺼내보고 싶은 작품을 계속해서 만드는 배우가, 기대에 부응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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