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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경주 고선사지 삼층석탑’이 자리를 옮길 전망이다.
2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문화유산위원회는 최근 회의에서 이건(移建) 및 보존 처리 안건을 논의해 조건부로 가결했다.
이건은 건축물을 옮겨 짓거나 세우는 일을 뜻한다.
현재 고선사지 석탑은 국립경주박물관 내 신라미술관 근처에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다보탑과 석가탑의 복제품이 있는 야외 전시장으로 옮기고자 위원회에 허가를 구해왔다.
복제품 대신 고선사지 석탑을 두겠다는 취지다.
다보탑과 석가탑의 복제품은 1975년 박물관을 지금 자리로 옮긴 일을 기념해 제작됐다.
당시 세운 비석에는 “비바람에 씻기고 깎여 절묘한 옛 모습 사라져 가므로 박정희 대통령이 그것을 보고 미리 먼 뒷날을 걱정한 나머지 두 탑을 새로 만들라 분부했다”고 쓰여 있다.
이를 대체할 고선사지 석탑은 1300년 역사를 간직한 통일신라 시대 작품이다.
당시 석탑 양식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여준다고 평가돼 1962년 국보로 지정됐다.
그러나 박물관 입구나 주요 전시관과 떨어져 있어 상당수가 존재를 모르고 지나쳤다.
박물관 관계자는 “국보로서 위상을 회복하고자 2017년부터 석탑을 옮기려고 준비해왔다”며 “다보탑과 석가탑 복제품을 박물관 내 다른 부지로 옮기고 고선사지 석탑을 야외 전시장 중앙으로 옮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건에는 최소 4년이 걸릴 전망이다.
부재를 해체해 조사하고, 보존 처리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다보탑과 석가탑 복제품을 옮길 부지를 조사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문화유산위원회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구체적 계획을 제출해달라고 주문했다.
“이건을 추진하되, 세부적 계획을 다시 심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석탑 이건에 대한 필요성이나 타당성만큼은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고선사지 석탑은 원래 해골에 고여 있는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로 유명한 원효대사가 주지로 있었다고 알려진 고선사 옛터에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1975년 경주 도심 동쪽에 덕동댐이 준공되면서 절터가 물에 잠겨 여러 문화유산과 함께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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