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 입니다.

최근 배우 견미리 씨 남편 이홍헌 씨의 주가조작 사건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됐다.
이 씨 등은 코스닥 상장사 보타바이오를 운영하며 주가를 조작해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보타바이오는 2015년 대규모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며 당시 회사 대표 A씨와 견미리 씨가 투자자로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이들은 투자금 전액을 ‘자기자금’으로 공시했지만 대부분 차입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의 쟁점은 유상증자와 CB 취득자금 조성 경위를 사실과 다르게 공시한 점이 자본시장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였다.
견 씨와 같은 유명 배우와 회사의 최대주주가 자신의 돈을 직접 투입한다는 사실은 경영진의 자금력이 탄탄하다는 인식을 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허위공시 관련 1심에선 유죄,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은 “취득자금 조성 경위 공시는 경영과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사항”이라며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다.

문제는 실제 허위공시가 벌어진 시점에 그 누구도 견 씨의 지분공시가 허위인지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주식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에는 지분을 누가 언제 얼마나 어떻게 취득했는지 세세하게 기록해야 한다.
향후 지분이 변동될 수 있는 계약이나 소송도 모두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상 공시 담당 기관인 금융감독원은 일일이 공시가 허위인지 판단하지 않는다.
자금출처나 주요 계약 및 소송 등의 이슈는 지분 보유자가 직접 제출하는 서류를 그대로 공시하기 때문이다.
이 공시에 오류가 있는지는 정기심사 때 검토하는데, 이때도 보유자의 주식 취득 시점이나 주식 수 등을 확인할 뿐, 자금출처와 주요 계약 등은 검토하지 않는다.
만약 지분공시에 오류가 있음을 발견하더라도 처벌은 거의 없다.

감시도 부실하고 처벌도 약한 상황이라 허위 지분공시는 현재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실제 바이오기업 B상장사 최대주주는 회사 인수 자금 전액을 자기자금이라고 공시했는데 취재 과정에서 기자에게 당당하게 명동 사채시장 자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이 회사는 거래정지 중이다.

또 경영권 분쟁 중인 AI 디지털전환 기업 C상장사의 최대주주는 최근 지분공시에서 주식 인수 자금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이전 공시에서는 차입금이라고 밝혔는데, 차입금이 상환되지 않았음에도 공시를 바꾼 것이다.
채권자들은 돈을 돌려받지 못해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이 소송으로 지분이 변동될 수 있는 중요사항임에도 C사 최대주주는 공시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허위공시는 사건이 벌어지고 한참 후에 문제가 된다.
보타바이오 주가조작 사건도 9년이 지난 지금까지 재판이 진행 중이다.
대부분의 주가조작 사건은 판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부당이득을 챙긴 사람들은 호의호식한다.
속을 끓이는 것은 소액주주 등 피해자들뿐이다.

최근 허위공시의 맹점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당장 의심되는 공시를 걸러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알려 피해를 키우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공시는 신뢰할 수 있다’는 믿음을 투자자들에게 줘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한국증시의 ‘밸류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