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주주들이 13일(현지시간) 주주총회에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수백억달러 규모의 성과 보상을 하기로 한 결정을 재승인했다.
일찌감치 보상안 승인 가능성이 전해지면서 뉴욕증시에서 테슬라의 주가는 3% 가까이 상승 마감했다.

테슬라는 이날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머스크 CEO에게 경영 성과에 따라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지급하기로 한 2018년 보상안 재승인 안건이 통과됐다고 발표했다.

표결 결과가 공개된 후 주총장에 참석한 주주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고, 머스크 CEO는 "젠장, 사랑한다(Hot damn, I love you guys)"고 감사를 표했다.
그는 전날에도 재승인 안건이 압도적 표 차로 통과되고 있다면서 "여러분의 지지에 감사한다"는 글을 남겼었다.

앞서 테슬라는 2018년 주총을 통해 머스크 CEO에게 약 560억달러(약 77조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하지만 이는 올해 1월 델라웨어 법원이 소액주주가 제기한 무효 소송에 손을 들어주면서 뒤집혔다.
이에 따라 테슬라 이사회는 7월 항소심에서 유리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주총에서 보상안 재승인 안건을 투표에 부쳤다.

해당 스톡옵션 보상안은 머스크 CEO가 매출, 시가총액 등을 기준으로 단계별 성과를 달성하면 12회에 걸쳐 총 3억300만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앞서 560억달러에 달했던 스톡옵션의 가치는 이날 종가(182.47달러) 기준으로는 약 480억달러(약 66조1000원) 수준이다.

이번 주총을 앞두고 스톡옵션 보상안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주요 주주인 미국 최대 연기금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 대표가 반대 의사를 표하는가 하면,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 루이스 역시 "과도한 규모"라며 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질 것을 권고했다.
반면 머스크 CEO는 보상안 부결 시 테슬라 외부에서 인공지능(AI) 개발에 나서겠다는 위협까지 서슴지 않았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반대를 표할 경우 머스크 CEO가 떠날 리스크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고 머스크 CEO의 위협에 따른 투자자들의 우려를 짚었다.
블룸버그통신 또한 이러한 우려를 지적하며 "이번 표결은 테슬라의 매출 부진,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그의 리더십에 신뢰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3위 부호인 머스크 CEO는 현재 테슬라 지분 약 13%를 보유하고 있으며 보상안을 통해 약 21%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특히 현지 언론들은 투자자들의 보상안 지지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정권은 법원에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툴레인 로스쿨에서 강의 중인 기업 및 증권법 변호사 앤 립톤은 CNBC에 "이번 주주 찬반 투표가 법적분쟁을 해결할 것이라고 잘못 믿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주주들이 판사의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머스크 CEO측은 이번 표결 결과를 주주들의 지지를 확인했다는 일종의 홍보성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관건은 델라웨어 법원의 판결에 달린 셈이다.

이날 주총에서는 테슬라의 법원 소재지를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이전하는 안건도 통과됐다.
앞서 머스크 CEO는 올초 델라웨어 법원이 보상안 무효 판결을 내리자 "델라웨어에 회사를 설립하지 말라"며 이러한 이전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머스크 CEO의 동생인 킴벌 머스크, 루퍼트 제독의 아들 제임스 머독을 테슬라 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도 승인됐다.

한편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의 주가는 머스크 CEO의 보상안 재승인 전망으로 전장 대비 2.92% 오른 주당 182.47달러에 정규장을 마감했다.
주총 결과가 공개된 이후 시간외거래에서도 강보합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