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2022년 4분기 ‘어닝쇼크’
삼성, 스마트폰·디스플레이도 부진
상반기 반도체 부문 적자 우려 커
감산·설비투자 축소 가능성도 제기
LG, 영업익 4년 만에 1000억 아래로
주력사업 가전·TV·IT 등 적자 추정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연 매출은 사상 처음 300조원을 넘겼지만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70% 가까이 감소하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 충격(어닝쇼크)을 기록했다.
LG전자 역시 글로벌 수요 위축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90% 이상 급감하며 실적 한파를 맞았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8000억원) 대비 6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6일 공시했다.
이는 증권가의 컨센서스(전망치)인 6조9254억원을 2조6000억원 이상 밑도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번 실적 부진은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진 데다 각국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고 반도체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4분기는 전자업계 최대 성수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적 부진은 더욱 심각하다.
 | |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내 전시장의 모습. 연합뉴스 |
연간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301조7700억원 매출을 올려 300조원 고지를 첫 돌파했다.
지난해 상반기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영향이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43조3700억원으로, 전년(51조6300억원) 대비 16% 감소했다.
이날 잠정 실적은 아직 결산이 종료되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 편의를 위해 제공된 것으로, 사업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날 이례적으로 실적 설명자료를 내고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 등 대외 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메모리 사업이 수요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하락하고, 스마트폰 판매도 둔화되며 전사 실적이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의 실적 효자로 꼽혔던 메모리 사업의 경우 경기 침체 전망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우려로 고객사들이 긴축 재정 기조를 강화하며 4분기 구매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삼성전자는 분석했다.
스마트폰 매출은 수요 약세로 감소했고, 가전 사업은 시장 수요 부진과 원가 부담이 지속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 | 여의도 LG 트윈타워. 연합뉴스 |
LG전자도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을 피해가지 못하고 TV와 가전 등의 주력 사업에 타격을 받았다.
LG전자의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655억원으로, 전년 동기(7453억원)보다 91.2%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4분기 매출(21조8597억원)과 지난해 매출(83조4595억원)은 각각 분기, 연간 기준 최대치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쟁 대응을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 유통 재고 정상화를 위한 판매 촉진 비용 증가, 환율 급락 등이 영향을 미치며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고환율에 D램·가전 수익성 악화… 빛바랜 역대 최대 年매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실적을 발표한 6일 실적 설명자료도 같이 배포했다.
증권가 예상을 밑도는 ‘어닝쇼크’(실적 충격)에 따른 후폭풍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다.
무엇보다 전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반도체 부진이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지만, 스마트폰이나 가전 등 다른 분야에서도 실적 부진을 메우지 못했다.
4분기 들어 하락 전환한 원·달러 환율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 국면이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부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같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LG전자 역시 가전·TV 사업의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0%가량 감소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 3분의 1 토막 삼성전자… 8년 만에 5조원 밑돌아
증권가에서는 당초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을 6조원대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공개된 잠정집계치는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8700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
잠정실적만 공개된 터라 사업 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반도체 업황 불황이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0월 D램(PC향 범용제품 기준)과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각각 22.46%, 3.74% 떨어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9월 -4.9%, 10월 -16.4%, 11월 -28.5%로 계속해 감소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경우 스마트폰, PC, TV 등에 들어가는 칩 수요가 감소하면서 위탁생산 주문이 줄어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반도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반도체 대금 거래를 달러로 진행하는 탓에 환율 하락에 따른 환손실도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10월까지는 1400원대에서 움직였으나 이후 하락하면서 연말·연초에는 1200원대로 내려섰다.
 | |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에 관계자가 들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
다른 사업도 부진이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는 국면에서 스마트폰 출하량이 줄어들었을 확률이 높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8%가량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고가폰 출하 비중 축소 등에 따라 ‘MX(스마트폰)·네트워크’ 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1조8000억원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디스플레이(SDC) 부문에서도 아이폰 생산 차질에 의한 아몰레드(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출하 둔화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1조8000억원 수준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올해 실적 반등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다.
올해 상반기에는 반도체 부문이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부문 영업이익 추정치를 1분기 695억원 적자, 2분기 674억원 적자로 예상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사업 실적 개선이 빨라야 올해 하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지만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감산과 투자 축소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삼성전자는 예상보다 심화한 업황 부진을 고려해 당초 계획보다 설비 투자 금액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직접적 감산을 발표하지 않은 한국 업체들도 라인 효율성 점검 등을 통한 간접적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어닝쇼크’에도 전 거래일 대비 800원(1.37%) 오른 5만9000원에 마감됐다.
삼성전자의 설비 투자 감소 움직임이 예상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수급 개선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영업이익 91% 줄어든 LG전자… 4년 만에 1000억원 못 넘어
LG전자의 4분기 실적은 삼성전자보다 더 떨어지며 ‘동반 쇼크’를 기록했다.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는 4000억원대였는데, 이날 발표된 영업이익은 655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의 7453억 대비 무려 91.2%나 빠졌다.
LG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8년 4분기(757억원) 이후 4년 만이다.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1조8597억원으로 전년 동기(20조7000억원) 대비 5.2% 증가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로도 매출 83조4695억원으로 기존 최대 기록인 2021년(73조9000억원)의 실적을 뛰어넘었다.
연간 매출액이 80조원을 넘은 것도 처음이다.
하지만 영업이익 쇼크로 이 같은 기록은 빛이 바랬다.
 | LG전자가 지난 5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박람회 'CES 2023'에서 세계 최초로 4K 120Hz 무선 전송 솔루션을 탑재한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을 시연해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LG전자 제공 |
LG전자 역시 사업별 실적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는 전장(VS)을 제외한 기존 주력 사업인 가전(H&A), TV(HE), IT(BS) 부문이 모두 4분기에 적자를 냈을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예상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마케팅 비용 증가, 4분기 원·달러 환율 급락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가전의 경우 수익성은 떨어졌지만, 연간 매출은 경쟁사인 미국 월풀을 제치고 글로벌 1위를 지켰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 실적이 지난해 4분기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급등했던 물류비, 원자재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LG전자 영업이익은 가전 중심의 이익 성장과 더불어 전 사업부의 실적 개선 영향으로 1조원으로 추정된다”고 내다봤다.
백소용·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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