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서 모녀 측을 이기고 경영권을 확보했던 창업주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 측에 제동이 걸렸다.
8일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함과 동시에 한미약품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소유 중인 중국 법인 북경한미약품에 제기된 부당내부거래 의혹과 관련 내부 조사에 착수하면서 형제 측이 주장하는 ‘직접’ 경영은 난망할 전망이다.
◇ 한미약품 ‘전문경영인 체제’ 강조…형제, 이대로 물러나나
송 회장은 8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의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 및 주식매매 계약 체결과 관련해 언론에 입장문을 내고 “이번 결정을 계기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한미는 신 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새로운 한미그룹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번 신 회장과 맺은 약정과 관련, “한미 지분을 해외펀드에 매각해 한미 정체성을 잃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게 저의 확고한 신념이자 선대 회장님의 뜻을 지키는 길이었고, 이를 위해 저와 신 회장님이 찾은 최선의 방안이 이번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송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에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한미의 다음 세대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맡고 대주주들은 이사회를 통해 이를 지원하는 선진화된 지배구조로 가야 한다고 선대 회장은 누누이 말했다”며 임성기 선대 회장을 언급해 생전에 임 회장도 같은 뜻이었음을 강조했다.
송 회장은 고 임성기 회장의 부인으로 임 회장이 2020년 8월 별세하면서 곧이어 그룹 회장직을 맡았다.
그해 9월 장남 임 이사와 함께 한미사이언스 각자대표를, 2022년에는 단독대표를 맡으며 경영 참여의 폭을 점점 확대했으나, 올해 초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다 임종윤 형제의 반대로 좌절된 바 있다.
송 회장은 이후 4월에 차남 임종훈과 함께 한미사이언스 공동대표가 됐으나, 한미사이언스가 임종훈 단독대표 체제로 변경하면서 대표이사 직위에서 해임됐다.
당시 신 회장은 형제 측과 같이 송 회장 모녀가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는 것을 반대해 형제 측을 지지했지만 이후 형제 측과 교류가 많지 않았으며, 주총 전에 약속했던 투자 유치, 상속세 납부 방안 등이 이뤄지지 않자 송 회장 측에 합류해 경영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이다.
한미 측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기조이지만, 형제 측은 ‘직접’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어 이와 관련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 형제 측 “갑자기 부당내부거래 의혹이라니”
애초 한미약품 새 대표이사로 오르려던 임 이사의 계획이 어렵게 됐다.
모녀 측과 형제 측이 다툼을 지속하면서 계속해서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8일 한미약품이 홍콩 코리그룹과 북경한미약품 간 부당내부거래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했다.
코리그룹은 임 이사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회사로, 코리그룹의 계열사 룬메이캉이 한미약품 자회사인 북경한미에서 생산하는 의약품의 중국 내 유통을 담당하는 것과 관련해 부당 내부거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한미약품 경영에 위해가 될 수도 있는 위중한 사안으로 생각됐고, 감사위원회에서도 해당 내용의 심각성을 인지해 공식적으로 내용에 대한 명확한 조사를 요청했다”며 사실관계 확인 후 추가적인 조치 후 의혹을 해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혹에 형제 측도 강한 반발에 나섰다.
임 이사는 이를 두고 “볼썽사나운 모략”이라고 비판하며 경영권 분쟁 시기에 갑자기 부당내부거래 의혹을 끄집어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임 이사는 직접 신 회장과의 접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3월 형제 측의 체제로 굳어질 거라 전망했지만, 난망 지속과 한미약품그룹의 핵심 계열사 한미약품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형제 측의 직접 경영 참여가 좌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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