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저평가 타파”… ‘밸류업’과 경쟁
“기업 ‘1인 지배’ 후진적 구조 개선해야”
이사 충실의무 대상 전체 주주로 확대
독립이사 의무화·집중투표제 등 담아
자율성에 중점 둔 정부 ‘밸류업’과 대조
상법 개정도 언급… 법안처리 여부 주목
거버넌스포럼 “핵심이슈 잘 선정” 환영
경영계 “사법리스크·경영권 분쟁 우려”
‘동학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1400만 시대를 맞아 야당도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시장 저평가) 타파를 위한 경쟁에 들어섰다.
윤석열정부와 여당이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지원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코리아 부스트 프로젝트’를 천명했다.
정부와 여당이 자율 개선 유도와 세제 지원에 힘쓴 반면 민주당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강화에 기업의 지배구조를 강조해 크게 대비됐다.
다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정부 내에서도 일정 부분 공감을 샀던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는 민주당 방안에도 포함되면서 상법 개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경영 위축 등을 이유로 개정을 반대해왔던 재계는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에 중점을 뒀다.
이와 달리 앞서 정부는 밸류업 지원방안을 통해 상장기업이 스스로 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공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우수 기업에는 세제 지원 및 지수 편입 우대와 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자 활용도를 높이도록 코리아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도 개발해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발맞춘 기획재정부는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는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낮추고, 이들 기업에 투자한 개인주주들의 배당소득세 부담을 경감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민주당은 기업가치 증대를 위해서는 정부안에 담긴 세제지원이 아닌 지배구조 개혁과 같은 강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내부의 투명성을 높여 ‘1인 지배’라는 후진적 지배구조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정부는 이 같은 현실은 덮어둔 채 대주주 특혜 감세를 ‘밸류업 프로젝트’로 내밀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의 주요 과제로 △이사회 충실 의무 대상을 전체 주주로 확대 △독립이사 선임 의무화 △감사·이사 분리 선출 단계적 확대 △대기업 집중투표제 확대 △소액주주 의결권 행사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 중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안이다.
우리 상법은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를 주주에게까지 확대해 이사회가 대주주의 이익만 고려하는 결정을 내릴 수 없도록 강제하자는 게 개정의 취지다.
특히 금융당국 수장인 이 원장이 공개적으로 그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어 주목을 받았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과 더불어 재계가 우려하는 배임죄 폐지를 동시 추진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진 정책위의장은 “상법 개정과 상장회사특례법 개정 등을 열어놓고 추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아울러 현재의 사외이사 제도를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겸직 및 재직 기준 등 결격사유를 강화해 지배주주를 상대로 독립성을 충분히 갖춘 이사들이 선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국회 제1당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법안 통과 가능성은 높다.
민주당의 안에 주주행동주의 측은 반기는 분위기다.
지배구조 개선이 밸류업을 위한 필수과제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민주당이 발표한 과제는 모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핵심 열쇠”라며 “적극 환영한다.
야당이 밸류업의 핵심이슈를 잘 선정했다고 보인다”고 강조했다.
포럼은 “지금의 자본시장 문제는 주식 투자뿐 아니라 우리 국민 전체의 미래와 닿아 있다”며 “정치적 이해와 당리당략을 초월하여 정부와 여당, 민주당이 함께, 밸류업이든 부스터업이든 중단없이 추진하길 바란다”고 했다.
반면 재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상법 개정이나 집중투표제 도입 등 줄기차게 반대했던 방안이 대거 포함돼서다.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은 “기업 지배구조 규제에 앞서 정책의 효과성 검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시 손해배상 소송 등 사법 리스크 증가로 신사업 투자나 인수·합병(M&A) 등 중요한 의사결정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집중투표제의 경우에도 소액주주보다는 2대, 3대 주주의 경영권 분쟁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과거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으나 이러한 부작용으로 폐지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도형·이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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