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 입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의 한국 사업이 실적 부진과 성과급 논란, 재계와의 갈등 등 각종 잡음에 흔들리며 표류하고 있다.
한영회계법인은 국내 '빅4' 회계법인 중에서 대표이사의 출자 비율과 장악력이 가장 높은 편이지만, 글로벌 회계법인 EY의 경영정책에 포커스를 둔 사업 운영이 한국 시장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EY한영 내부 임원들이 한국 사업 경쟁력 강화보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에 방점을 둔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영회계법인의 43기(2022년 7월~2023년 6월) 당기순이익은 19억원으로 2년 전(2020년 7월~2021년 6월)과 비교해 10분의 1토막이 났다.
41기(2020년 7월~2021년 6월) 당기순이익 215억원, 42기(2021년 7월~2022년 6월) 131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현저히 낮아진 수치다.

과거 EY한영은 매출 규모는 국내 1위 삼일회계법인의 절반 수준임에도, 순이익만큼은 뒤지지 않는 실속 있는 회계법인으로 여겨졌다.
한영은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1년간 2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같은 기간 2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업계 1위 삼일을 넘어서는 실적을 거뒀다.
당시 매출 규모는 삼일 7633억원, 한영 4036억원 수준으로 '체급 차'가 많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거둔 실적이라 과거 한영의 경영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한영의 실적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한영의 당기순이익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지난 2년 동안 삼일은 당기순이익을 약 35%(70억원) 늘리면서 외려 실속을 다졌다.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삼일의 당기순이익은 271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에도 한영의 실적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한영은 올 상반기 인수합병(M&A) 회계자문부문에서 예년에 훨씬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회계법인이라는 중견 회계법인이 한영의 '빅4'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성과급 지급에서도 내부 불만이 터져 나온다.
EY한영은 올해 결산을 마치고 부문별로 성과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성과급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와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직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현저히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파트너 이하 직원들은 월급의 200~300% 성과급을 고정급 개념으로 받아왔는데, 지속적인 실적 악화로 만족할만한 성과급 지급이 어렵게 된 것이다.
한영은 글로벌 회계법인인 EY가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성과급 조정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EY한영은 이번 성과급 이슈로 인력 이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안타까운 부분은 한영이 회계 빅4 중에서도 대표이사의 출자비율이 가장 높은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국내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각 회계법인로 살펴보면 한영 박용근 대표이사의 출자비율은 10.9%로 삼일 윤훈수(5.06%), 삼정 김교태(8.61%), 안진 홍종성(7.79%) 대표이사와 비교해 현저히 높다.
하지만 글로벌 법인의 멤버십 형태로 운영하는 PwC 삼일, 삼정KPMG와는 다르게 EY한영은 한국 지사 형식으로 운영하는 법인으로 대표이사의 경영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다.
EY 글로벌 정책에 따라야 한다.
주요 임원들이 한국 사업에 내실을 기하기보다 본사와의 소통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주요 회계법인 관계자는 "한영이 '빅4' 중 만년 꼴찌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인력관리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회계법인은 사람 비즈니스라 인력이 가장 중요한데 성과급 사태 등이 발생하면서 신입회계사들의 한영에 대한 선호도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계업계 관계자는 "현재 채용 시즌인데 한영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