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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위버맨쉬’ 지드래곤, 빛바랜 ‘소년이여’

가수 지드래곤이 29일과 30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025 월드투어 ‘위버맨쉬(Ubermensch)’의 한국 공연을 열고 8년 만에 관객을 만났다.
갤럭시코퍼레이션 제공.
가수 지드래곤이 8년 만에 단독 콘서트 무대에 섰다.
기상 악화로 인해 열악한 상황 속에서 공연이 펼쳐졌고, 왕년의 지드래곤을 상상한 이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무대가 펼쳐졌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 ‘삐딱하게’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 공연이었다.


29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가수 지드래곤(G-DRAGON)의 2025 월드투어 ‘위버맨쉬(Ubermensch)’의 한국 공연이 열렸다.

이날 공연장을 향하는 길에는 눈발이 휘날렸다.
영하의 온도에 강풍까지 휘몰아쳐 야외인 공연장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주최 측은 공연 시작에 앞서 30분 지연 시작을 예고했다.
소속사에 따르면 지드래곤은 오후 2시 예정된 사운드체크를 하는 등 리허설을 포함해 현장에서 날씨 추이를 지켜봤다.

하지만 공연은 관객들을 입장시킨 후 별다른 설명 없이 45분 더 지연됐다.
전광판을 채운 건 응원봉 연결 안내와 개최사 쿠팡플레이의 방송 홍보 영상뿐이었다.
약속한 시작 시각이 30분을 훌쩍 넘겼지만, 최근 발표한 뮤직비디오가 연이어 재생돼 관객석에서는 야유가 흘러나왔다.

가수 지드래곤이 29일과 30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025 월드투어 ‘위버맨쉬(Ubermensch)’의 한국 공연을 열고 8년 만에 관객을 만났다.
갤럭시코퍼레이션 제공.

긴 기다림 끝에 지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냈다.
새빨간 장미로 뒤덮인 의상에 반짝이는 선글라스, 왕관까지 착용한 ‘왕의 귀환’이었다.
지난해 7년여 만에 발표한 ‘파워(POWER)’와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을 연이어 선보인 지드래곤은 특유의 말투로 “오랜만에 지드래곤이 돌아왔다”고 인사를 건넸다.
유독 숫자 8과 인연이 깊은 그는 “8년 만에 무대에 서고 88개월 만에 컴백도 했다”면서 “날씨가 추운데 늦게 시작하게 되어 죄송스럽다”고 했다.

가수 지드래곤이 29일과 30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025 월드투어 ‘위버맨쉬(Ubermensch)’의 한국 공연을 열고 8년 만에 관객을 만났다.
갤럭시코퍼레이션 제공.
관객들은 데이지 꽃을 형상화한 지드래곤의 새 응원봉을 흔들며 그를 맞이했다.
“꽃봉(응원봉) 때문에 꽃밭 같다”며 객석을 소중하게 바라본 지드래곤은 “며칠간 많은 일이 있었다.
상황이 시끄러워 마음이 편치 않을 텐데, 가수로 여러분 앞에 서게 되는 자리에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인사하며 눈물을 훔치는 듯 재치있게 웃었다.


2022년 ‘봄여름가을겨울’이 빅뱅으로서 발표한 마지막 곡이다.
이를 언급하며 “다양한 계획을 세워놨는데, 각자의 사정과 상황들로…”라며 말끝을 흐렸다.
“어딘가에서 열심히 빛나고 있을 멤버들에게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내가 제일 빛난다”고 자평했다.
가수 지드래곤이 29일과 30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025 월드투어 ‘위버맨쉬(Ubermensch)’의 한국 공연을 열고 8년 만에 관객을 만났다.
갤럭시코퍼레이션 제공.
쉬지 않고 활동했지만 컴백을 준비하는 마음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더욱 특별했다.
그는 “진짜 하고 싶고, 보고 싶고 그리웠다.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다”고 진심을 전했다.

공연은 지드래곤이 2009년 발매한 첫 정규 앨범 ‘하트브레이커(Heartbreaker)’부터 지난해 11월 낸 ‘위버맨쉬(Ubermensch)’의 수록곡까지 솔로 가수 지드래곤의 15년이 넘는 서사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로 채워졌다.
8년 만의 만남에 글로벌 관객들의 비중도 상당했다.


‘투데이(Today)’를 부르며 플로어로 내려간 지드래곤은 관객들의 사진 촬영에 응하고 마이크를 넘겨 노래를 부르게 하는 등 객석과 가깝게 소통하려 했다.
‘개소리’ 무대는 슈퍼볼 공연으로 화제가 된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낫 라이크 어스(Not like us)’와 매쉬업해 독특한 스텝까지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가수 지드래곤이 29일과 30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025 월드투어 ‘위버맨쉬(Ubermensch)’의 한국 공연을 열고 8년 만에 관객을 만났다.
갤럭시코퍼레이션 제공.
이날 공연은 철학자 프리드리히 네체의 철학적 개념을 예술적으로 표현해 위버맨쉬가 초인으로 거듭난다는 3단계를 스토리텔링으로 구현했다.
지드래곤은 “니체도 나오고 철학적으로 어려워 보이는데 사실은 있어 보이려고 한 거고 별것 아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팬들을 두고 “나보다 내 행동, 말투 하나하나에 소름 돋을 정도로 해석을 잘 해주시더라”며 “생각하고 한 건 아니고 몸에 밴 습관 같은, 곳곳에 내제된 것들이다.
계획이 있었을 거라 해주시는데 사실은 아무 생각 없었을 거다.
(팬들의 해석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좋아요’를 누른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 겨울을 방불케하는 추위였지만, 현장을 가득채운 관객들에겐 볼거리도 많았다.
‘위버맨쉬’를 상징하는 거대 조각상이 돌출 무대 양옆에 등장했고, 무대 위로 지드래곤의 얼굴을 형상화한 화려한 드론쇼가 펼쳐졌다.
‘위버맨쉬’ 앨범 자켓에도 등장한 조각상의 형태다.
지드래곤은 “위버맨쉬의 ‘?’를 형상화한 인물들은 한쪽은 ‘하트브레이커’ 때 내 모습, 한쪽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촬영한 내 모습이다.
내 과거와 현재가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가수 지드래곤이 29일과 30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025 월드투어 ‘위버맨쉬(Ubermensch)’의 한국 공연을 열고 8년 만에 관객을 만났다.
갤럭시코퍼레이션 제공.
‘더 리더즈(The Leaders)’에는 전성기 시절 YG엔터테인먼트에서 한솥밥을 먹은 투애니원의 씨엘이 게스트로 무대에 섰다.
화이트 수트를 입고 당당하게 무대에 선 씨엘은 빨간 장미로 뒤덮인 지드래곤의 의상과 대비돼 더욱 카리스마 있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하트브레이커’에는 지난 19일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비트박스 챔피언 윙 김건호가 깜짝 등장해 현란한 비트박스를 선보였다.


인공지능(AI) 등 테크 기술을 접목한 무대는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의 LED에 등장한 태양과 대성, ‘소년이여’의 어린 권지용 등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화려한 스타일링, 레이저가 나오는 현란한 기타 연주 퍼포먼스도 눈길을 끌었다.


‘위버맨쉬’의 타이틀곡 ‘투 배드(TOO BAD)’의 댄스브레이크까지 소화한 그는 “처음 해보는 경험이다.
다리가 풀려 힘이 안 들어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공연 말미에는 매진된 공연을 언급하며 “오늘은 꽃을 심을 때가 없더라. 내일도 꽃이 꽉 차 있어서 올해 안에 한 번 더 공연하겠다”고 약속했다.
“근력 운동을 하고 다리를 고정하고라도 한국에서 많이 (공연)하겠다.
고맙다”며 “이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그려본 적 없는데, 오늘 꽃밭이 예쁘다”며 객석을 지긋이 바라봤다.

가수 지드래곤이 29일과 30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025 월드투어 ‘위버맨쉬(Ubermensch)’의 한국 공연을 열고 8년 만에 관객을 만났다.
갤럭시코퍼레이션 제공.
2006년 데뷔한 빅뱅은 내년 20주년을 맞는다.
각종 논란 속에 멤버 승리과 탑이 팀을 탈퇴하고 이제 빅뱅 완전체는 지드래곤, 태양, 대성 3인 체제다.
지난해 말부터 이벤트성 공연과 콘텐츠를 통해 셋의 모습이 비친 상황. 내년에는 더 본격적인 20주년 활동이 시작된다.
지드래곤은 “내년엔 우리(빅뱅)가 스무살이 된다.
스무살이 되면 성인식을 해야 하니까 섹시한 성인식을 구상 중”이라고 예고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지금 모습이 아니라 계속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여러분의 모습도 다 ‘위버맨쉬’”라고 앨범에 담긴 의미를 전하며 “오늘 투어가 한 걸음을 뗀 날이다.
한 바퀴 돌고 빨리 돌아오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가치는 ‘희소성’이었다.
8년 만에 자신의 단독 콘서트 무대에 선 지드래곤이 팬들을 만나는 자리로 그 의미를 가졌다.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 행렬을 기록했던 만큼 팬들의 기다림은 간절했고, 강추위 속에서도 지드래곤을 상징하는 패션 아이템을 하나씩 착용하고 데이지꽃 모양의 응원봉을 든 관객들의 설렘이 느껴졌다.

지드래곤은 가요계의 고유명사다.
그가 하는 말과 행동은 물론 의상까지 순식간에 유행시키는 패션계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최근 발매한 ‘위버맨쉬’ 앨범도 공개와 동시에 각종 차트를 휩쓸었다.
현란한 가창과 안무는 없어도 존재 자체로 인정받는 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날 공연의 실망감은 감출 길이 없었다 .

이례적 추위 탓일까, 지드래곤의 컨디션 탓일까. 공연이 중반부를 넘어가면서부터 지드래곤의 목 상태는 걱정될 수준으로 치달았다.
기상 악화와 야외 공연장의 특성이 더해서 가수에게도, 관객에게도 공연을 온전히 즐길 수만은 없는 현장이었다.
지드래곤은 연신 콧물을 훔쳤고, 마이크를 든 손가락은 빨갛게 부어올랐다.
음향도 집중되지 않았다.
가수 지드래곤이 29일과 30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025 월드투어 ‘위버맨쉬(Ubermensch)’의 한국 공연을 열고 8년 만에 관객을 만났다.
갤럭시코퍼레이션 제공.
치열한 티켓팅을 뚫고 관객석을 채운 이들이 기대할 만한 무대는 아니었다.
3만여 관중을 불러 모아 무려 25곡의 세트리스트를 구성했다면 더 나은 목 상태로 공연을 이어가야 하는 것이 가수의 의무다.
지드래곤은 과거 그가 발표한 히트곡들을 미처 소화하지 못했다.
특정 곡의 경우 라이브 AR에 추임새를 얹는 수준이었다.
목 상태가 적나라하게 들려오면 숙연함을 느낄 정도였다.

이틀간 열린 한국 공연에는 총 6만4000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
한국 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5월 일본 도쿄 공연을 시작으로 필리핀,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7개국 8개 도시 투어가 열릴 예정이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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