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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홍화연. BH엔터테인먼트 제공. |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여은남 역을 따낸 주인공. ‘보물섬’을 본 시청자라면 앞으로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열연이었다.
12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보물섬’은 2조원의 정치 비자금을 해킹한 서동주(박형식)가 자신을 죽인 절대 악과 그 세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복수전을 그렸다.
최종화 1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역대 최고 시청률로 막을 내린 ‘보물섬’에서 홍화연은 대산가의 외손녀이자 동주의 연인 여은남으로 분했다.
10일 종영을 앞두고 만난 홍화연은 “시청자의 사랑 덕에 행복 속에 허우적거리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며 “충격도 많이 받고 놀라셨을 텐데 엔딩의 여운을 느끼며 잘 보내주시길 바란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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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홍화연. BH엔터테인먼트 제공. |
네 차례에 걸친 오디션 끝에 여은남을 따냈다.
홍화연이 생각하는 ‘보물섬’과 ‘여은남’으로 출발해 은남이의 과거와 아픔을 바라보게 됐다.
처음엔 실제 성격과 닮은 여은남을 준비했지만, 거듭되는 오디션을 통해 지금의 여은남 캐릭터가 구축됐다.
어릴 때 받은 상처, 그간의 외로움으로 차가운 면모를 지녔다.
굳은 심지를 가지고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독립적인 은남의 내면을 표현하고자 했다.
여은남의 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서동주는 그의 인생관까지 송두리째 바꿔놓은 인물이다.
‘둘은 서로의 잘난 외모에 끌려 연애를 시작한 게 팩트’라는 인물 설명이 두 사람의 첫 만남을 궁금하게 했다.
홍화연은 “실제로 선배님과 7살 차이가 난다.
TV에서 보던 아이돌이자 배우이신 선배님을 그렇게 가까이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며 “일단 비율이 너무 좋으셨다.
다이어트 자극이 절로 되는 멋진 분이셨다”라고 첫 만남을 회상했다.
뜨겁게 맞붙은 두 사람의 애정신이 첫 화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제작진의 배려로 회상 신들이 먼저 촬영되고, 애정신은 두 달여를 기다린 끝에 촬영했다.
동주와 은남이 이끄는 1화의 장면들이 극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거란 생각에 고민도 많이 하고, 서로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
극 초반 폭풍 전개에는 은남의 연애와 결혼이 있었다.
동주와 열렬한 사랑을 했지만, 결혼은 희철(권수현)과 했다.
홍화연은 “동주랑 결혼할 거란 생각을 한 적이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감독님도 여러 번 ‘은남이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자란 아이’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했다.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파헤치려는 욕망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 은남이 이혼을 결심했다.
‘잊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 모양 이 꼴이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은남의 대사가 그가 겪은 감정의 변화를 대신 설명한다.
두 사람의 손목에 새겨진 타투처럼 동주의 존재는 은남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홍화연은 “동갑인 희철과 동주를 향한 호칭조차 분명했다.
결혼을 결심한 희철은 언제나 ‘희철씨’였지만 박형식에겐 다정히 ‘동주야’라고 불렀다”고 웃으며 답했다.
최종화에서 악인 염장선은 가진 모든 것을 잃고 목숨을 부지했다.
서동주는 복수에 성공했지만, 통쾌함보다는 허탈함을 남긴 채 긴 휴가를 떠났다.
인간의 욕망을 두고 달려온 두 달간의 여정은 어딘지 모를 씁쓸함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결말에 관해 묻자 그는 “특별한 권선징악이라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비록 염장 선(허준호)이 온갖 나쁜 짓을 했지만, 동주는 염장선을 죽이지 않고 2조원의 돈도 가지지 않았다.
그게 동주가 내린 가장 큰 벌이었으리라 생각하며 서동주와 염장선의 차이를 짚어준 엔딩이라 바라봤다.
“은남은 동주를 붙잡고 싶었을 거다.
하지만 동주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고 있기 때문에 잘 다녀오라고, 기다리겠다고 배웅을 해주는 것 같았다”면서 “재결합을 하지도, 헤어지지도 않는다.
여운도 남고 더 성숙한 모습의 사랑을 보여주는 또 다른 해피엔딩이라 생각했다”고 의미를 찾았다.
은남의 ‘재벌가 룩’도 화제를 모았다.
평소엔 수수한 패션을 선호하지만, 은남이 되어 화려한 악세서리와 트위드 자켓을 애용했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긴 머리를 고수하고 의상의 디테일도 살렸다.
홍화연은 “가녀려 보이는 옷도 종종 입었지만 기개를 펼치는 날이 있을 때는 조금 더 어두운색의 옷을 입거나, 금속 재질의 단추가 있는 옷을 입었다.
감독님이 많이 신경써 주셨다”며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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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홍화연. BH엔터테인먼트 제공. |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춘 배움의 현장이었다.
대본을 보고 함께 회의하는 순간조차 소속감을 줬다.
“무거운 이야기에 비해 현장은 너무 화기애애했다.
특히 우현 선배님이 너무 재밌으셨다.
감독님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도 좋았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시청률 고공행진이 예상되는 SBS 금토드라마 라인이다.
허준호, 박형식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이명희 작가의 극본까지 방송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보물섬’의 히로인으로 나섰다.
하지만 홍화연에겐 이런 부담감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시청률이 얼마나 나오게 될지까지 신경 쓰지 못했다.
그냥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는 그는 언제나 여은남으로 존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현장에선 미처 깨닫지 못한 선배들의 열연을 방송으로 보며 ‘저렇게 못됐었나’ 싶을 때가 많았다고 했다.
첫 16부작 드라마에 주연까지 맡았다.
시작부터 은남과 동주의 모습이 예쁘게 담겨 만족했고, 은남이를 ‘이기적이다’라고 꾸짖는 시청자의 반응도 싫지만은 않았다.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체력 안배의 중요성이다.
반년 가까이 촬영을 거듭하며 더위와 추위를 모두 겪었다.
“몸이 아프면 모두에게 신세를 지게 되니, 체력 관리를 잘해서 계속 건강할 수 있는 게 배우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이구나 생각했다”고 답했다.
여은남이 진실을 위해 달려간 것처럼, 홍화연은 무엇을 위해 달리냐는 질문에 그는 “내 행복을 위해 달린다”고 명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큰 모교나 장기적 계획은 세우지 않는 평이에요. ‘언젠가 누군가랑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서 행복하게 살아야지’ 하는 게 그나마 장기적인 목표랄까요.(웃음) 매일매일을 재밌게, 어제보다는 나은 오늘을 만들며 살아가자고 싶어요”
똘망똘망한 눈에 귀여운 외모, 질문을 들으면 곰곰이 생각하고 자기 생각을 차근차근 풀어나갔다.
절친한 친구들이 ‘보물섬’을 보고 전한 시청 후기들을 전하고, 묵묵하게 믿고 지켜봐 주는 부모님을 위한 애틋한 마음도 드러냈다.
지난 2월 ‘보물섬’ 촬영을 마친 그의 요즘 일상은 행복으로 가득 찼다.
‘유흥’과는 거리가 먼 생활에 친구들은 ‘넌 대체 무슨 낙으로 사냐’고 물을 정도다.
그런 그에게 행복은 맛있는 걸 먹고,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일상이다.
“큰 자극을 찾아 헤매지 않고 잔잔한 삶을 산다.
큰 스트레스도 없고, 만일 스트레스를 받는다 해도 좋아하는 일들을 하면서 풀어버린다”며 “우울할 땐 우울한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고 했다.
교직원을 꿈꾸던 24살, 졸업을 1년 앞둔 취준생이 진로를 바꿨다.
이르지 않은 나이에 결정한 만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
후회를 남기느니 지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계속 정진하다 보면 언젠가는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긴 미래를 바라봤다.
“사실 배우라는 직업은 감히 꿈꾸지도 않았죠. 그래도 도전은 얼마든지 해봐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어요. 평가도 받고 연기 레슨도 받다 보니 연기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잘하고 싶고, 계속하고 싶고, 열심히 하고 싶었어요. 학업을 할 땐 그렇게 욕심이 난 적이 없었는데 말이에요.(웃음)”
배우 홍화연의 강점을 묻자 “감수성이 풍부하고 공감을 잘한다.
친구들의 말엔 같이 웃고 울어준다”고 답했다.
배우로 보면 인물의 서사를 이해하기 위한 최고의 장점이다.
그는 “실제 나와 다르더라도 캐릭터에 공감하며 바라볼 수 있다.
해석을 깊이 할 수 있다는 점이 배우로서의 강점”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변화하는 상황이나 인물의 배경에도 흡수가 빠르다.
탁월한 흡수력 덕에 ‘보물섬’의 홍화연도 한층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2022년 tvN ‘멘탈코치 제갈길’으로 데뷔해 ENA ‘보라! 데보라’에 이어 ‘보물섬’으로 당당히 여주인공을 따냈다.
행운처럼 다가온 ‘보물섬’을 통해 배우 홍화연의 이름도, 얼굴도 널리 알렸다.
티빙 ‘러닝메이트’와 넷플릭스 ‘자백의 대가’ 공개를 앞둔 그는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냈다.
그는 “여배우니 당연히 예쁘고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작품이 욕심난다”면서도 “감정을 깊이 표현할 수 있다면 어떤 역할이든 도전해보고 싶다.
어딘가에 정말 존재할 것 같은 여러 유형의 사람을 표현해 보고 싶다”고 바랐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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