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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로 변한 '천년고찰'…산불에 국가유산 피해 잇따라

경북 의성, 안동, 청송 등에서 발생한 산불이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국가유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26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까지 파악된 피해 사례는 열다섯 건이다.
유형별로는 명승과 천연기념물, 국가민속문화유산이 각각 세 건, 보물이 두 건이다.
문화유산자료 두 건과 무형문화유산 한 건, 기념물 한 건도 피해를 봤다.



연일 진화 작업이 벌어지면서 피해 사례는 하나둘 늘고 있다.
전날까지 여덟 건으로 집계됐으나 이날만 일곱 건이 추가됐다.
국가민속문화유산인 청송 송소 고택과 서벽고택 일부가 불에 탔고, 사남고택은 불길을 피하지 못해 전소됐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측백나무 자생지인 천연기념물 '안동 구리 측백나무 숲'도 0.1㏊ 범위가 소실됐다.
명승으로 지정된 '안동 백운정 및 개호송 숲 일원'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가장 피해가 큰 문화유산은 '천년고찰'로 불리는 의성 고운사다.
전날 제 모습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건물 대부분이 잿더미로 변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전체 건물 서른 동 가운데 아홉 동만 양호하고 보물인 연수전, 가운루 등 나머지는 전소됐다"고 밝혔다.



사찰 내에 지어진 유일한 기로소(耆老所)인 연수전은 단청과 벽화 수준이 뛰어나고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도상이 있어 역사·문화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받았다.
이번 화재로 자리에는 기와만 쌓여 있고, 주변을 에워싼 토석(土石) 담장만 남았다.


계곡을 가로질러 조성된 가운루도 비슷한 상황이다.
가운루는 조선 중후기에 성행했던 건축양식이 잘 남아있는 사찰 누각이다.
지난해 7월 보물로 지정됐으나 불과 8개월 만에 화마가 덮쳤다.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라서 보물 자격을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행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에 따르면 문화유산은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뒤 가치를 상실하면 지정이 해제될 수 있다.
실제로 2005년 4월 낙산사 일대를 덮친 산불로 녹아내린 동종은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그해 7월 보물 지정이 해제됐다.



계속된 산불에 국가유산청은 750여 명을 현장에 배치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여겨지는 국보 안동 봉정사 극락전 등 주요 문화유산에 방염포를 설치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부석사의 고려목판·오불회 괘불탱, 봉정사의 목조관음보살좌상·영산회 괘불도 등 주요 사찰이 소장한 유물 열다섯 건도 인근 박물관과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등으로 이송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산불 위험으로부터 국가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예방적 차원에서 물을 뿌리고 방염포를 설치하는 등 긴급조치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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