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만들겠다"
5월 7일~6월 8일 LG아트센터 서울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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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총괄 프로듀서와 전인철 연출가, 배우 김정호 이영애 백지원 지현준 이승주(왼쪽부터)가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헤다 가블러'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더팩트 | 김명주 기자] 드라마 '대장금', 영화 '친절한 금자씨', '봄날은 간다' 등으로 국내외는 물론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아온 배우 이영애가 '헤다 가블러'를 통해 32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다. 강렬한 존재감과 섬세한 감정 표현, 캐릭터 해석으로 브라운관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인 이영애가 무대에서 보여줄 변신에 이목이 집중된다.
연극 '헤다 가블러' 제작발표회가 8일 오후 2시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시그니처) 홀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이현정 총괄 프로듀서 겸 LG아트센터장, 전인철 연출가, 배우 이영애 김정호 지현준 이승주 백지원이 참석해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헤다 가블러'는 헨리크 입센의 고전 명작으로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심리를 심도 깊게 탐구한 작품이다. 지난 2006년 영국 최고 권위의 공연예술상인 올리비에상의 베스트 감독상, 베스트 리바이벌상을 수상한 리처드 이어의 각색본을 바탕으로 하고 제54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전인철이 연출을 맡았다.
이현정 총괄 프로듀서는 "2000년 개관한 LG아트센터가 올해 25주년 맞아서 제작한 작품이다. 개관 이후로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예술가들에게 영감과 자극을 주고자 했는데 몇 년 전부터는 우리가 만든 작품을 세계 관객들에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을 통해 연극의 저변을 확대하고 싶었다"고 제작 계기를 밝혔다.
그는 "이영애 씨는 평소 연극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 들었다. 그래서 언젠가 작품을 같이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영애 씨는 '대장금'에서 우아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보여줬고 '친절한 금자씨', '봄날은 간다' 등을 통해서는 다채로운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헤다에 적합하다고 생각해 제안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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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영애가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헤다 가블러'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매 순간 힘들지만 몇 배의 즐거움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서예원 기자 |
이영애는 1993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개관작인 연극 '짜장면' 이후 32년 만에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는 헤다 역을 맡아 무대로 복귀한다. 특히 헤다는 입센의 작품 중 가장 극적인 역할 중 하나로, 현시대까지도 여전히 강렬한 비극의 아이콘으로 손꼽힌다. 여성 햄릿이라고도 비유되는 헤다 캐릭터이기에 어떤 배우가 역할을 맡는 지가 화제가 될 정도다.
이영애는 "20대 때 '짜장면'으로 처음 무대에 섰는데 오랫동안 큰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후에 대학원에 들어가 연극 공부를 하다가 무대에 설 기회가 있었는데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학교 지도교수님이랑 이야기할 때 연극을 하게 되면 '헤다 가블러'를 하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하게 됐다. 많이 힘든 면도 있는데 너무 재미있다. 매 순간 힘들지만 몇 배의 즐거움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해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이날 현장에서는 이영애가 준비하고 있는 헤다 캐릭터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영애는 "누구나 자기 작품에 100% 만족하지는 못할 것 같다. 하반기 방송 예정인 드라마 '운수 좋은 날'을 끝내고 '더 열심히 할 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시점에 작품을 만났고 좀 더 집중해서 공부하는 자세로 시작을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연구한 결과가 작품 안에서 녹아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들려줬다.
이어 "헤다는 정답이 없는 여자 같다. 기존에 알던 헤다의 색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지금도 캐릭터를 찾아가는 중이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있다. 밝은 모습이 있어야 이면의 어두운 모습도 더 잘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작업을 통해서 새로운 헤다의 모습을 보여드리려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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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영애(왼쪽)와 백지원이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헤다 가블러'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전인철 연출가는 "이영애 씨와 만나 대화하면서 그가 다양한 감정과 표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존의 헤다는 안하무인의 우울한 이미지이지만 이보다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려고 하고 또 그것에 어려움을 겪는 인물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영애 씨는 놀랄 정도로 성실하다. 기복이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귀여운 면과 사랑스러운 면도 있다. 여러 가지 모습을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적정한 선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여기에 김정호는 학문적 성취 외에는 관심이 없는 헤다의 남편 테스만 역을, 지현준은 가까운 곳에서 끊임없이 헤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판사 브라크 역을, 이승주는 헤다의 잠들어 있던 욕망을 깨우는 옛 연인 에일레트 역을, 백지원은 헤다의 질투심을 자극하는 테아 역을 연기해 극에 활력을 더한다.
백지원은 "얼마 전에 좋은 작품을 보고 무대 향수를 느끼던 차에 연락을 받아 운명처럼 작품이 다가왔다고 생각한다. 창작진과 동료들이 함께 한 공간에서 호흡하면서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헤다 가블러'의 관전 포인트로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공감을 이야기하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이영애는 "헤다는 20대, 30대에 만났더라면 '공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독특한 인물이긴하지만 남성과 여성을 떠나서 과거와 현대를 떠나서 현존하는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이현정 총괄 프로듀서도 "작품이 시대를 넘어서 남녀를 떠나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들을 갖고 있다. 매순간 현대인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내면적인 공허함과 좌절감 등을 굉장히 잘 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번에 국립극장에서도 '헤다 가블러'를 공연하지만 하반기에 미국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시대가 '헤다 가블러'를 불러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에 꼭 봐야할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전인철 연출가는 "현대인들이 갖는 고독, 외로움, 우울감이 '헤다 가블러'랑 만나는 지점이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세계적으로도 공연이 되는 것 같다. 이제 한 달 정도 후에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결과물이 몹시 기대가 된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바랐다.
'헤다 가블러'는 오는 5월 7일부터 6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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