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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밤 [詩의 뜨락]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시선집 ‘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수오서재) 수록

●나희덕

△1966년 논산 출생.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뿌리에게’,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파일명 서정시‘, ‘가능주의자’ 등 발표. 시론집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문명의 바깥으로’ 등 출간. 김수영문학상, 김달진문학상,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백석문학상 등 수상. 서울과학기술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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