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렛츠, 돌연 폐업 고지… ‘제2 티메프 사태’ 우려
피해고객 “소비자 기만 행위” 비판
중간 정산일에 ‘여정은 여기까지’
업체들 “더 이상 이커머스 못 믿어”
알렛츠 대표 잠적… “美에 있을 듯”
티메프 사태 112건 고소·고발 접수
‘인터파크커머스’ 회생2부에 배당
온라인 쇼핑몰 ‘알렛츠’가 16일 돌연 폐업을 고지하면서 소비자와 판매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에 이어 또다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가 서비스 중단을 일방 통보하면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연쇄적인 미정산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급한 마음에 달려갔지만… ‘텅 빈 사무실’ 19일 한 피해자가 서울 성동구에 있는 인테리어 오픈마켓 알렛츠의 텅 빈 사무실 안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알렛츠는 입점업체에게 대금을 중간 정산해야 하는 16일 갑자기 서비스 종료를 공지해 ‘제2의 티몬·위메프 사태’가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남정탁 기자 |
19일 알렛츠 구매 피해자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는 800여명이 피해 상황을 호소했다.
이들 중 일부는 티메프에서 구매한 상품도 아직 환불받지 못했다며 “이게 웬 난리냐”고 울분을 터트렸다.
이모(30)씨는 15일 이 쇼핑몰에서 200만원 상당의 패딩을 구매했다.
다른 쇼핑몰보다 20여만원 저렴한 가격에 끌려 주문했지만, 상품은 끝내 도착하지 않았다.
배송 예정일이었던 17일에 물건이 오지 않아 애플리케이션(앱)을 살펴보니 ‘배송 완료’라는 문구가 떡하니 떠 있었다.
당황한 이씨가 곧바로 택배사에 확인한 결과, ‘배송 중 알렛츠 측에서 반품을 요청해 물류센터로 회수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씨는 “입점 판매자들에겐 16일에 상품기획자(MD)들을 통해 영업 중단을 알렸다고 하는데, 일반 소비자들은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라며 “소비자 기만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피해자 박모(39)씨는 알렛츠에 두 번이나 속았다.
서비스 종료 전날인 15일, 박씨는 228만원짜리 TV를 구매했다.
하지만 다음 날 판매사 측은 아무런 설명 없이 “TV 출고 불가”를 통보했고, 박씨는 어쩔 수 없이 주문을 취소했다.
‘본 거래는 취소되었습니다’라는 확인 메시지를 본 박씨는 곧바로 더 저렴한 164만원짜리 TV를 같은 사이트에서 주문했다.
 | 19일 서울 성동구 소재 알렛츠 운영사 인터스텔라에 알렛츠 제품 포장용 박스가 놓여있다.
뉴시스 |
박씨가 이상한 점을 느낀 건 알렛츠의 영업 중단 발표 이틀 후였다.
18일 오후 앱을 확인해보니 “취소 완료”로 표시됐던 첫 거래가 “카드 승인 성공” 상태로 변경돼 있었다.
카드사에 문의한 결과, 취소 처리된 적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박씨는 황급히 두 번째 거래를 취소하려 했지만 ‘가맹점 잔고 부족’이라는 메시지가 떠 불가능했다.
그는 “카드사를 통해 해결을 시도 중이지만 쉽지 않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판매자들의 피해도 심각하다.
600여명이 모인 판매자 피해 오픈채팅방에는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피해 액수가 자주 언급됐다.
대부분의 판매자들은 “더 이상 이커머스를 믿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알렛츠 내 명품 매출 2위를 기록했던 A씨의 회사는 이번 사태로 2억40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A씨는 16일 오후 4시쯤 MD를 통해 서비스 종료 소식을 듣자마자 회사 본사가 있는 서울 성수동으로 달려갔다.
오후 5시쯤 회사에 도착하니, 이미 대표는 퇴근한 후였고 남아있던 직원 6명도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정산금 지급 시기에 대해선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는 “알렛츠 측은 정산금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이 ‘여정은 여기서 마쳐야 될 것 같다’, ‘15일에 최종적으로 투자를 받기로 한 게 결렬됐다’는 식의 메일만 보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19일 직원 없는 서울 성동구 알렛츠 사무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가구·가전 제품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알렛츠는 지난 16일 홈페이지에 '부득이한 경영상 사정으로 8월 31일 자로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음을 안내드린다'는 공지문을 게시했다.
연합뉴스 |
A씨의 말처럼 알렛츠의 중간 정산일이었던 16일 이후에도 정산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아 ‘제2의 티메프’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알렛츠의 정산 기일은 최대 60일로, 6월 판매대금조차 받지 못한 판매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티메프에 이어 알렛츠 미정산금까지 이중고를 겪은 판매자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절망감을 호소했다.
알렛츠는 2015년 설립된 광고 대행 업체 인터스텔라가 2016년 론칭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2023년 기준 자산총계 113억원, 매출액 15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으로 업계 내 매출액 기준 136위에 위치했다.
그러나 지난해 10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재무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무엇보다 알레츠는 티몬·위메프와 달리 전자지급결제대행(PG)을 겸업하고 있는 사업자가 아니다.
선불충전금이나 자체 페이 서비스를 하지 않는 만큼 금융당국의 재무 건전성 관리 대상 밖에 있다.
티메프 사태 때 구영배 큐텐 대표가 잠적했던 것처럼 박성혜 알렛츠 대표의 행방도 오리무중이다.
한 최측근은 “현재 미국에 있을 가능성도 크다”며 “박 대표는 미국 영주권자이고 아들은 미국 시민권자”라고 전했다.
심준섭 법무법인 심 변호사는 “알렛츠의 약관 위반은 단순 계약 불이행을 넘어 전자상거래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규 위반 소지가 있어 행정적, 형사적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며 “티메프 때처럼 소비자들은 PG사를 통해 환불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검은 우산 집회'를 열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편 한국소비자원은 이날 오전 9시부터 티몬·위메프에서 상품권·기프티콘을 사고 환불받지 못한 소비자와 ‘해피머니’ 상품권 피해 소비자를 대상으로 집단분쟁 조정 참가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27일까지 홈페이지(www.kca.go.kr)에서만 신청받는데, 티몬·위메프에서 판매한 상품권 환급 요구와 해피머니 사용 불가에 따른 환급 요구를 나눠 받는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한 상품권은 ‘티몬캐시’와 ‘위메프포인트’, ‘기프티콘’, 외식 상품권 등이 모두 신청 대상이며, 무상으로 적립 받은 캐시와 포인트는 제외된다.
해피머니(해피캐시 포함)는 구매처와 관계없이 신청을 받는다.
이날 경찰은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총 112건의 고소·고발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 중 61건은 해피머니 상품권 관련 피해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배당됐다.
나머지 51건은 서울 강남경찰서가 집중관서로 지정돼 수사를 맡는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북 군산, 대구, 부산 등 지방에도 피해 사례가 일부 있다”며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모습. 연합뉴스 |
서울회생법원은 인터파크커머스가 신청한 기업회생 사건을 회생2부(재판장 안병욱 법원장)에 배당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16일 “일부 PG사 등이 정상 지급해야 하는 판매 대금을 일방적으로 보류·통보하는 등 문제가 발생해 판매자 대금 지급 지연으로 이어졌다”면서 서울회생법원에 자율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 형태의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ARS는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전 법원이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에 자율적인 협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법원이 ARS 프로그램 신청을 승인하면 회생절차는 1개월 단위로 최대 3개월까지 보류된다.
앞서 티메프도 지난달 29일 법원에 기업 회생과 함께 ARS 프로그램을 신청했고, 현재 ARS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예림·백준무·이종민·안승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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