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미국 식료품업체 홀푸드마켓의 워싱턴DC 글로벌파크 매장에 들어서면 생체인식기계가 하나 서 있습니다.
손을 펴 들어 인식하면 아마존에 자동으로 로그인되죠. 카트에 물건을 담고 계산대가 아닌 정문을 통과하면 가상의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들이 자동 결제됩니다.
계산대 앞에 선 긴 줄을 기다릴 필요도, 계산대에 물건을 일일이 올릴 필요도 없이 그저 물건을 담아 나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아직은 생소한 신기술이 잔뜩 도입된 마트의 모습인데요.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월 이 매장에 손바닥의 정맥을 인식해 개인을 인증하는 기술인 '아마존원(Amazon One)'과 무인결제 시스템인 '저스트워크아웃(Just Walk Out)' 기술이 탑재됐다면서 결제 프로세스를 설명했습니다.
홀푸드에서 처음으로 이 기술들을 선보인 아마존은 두달 뒤인 4월 말 실적 발표에서 이를 다른 매장에도 더 확대해나가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아마존의 수석 부사장인 브라이언 올샤브스키 아마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저스트워크아웃 기술이 고객에게 요긴하고 도움이 되는 기술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아직 우리는 이 프로젝트의 초기단계에 있다.
매우 흥분된다"고 말했어요. 
기회 잡으려는 아마존…고객 위한 옴니채널 만든다 아마존은 사실 글로벌 전자상거래 1위 업체죠. 세계 최강자 아마존이 오프라인 매장에 관심 갖게 된 것은 최근 일은 아닙니다.
2017년 홀푸드를 137억달러(약 17조1500억원)에 인수해 식료품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는데요. 아마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을 할 정도로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관심이 컸어요. 인수 이후 아마존 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왔고 그 결과가 지금 워싱턴DC에 만들어진 기술 가득한 매장입니다.
아마존의 오프라인 매장은 홀푸드, 아마존 프레시, 아마존 고 등이 있습니다.
홀푸드 인수가 오프라인 매장 확대를 시작한 시점이라고 볼 때 인수 5년이 지난 현재 성과가 그닥 좋진 않습니다.
홀푸드와 아마존 프레시 등이 포함된 아마존의 물리적 매장 판매 규모는 2017년 4분기 45억2200만달러에서 지난해 4분기 46억8800만달러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심지어 연간으로 보면 지난해 판매 규모가 2018년에 비해 줄었죠.
이를 두고 CNBC방송은 지난 2월 롱바우자산운용의 제이크 달러하이드 최고경영자(CEO)를 인용해 아마존의 확장해나가는 식료품 사업이 어두운 미래 속 '비싼 취미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고요. 한 유통 전문매체는 지난달 초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식료품 사업이나 물리적 소매 사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학습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한다고 보도했어요. 
그럼에도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을 계속해서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그동안 해왔던 다른 오프라인 사업인 서점과 팝업스토어 등을 접겠다면서 "아마존 프레시, 홀푸드마켓, 아마존 고, 저스트워크아웃 기술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아마존원, 저스트워크아웃 외에도 집에서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스피커인 알렉사로 쇼핑할 목록을 만들면 매장에 도착했을 때 스마트 카트에 목록이 떠 있게끔 하는 기술도 매장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면 아마존은 새로운 기술을 통해 전자상거래가 아닌 매장에서 아마존만의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존 프레시의 제프 헬블링 부사장은 미 매체인 슈퍼마켓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모든 사업이 그렇듯 고객의 니즈에 맞춰 뭔가 다르거나 좀 더 나은 것을 제공해줄 기회가 있다면 그렇게 해왔다.
아마존 프레시 사업으로 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것"이라면서 "물리적인 매장이나 옴니채널 쇼핑을 확대하는 것을 포함해 고객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거든요. 식료품 시장 자체의 확장성과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를 활용해 옴니채널로서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존이 곳곳에 도입하는 것처럼 식료품 소매기술에 대한 유통업계의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요.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식료품 소매기술에 대한 투자금은 190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15% 증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식료품 소매기술에는 우리가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무인결제를 포함해 스마트 카트나 자동 음식 제조 서비스, 매장 내 수직농장인 스마트팜, AI영양사의 식재료 추천 등이 대표적이에요. 
월마트, 크로거, 도어대시 등 다른 미국 식료품 업체들도 이러한 기술들을 발빠르게 도입하고 있는 데요. 특히 월마트는 전자상거래에 이어 오프라인 매장 수요까지 아마존에게 빼앗길 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IT 기술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미국 소매업체로는 사실상 처음으로 수직농장에 직접 투자했고 AI 추천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2분기 원격 보건 서비스 회사인 MeMD를 인수해 식료품 판매에 영양사가 도움을 주는 형태의 서비스도 가능할 수 있게 됐어요.
지난 2년간 코로나19를 겪은 상황에서 식료품에 대한 고객 선호도나 거시 경제의 변화가 생기면서 식료품을 파는 유통업체들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러한 기술이 매장 운영을 간소화해 비용은 줄이면서 동시에 고객들에게 전자상거래와는 다른 경험을 줄 수 있는 매장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무인결제 시스템, 인력 관리 등을 도입하면 전체 비용을 15~30%까지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되고 AI 기반 인력 계획 및 일정 관리는 매장 인건비 10% 이상 절약할 것"이라면서 "과감한 투자가 업계의 다음 단계가 되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요즘 동네를 걷다보면 무인매장들이 꽤 많이 보이죠.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부터 카페나 편의점까지 분야가 점차 확대되고 있어요. 국내 유통업체들도 해외의 기술들을 속속 도입하고 있고요. 이러한 신기술의 도입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지만 서비스 측면에서 소비자 경험이 아쉽다거나 기술 취약계층이 이용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겠지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이러한 기술 변화가 유통업계를 어떻게 바꾸고 소비자인 우리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편집자주[넥스트.찐]은 '비즈니스의 진짜 다음(next)을 내다본다'는 의미로 주요 기업의 미래 준비 소식들을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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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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